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통계가 최근 한국에서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외대 박명호 교수팀이 정부 용역을 받아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1%가 100세 시대를 재앙으로 받아들인 반면 축복으로 인식한 응답자는 32.9%에 그쳤고 보통이라는 답은 27.0%였다. 그만큼 은퇴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100세 시대의 최대 걱정거리는 건강(89.2%), 생활비(76.8%), 일자리(17.7%) 등을 꼽았다. 개인적으로도 응답자 10명 중 4명이 노후대비 자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통상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71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800만명을 지칭하며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바야흐로 50~60대가 주축인 한국과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계획은 지난 4~5년간 글로벌 경제의 위축으로 상당히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은퇴연금도 큰 폭락세를 보인 것은 물론 직장에서 감봉 혹은 해고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은퇴계획을 위한 재테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부동산, 투자성 생명보험, 증권투자, 소셜 시큐리티 등에 근거해서 적절한 비율로 재정계획을 세워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정전문가들은 부동산, 증권, 현금 등으로 분산해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특정 분야에 편중해서 투자하다보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재테크는 이처럼 자산을 비축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한다. 식당이나 리커, 마켓 등을 운영하는 한인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창기에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부를 축적한 것까진 좋았는데 정작 나중에 여유가 생겨 좀 쉴만 하니까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일찍 세상을 등지거나 살아 있어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해 하루하루를 그저 연명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접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외롭고 힘든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은퇴계획을 위해 꼭 챙겨야 할 것이 또한 남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이다. 어린 시절, 결혼과 직장 시절을 지나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선뜻 나서지 못했던 봉사활동을 은퇴시절에는 마음껏 할 수 있다. 남을 위해 봉사하다 보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이웃을 위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다. 봉사활동을 너무 거창하게 여기기보다는 홈리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든가 독거노인들을 돕는 등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을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봉사하는 일로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이 상속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흔히 상속에 대해서 백만장자나 재벌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속은 누구나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미국에서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도 상속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유언장을 일찍 쓰기 시작하면 인생을 보다 가치있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은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놓아야 나중에 자손들이 재산을 물려받는데 지장이 없다. 상속은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다. 자식에게 남겨야 할 가훈이라든가 봉사정신, 인생의 가치, 신념 등 무형의 자산을 포함한다.
이처럼 진정한 재테크는 돈만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건강, 봉사활동, 상속 등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나이 들어서 고생을 하면 초라해진다. 본인의 형편과 사정에 맞춰 미리미리 준비 한다면, 안락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재테크를 위해서 새로운 오복(五福)의 개념을 도입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인이 바라는 오복은 이렇게 변했다. 첫째,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므로,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둘째 좋은 배우자를 만나 해로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 넷째, 매일 일정하게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주위에 친구가 많은 것이 좋다. 진정한 재테크는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 때 이뤄진다.
<박흥률 부국장 겸 기획취재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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