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변신과 변심은 어감이 비슷하다. 육신, 즉 몸이 바뀌는 것이 변신(變身)이요 마음이 바뀌는 것이 변심(變心)이다. 욕심은 원죄이나 변심은 무죄란 말도 있듯이 요즘 사람들은 변심하는 게, 뭐 그리 대수가 아닌 듯하다. 애인으로 사귀다 남자가 군에 가게 되면 3년 정도 이별하게 된다. 지금은 2년이지만 1960년대, 70년대만 해도 거의 만 3년을 복무해야 했다. 여자 애인이 3년 동안 변심하지 않고 기다리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3년 동안 지조를 지키고 한 남자만을 그리워하면서 잘 참고 지내는 여자들도 있긴 있다. 그러나 그건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여자는 군대 간 남자애인 말고 다른 남자를 사귀게 된다. 이걸 변심이라 하지 않고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있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란 표현이다.
프란츠 카푸카의 글 중 ‘변신’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이 있다. 인간이 벌레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한 가족의 일원이었던 아들 그레고르가 어느 날 갑자기 독충인 벌레로 변한다. 벌레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 여기서 벌어지는 가족들(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주위 인물(지배인 등)간의 갈등과 희비가 섞인 인간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엮은 풍자소설이다. 카프카는 ‘변신’이란 소설을 통해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익이 우선되며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 제거돼버릴 수밖에 없다는 인간이기주의를 탓한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이 변한 것 밖에 없지, 자신은 어엿한 가족임을 계속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갓 공허한 메아리일 뿐 가족들에겐 먹혀들지를 않는다. 결국 그레고르는 서서히 죽어간다.
변심은 곧 배반과도 상통한다. 배반 중 가장 사람들의 화자에 오르내리는 희대의 변심 중 하나가 있다. 성서에 나오는 가롯 유다의 배신이다. 성서 마가복음 14장10절 이하에 보면 가롯 유다가 자신의 스승인 예수를 로마인에게 팔아넘기려 변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은전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배신으로 예수는 십자가의 처형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예수는 가롯 유다를 가장 신임해 재정관리를 맡겼었다. 이런 가롯 유다가 무엇 때문에 3년간이나 따라다니며 함께 한, 존경하는 예수를 팔아넘기려 했을까. 가롯 유다의 종말은 자살로 끝난다.
지난 2월20일 오후 백주의 대낮.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 포트리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6세의 한인 청년이 25세의 길 가던 한인 여인을 자신이 탄 자동차로 세 번이나 깔아 뭉겨 사망케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하루 종일 미국방송(체널1번)을 통해 방영됐다. 한인신문(한국일보 2월22일자 A1면)엔 “변심 애인 차로 참혹하게 살해”란 특종기사로 실렸다.
요즘 한국 드라마를 보면 배신, 출생의 비밀, 불륜, 재벌 형제들의 갈등 등이 내용으로 안 들어가면 시청률이 올라가지를 않는다고 한다. 한국만 아니라 미국 영상체도 마찬가지다. 친구 애인 뺐기는 다반사다. 변심한 애인을 복수하려하는 내용도 다분하다. 인간의 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류역사와 같이 한다. 시저의 충복이었던 부르투서의 배신 등등. 변심(變心)은 변신(變身)을 낳는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사람이 지네 같은 독충의 벌레로 변한다. 그레고르처럼 몸이 벌레로 안 변해도 변심하는 사람들은 그 마음자체가 벌레와 같이 변한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런 변심이 배신이란 행동이 되어 배신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갈기갈기 찢어놓게 된다. 특히, 애인이 변심해 다른 남자와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냥 넘어가지를 못하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한 남성이란 사람이다.
그래도 끝까지 참아야 한다. 변심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욕심과 가치관 상실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이번 뉴저지 포트리에서 벌어진 애인변심에 따른 살상은 ‘욱’하면 앞뒤를 분간치 못하는 한국인 특유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변신(變身)은 반드시 몸이 다른 물체로 바뀌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마음에 의해 움직이니 마음이 변하면 몸도 변한다. 그럴 때, 몸은 변심(變心)된 육신, 즉 변신(變身)이 된다.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보다 못하다”란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인간이 벌레처럼 변하는 카프카의 변신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임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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