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순수함 살아있는 미주 문단
▶ “정겨운 이름들 작품에 담았어요”
시인 나태주(사진)씨가 2년만에 LA를 찾아 문학강연회와 시화전을 연다.
공주문화원장이며 본보 문예공모 시 부문 심사위원인 나태주 시인은 3월15일 오후 6시30분 가든 스윗 호텔 연회장에서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란 제목의 문학 강연회를 열고, 시화전은 15~16일 가든 스윗 호텔 로비와 26~27일 팍뷰 갤러리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한국의 유명 시인이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시화작품전이 LA에서 열리기는 처음으로, 이처럼 특별한 행사를 열게 된 데 대해 나태주 시인은 “LA에서 만난 정든 분들을 위해 기획한 선물”이라고 이메일을 통해 전했다.
“2003년인가 LA에 처음 간이래 네 차례 갔었습니다. 죽을병을 앓다가 깨어 고향 나들이하듯 찾아간 그 곳에는 정다운 문인들이 있었고, LA와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게다가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심사까지 맡게 돼 제겐 특별한 곳이지요.
재작년 네 번째 그곳에 갔을 때 시화전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어쭙잖은 솜씨라도 그곳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넣은 작품을 만들어 시화전을 열고 그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오겠다고…”
미주 문인들에 대해 나 시인은 다른 한국의 문인들과는 달리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보면 미주 문단은 변방이고 해외 문단이지만 한국 문단에서 볼 수 없는 문학에의 열정과 순수성이 있다는 것.
이것은 예전 한국이 가졌던 열정과 순수성인데 지금 한국 문단에는 분파주의와 파워게임과 기교 밖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한 시인은 “LA에서 만난 일부 문인들에게는 고독이 있었고 문학에의 뜨거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움을 보다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한 그는 “새로움은 그리움에서 나오고 젊음에서 나오고 시각을 바꾸는 데서 나온다”며 자기 삶을 진정성을 가지고 들여다볼 것을 권했다.
이번 시화전에 선보이는 그림은 두 종류로 한 가지는 LA의 문인·친지 40여명의 이름을 넣은 시화작품, 화선지에 붓으로 글씨를 쓰고 한국화 물감으로 그림을 넣은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연필그림인데 최근 새로 나온 세 번째 시화집 ‘너를 보았다’에 수록된 그림 60여점을 책과 함께 가져와 전시하게 된다.
그림은 시인 자신처럼, 그의 시처럼 깨끗하고 담백하며 아이처럼 맑다.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보통이 넘는 솜씨인데,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중년 무렵 인생에 대한 깊은 회한에 힘든 시절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 이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림은 시 쓰기와 달리 매우 즐겁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집중상태를 통해 명상의 세계, 텅 빈 마음의 상태에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시인에게는 자아에 대한 집착이 고질병인데 이 고질병에서 잠시라도 헤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자신의 그림은 창의적 그림이라기보다 자연의 어떤 부분을 살피고 묘사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한 시인은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묘의를 깨닫기도 하고 사물을 보는 방법을 익히기도 하고 직관력을 기르기도 하고 인생과 우주 본질의 깊은 내막을 깨닫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시인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인생과 사물을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입니다. 이 안목을 그림이 가르쳐줍니다. 가끔 시 쓰는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시 속에 그림이 들어 있지 않으면 이미 그것은 시가 아니요, 그림 속에 시가 들어 있지 않으면 또한 그것은 그림이 아니다’ 동양의 시는 이렇게 일찍부터 이미지즘 시에 가깝게 가 있지요”
그림 그리기는 또한 그에게 유년세계로 돌아가는 길목을 제공하고 편안한 안식과 같은 시간을 주며 인생을 다시금 보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한 시인은 “그동안 저의 인생경영은 성공개념의 인생이었으나 그림 그리기는 완성개념의 인생을 권유한다”며 성공하는 인생은 많은 피로감을 주고 때로는 실패와 절망과 비애감을 주지만 완성개념의 인생은 타인과의 열등의식에서 해방감을 주고 성취감과 환희와 만족을 준다고 토로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인은 LA 사람들과의 따뜻한 우정이 더 깊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와 그림과 마음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는 시화전인 만큼 시 좋아하는 사람들, 인연 맺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보고 기뻐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화를 가져가는 지인들이 뒷날 저를 보듯 그 그림을 보아주길 바라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겠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생각해주고 기억해주는 일이고, 서로 따스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일만이 두고두고 가장 오래 간직해야 할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직에 종사하며 평생 시와 교단생활을 지키며 살아온 한국 서정시의 대표 시인.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박목월 선생의 눈에 띄어 등단했으며‘대숲 아래서’‘막동리 소묘’‘산촌엽서’‘시인들 나라’‘황홀극치’ 등 31권의 시집과‘시골사람 시골선생님’‘풀꽃과 놀다’ 등 10권의 산문집을 비롯해 5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 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현재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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