성인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척척 알아서 씩씩하게 잘 살아나가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불확실함이나 불안, 방황은 청소년기로 끝날 일이라고 아주 오래전에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20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갈수록 방황의 진폭이 커질 뿐, 인생의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명확한 대답 찾기는 더욱 요원해졌다.
요즘 한국에서는 청춘 콘서트라 불리는, 젊은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한창이다. TV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될만 한 인물들이 나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유튜브에서 찾은 몇 개의 비디오만 봐도 그 열기는 실로 대단하다.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방황과 고민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이 간절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봐도 그렇다.
비단 20대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진로나 취업,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20대이기에 좀 더 표면적으로 불안과 방황이 드러나는 것일 뿐. 어디 20대만 고민하고 방황하는가.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재론적 불안과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현실적인 안정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불안하고 끊임없이 방황한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정확한 대답을 찾아 수학공식 풀어내듯 살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황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인지 나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줄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때론 내 인생 내 맘대로 사는 거지라는 자세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한 배처럼 허우적대기 일쑤다. 그래서 어린 시절 부모나 선생님 같은 멘토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성인이 된 내게 있어 멘토란… 우선 사람들이다. 내가 존경하는, 좋아하는 사람들, 인생을 진심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가까운 지인일 수도 있고, 사회적 멘토로 여기지는 인물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개인적 인간관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더 좋겠지만, 바쁘고 지극히 개인적인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문제에 귀 기울이고 조언을 줄만한 사람들은 점점 찾기 어려워진다.
TV에서 만나는 종교 지도자의 말씀이 와 닿을 수도 있고, 저명한 학자나 정치인, 또는 생활의 달인에서 만나는 열심히 만두 빚는 젊은이의 말에서 삶의 답을 엿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책. 다양한 책을 접하며 책 속에서 위안받고, 책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물론 활자로 인식된 감동이 머리에만 머물러 있다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나의 경험이 책 속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공감받기도 한다.
그리고 흔히 고전이라 불리는 책은 시대를 초월한 냉철한 사고를 돕는다. 알베르 까뮈가 통찰한 인간의 문제는 20세기초 당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사회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삶의 모순과 인간성의 부조리가 어디 어제 오늘 얘기겠는가. 그래서 지금의 나의 불안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면, 사람과 책뿐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로부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고요한 시간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용기, 그리고 주위를 내밀하게 바라보는 관찰력이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을 것을 들을 수 있다. 내 인생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인생이 내 힘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세상이 내게 진심어린 멘토가 되어 말을 건넨다.
김진아/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광고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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