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초임은 상식이다. 개개인이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또 언론기관이 공적인 관심사를 파헤쳐 보도하고 논평할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나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한 주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의 자유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전쟁 시기에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정보 유출, 미디아의 외설적인 내용, 그리고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거짓말은 발설이나 출판 이후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공평한 논평의 자유(fair comment doctrine)라는 게 있어서 비평 의견은 크게 보호를 받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남선우 변호사는 최고로 실력이 없는 엉터리 변호사다”라고 신문에 기고했다고 생각해 보자. 나 자신한테는 기분이 나쁠 뿐 아니라 공평하게 들리지도 않겠지만 그런 기고문은 논평의 자유 때문에 상관이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남선우는 자기 부인을 배반하고 다른 여자와 정분을 나누었다”라고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야비한 것은 힐러리 클린턴이다’라는 러시아 프라우다 신문의 한 칼럼을 영어로 읽고 공평한 논평의 자유 개념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 칼럼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유엔안전보장이사국의 상임국가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부표를 던졌기에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가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자국민들을 탱크 등 중화기로 진압하여 대규모 유혈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무산되어 버린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야비’하다고 비난한데 대한 보복이었을 것이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였던 프라우다(진리)에는 진리가 없다고 비꼬임을 당하던 그 신문은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처럼 푸틴과 푸틴의 연합 러시아당의 영구 집권을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는 인상을 준다. 몇 구절 인용해 보자. “힐러리 클린턴은 재미있는 사례 연구가 된다. 그는 4년 전에 그의 전임자였던 콘돌리자 라이스의 일그러진 표정을 씻어버리려고 (미국의) 주둥이에 미소를 짓는 매력적인 국무장관으로 출발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나자 클린턴은 카메라 앞에 동성연애하는 여자 중 사내 역할을 하는 아마도 문신까지도 한 건방지고 조리에 맞지 않으며 무능하기 짝이 없는 트럭 운전수쯤으로 보인다. 이제야 우리는 빌(클린턴)을 이해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은 계속된다. 애당초 국무장관 자격이 없었다는 투다. 그가 2008년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하나였을 때 대통령 영부인으로 내전 중인 보스니아의 한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릴 때 총격을 피하느라고 머리를 숙이고 자동차 쪽으로 급히 갔다고 말한 적이 있던 것을 비꼬는 정도는 약과이다. 미국의 외교 수장인 그가 미국의 유엔대사 수잔 라이스의 표현대로 러시아와 중국을 야비하다고 표현한 것은 오만 무례의 극치라면서 조금이라도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진짜로 야비한 것은 힐러리 R. 클린턴과 그가 대표하는 지옥같은 나라라는 결론이다.
아랍권에서마저 배척을 받는 아사드 정권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없는 가운데 군대의 무자비한 공격 때문에 시리아 반정부시민들이 현재까지 7,000명 이상,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비극은 매일 계속 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면 토이기 등 이웃나라들의 평화안이 힘을 받았겠지만 독재정권의 단명을 도왔다가는 역시 독재국가들인 러시아와 중국의 집권당도 같은 운명이 될까 두려워하는 심정이 그 두 나라의 거부권 행사의 참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리아 정부에게 팔아먹는 막대한 무기 수출 수입일 것이다. 물론 미국도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 실책과 오류가 많은 나라이다. 프라우다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라크에 대량 학살 무기(WMD)가 있다는 구실로 침입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후 미국이 철수했지만 이라크의 장래가 밝지 않다는 것,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있는 테러분자들이나 테러 용의자들의 무기한 감금, CIA에 의한 물고문 등 여러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과 종교의 자유와 민주, 공화 두 당 만의 경쟁일망정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의 역사 등을 생각해보면 푸틴의 러시아보다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우월하지 지옥같은 곳은 아니다.
티모시 밴크로프트 힌체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그 프라우다의 칼럼니스트와 그의 가족이 진정한 선택권이 있어 아무런 후환이나 보복의 염려도 없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면 러시아보다는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면 미국에서 세뇌를 받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의 망발일까? 신 없는 추종행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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