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이 명품기업 진출 따른 주재원들… 2006년 이후 60%나 늘어
<홍콩> 그레고리 좌노-바로네는 약 1년 전 몇 개의 작은 가방과 와인 비즈니스로 돈을 벌겠다는 꿈만 가지고 홍콩에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좌노-바로네는 포도주 양조장 같은 와인관련 부동산을 매매하는 부동산 업자였다. 하지만 2008년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그의 비즈니스는 정체에 빠졌다. 2010년 말 쯤 그는 해볼 만큼 해봤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해 1월 그는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 곳에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곳은 홍콩이었다. 홍콩은 현재 미국과 영국, 혹은 독일로부터 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프랑스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금년 31세인 좌노-바로네는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인 보르도에서 수입한 고급 와인과 미네랄워터를 취급하는 ‘젯슨 트레이딩’이라는 작은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프랑스인 기욤 포르텡이 세일즈 매니저로 합류했다.
명품회사들이 급증하는 아시아 지역의 부와 명품에 대한 뜨거운 욕망을 빨아들이기 위해 이 지역으로 앞 다퉈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주재원들도 이들과 함께 이곳에 도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앵글로 색슨 커뮤니티가 주도적이었던 홍콩과 싱가포르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이 두 도시는 잘 발달돼 있는 사법제도와 중국 본토 및 동남아 지역 내륙시장 진출을 위한 이점 때문에 선호되는 곳이다.)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를 찾거나 혹은 경력관리를 위한 목적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몰려드는 서구인들의 유입은 최근 사이에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고 홍콩의 구인전문 회사인 헛슨의 중역 제임스 카스는 말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인들이다.
홍콩의 프랑스 커뮤니티는 지난 2006년 이후 60% 이상이 늘어 1만명을 넘어섰다고 홍콩주재 프랑스 영사관은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에 2배 이상 늘어나 약 9,200명에 달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방콕, 인도 등에도 최근 프랑스인들의 급속한 유입으로 상당한 규모의 프랑스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이런 현상은 명품과 프랑스 요리, 와인, 금융 등 분야로 이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 팀에 프랑스인 직원이 속해 있기를 원하는데서 일부 비롯됐다. 미국의 규모로 볼 때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프랑스인들보다 10배나 많은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또 홍콩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영국인들이 훨씬 더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 사람들의 증가세는 느리다. 지난 2006년 이후 10% 미만의 증가를 기록했을 뿐이다. 독일인의 경우에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프랑스인 유입은 시내 곳곳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유흥지역이나 고급제품 쇼핑가를 걷다 보면 프랑스 말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2~3년 전보다 훨씬 자주 말이다. 프랑스 국제학교에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으며 프랑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몇 배나 늘어났다.
홍콩 중심가에 있는 작은 식당인 파스티스는 2009년 말 문을 연 이후 프랑스 주재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됐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최소 두 곳의 프랑스 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전통적인 프랑스의 놀이인 쇠구슬 굴리기 게임을 위해 먼지 나는 코트를 갖춘 카페도 생겨났다.
홍콩은 낮은 세금 등으로 인접해 있는 중국의 쇼핑객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에게는 핵심적인 기지가 된다. 이런 까닭에 홍콩의 프랑스 커뮤니티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홍콩주재 프랑스 총영사인 아르노 바르텔레미는 “아시아 전반, 특히 중국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 많은 프랑스 기업들의 지사와 자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프랑스 기업들은 이 지역의 성장에서 동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니 뒤귀에는 이에 부합하는 케이스다. 그녀는 남편,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지난해 8월 홍콩으로 이주했다. 명품을 판매하는 거대기업인 리슈몽의 주재원으로 파견된 것이다. 그녀는 이 지역에서 영업을 확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금년 38세의 미술품 딜러인 에두아르드 말렝그는 홍콩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새로운 아트갤러리를 위한 기회가 더 많다는 판단 아래 파리에서 이곳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말렝그는 2009년 9월 홍콩으로 이주해 다음 해 금융지역에 새로운 갤러리를 오픈했다. 다른 기업인들처럼 그도 관료주의가 덜 하고 새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수월한데 이끌려 이곳에 왔다.
그렇다고 홍콩에 넘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매상들은 자신들이 파는 상품과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입맛과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말렝그는 “홍콩에서는 갤러리를 방문하는 문화가 유럽만큼 보편화 돼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붙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 갤러리는 현재 잘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부분에서 경쟁은 대단히 열하다. 또 봉급도 주재원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서구 기준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또 지역 기업들과 외국 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험과 언어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구인전문 헛슨의 카스는 말했다.
게다가 상업용과 주거용 공간의 렌트비는 계속 치솟고 있다. 예를 들어 좌노-바로네는 홍콩 인근 쇼핑지역에 새로운 가게를 열 예정인데 그의 고향인 보르도 지역 같은 크기에 비해 4배에 달하는 렌트비를 내기로 했다. 파리에 비해서도 2배가 높은 액수이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는 홍콩에 이어 내년에는 중국 국경지역의 광주에 또 다른 가게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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