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토랜스제일장로교회 김준식 담임목사 해임안을 다룬 미국장로교 한미노회의 정기노회를 취재한 소감은 참담했다.
회의 직전 우연히 들은 “장로님이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셨는지 오늘 판가름 납니다”라는 한 여성의 말이 씁쓸하게 다가왔고, 결과가 기대를 배반하자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한 총대(대의원)들을 향해 날린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폭언이 일부 신자들의 수준을 알게 했다.
총대들은 다른 회무를 먼저 처리한 뒤 밤늦게 이 안건을 다루었다. 비공개 표결에 앞서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본당 좌우에 편을 갈라 앉은 담임목사 지지교인들과 반대교인들 중에서 3명씩 나와 3분 발언을 했다.
시무장로 중 4명이 지지편, 10명이 반대편에 선 가운데, 담임목사 사례비, 분열의 원인 등의 이슈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첨예했다. 이미 전임 담임목사 때 5년간 모진 내분을 겪었던 발언자들은 날선 목소리로 상대의 나쁜 점을 낱낱이 열거했다.
사사건건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여서 처음부터 일을 지켜본 내부자가 아닌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재산권처럼 정관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지라, 설사 판사 앞에 들고 간다 할지라도 어느 편의 손을 들어 주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화평하게 하여 둘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는 십자가의 의미가 철저하게 짓밟히는 현장은 인도 속담이라는 글을 떠올리게 했다. ‘만일 그가 그의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그는 게으르다 하고/ 내가 일을 끝내지 않았으면 나는 너무 바쁘고 많은 일에 눌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만일 그가 다른 사람에 관해서 말하면 수다쟁이라 하고/ 내가 다른 이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고 하고/ (중략)/ 그가 나와 이렇게 다르니 얼마나 딱한가.’
자정께 끝난 마라톤 회의에서 노회는 김 목사를 취임 3년만에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고, 그는 그후로 교회 강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회 결정은 싸움의 시작일 뿐”이라는 한 관계자의 예언대로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노회 직후 열린 주일예배에서 담임목사 지지파는 노회의 설교자 파견에 항의해 1~3부 주일예배 도중 연속 퇴장하는 시위를 감행했다. 분규의 와중에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는 ‘예배’가 크게 훼손된 것이다.
그후 일요일에는 예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문제는 다수인 담임목사 지지파와 소수인 반대파로 교인들이 분열돼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버린 통탄할 현실이다. 살기등등한 분위기 속에서 노회 전에 상대편을 비난하는 문서, 이메일 등이 여러 차례 돌았다. ‘산천도 초목도 새 것이 되었고, 죄인도 원수도 친구로 변한다’는 찬송가 가사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성경 구절이 무색할 정도다.
“하나님의 눈물을 생각하며 하나님 편에 서고 싶다”는 한 중도파 교인은 “지난 내분 때 가정불화가 엄청 생겼는데 이번에도 장로 형과 집사 동생이 싸운다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자기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뿐 그들의 안중에 예수나 교회는 없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30여년을 이 교회에 몸담았다는 다른 교인은 “만리타향에서 한인끼리 오순도순 살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건데 서로 싸우는 모습이 도깨비놀음 같다. 어떤 시에는 한인 교회가 싸우면 출동하는 전담 경찰관과 소방대원까지 있다고 한다. 이제 교회에 그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분쟁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만이 정의임을 확신하는 당사자들이 기도하며 싸우고, 믿음으로 쟁론한다는 것이다. 마치, 16세기 절대 권력이었던 가톨릭에 반대해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가 결전의 의지로 작곡 작사한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 되시니’를 가슴에 품기라도 한 것 같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 한국에서 교회를 개척하면 10곳 중 9곳이 문을 닫는다는 시대, 2044년께 한국의 천주교 교세가 2,500만명(전 국민의 56%)에 육박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시대, 예배당이 사찰에 팔려 첨탑의 십자가가 卍자로 바뀌는 시대…. 예배와 더불어 교회가 금쪽같이 중요시하는 ‘선교’를 막는 데 앞장서는 장본인은 과연 누구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진정한 개신교 신자라면.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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