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정책에서 풀어야 할 최대 난제는 불법이민이다.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 앞으로 불법이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기존 불법이민은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공화당엔 진지한 이민정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와 민주당의 포괄적 개혁안에 대한 반대만 있을 뿐이다.
2012년 대통령후보를 뽑는 공화당 경선전에도 이민 이슈에 대한 토론다운 토론이 없다. 하나같이 국경 경비강화 아우성과 함께 그저 누가 더 극우인가를 경쟁하는 반이민 강경발언들만 난무할 뿐이다.
새로운 선두주자 릭 샌토럼이 28일 애리조나 경선을 앞두고 엊그제 처음 방문한 애리조나에서 맨 먼저 찾아가 구애한 지역 명사는 전 주상원의원 러셀 피어스와 쉐리프 조 알파이오였다. 미 전국의 이민사회를 분노케 한 초강경 이민단속법 SB 1070의 기수들 - 피어스는 법안작성자였고 알파이오는 체포된 불법체류자 수용할 텐트까지 마련하고 시행에 앞장섰던 경찰이다.
위기의 선두주자 미트 롬니도 다르지 않다. SB 1070의 초안 공동작성자인 크리스 코바크의 공개지지를 간절히 구해 얻어내 후 자문으로 영입했으며 2월초엔 캘리포니아의 반이민 강경론자인 피트 윌슨을 캠페인의 명예의장으로 임명했다. 윌슨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994년 불법체류자에게 공공교육 및 의료복지등을 금지시킨 주민발의안 187을 적극지지하며 공격적 단속에 나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보수인사다.
공화당 표밭에서 ‘믿지 못할 중도’로 몰리는 롬니가 강경보수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각인시킨 분야가 이민이다. 2005년 기존 불체자를 구제하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합리적’이라고 지지했던 롬니는 2008년 대선 출마 후부터는 강경론을 고수해왔다.
‘이민 판타지’ - LA타임스는 공화후보들의 이민플랜을 질책하며 이렇게 꼬집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대책이란 게 현실을 무시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롬니의 이른바 ‘자진 추방’ 제안이 대표적이다. 1천여만명을 체포해 추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강력단속하면 살 길이 없어진 이들이 제 발로 미국을 떠나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 경제의 상당부분이 이들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기업가 출신’ 롬니가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미국 내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는 약 700만 명에 달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원하지 않는 저임금단순직이다. 고교를 중퇴하고 단순노동직을 갖는 미국인은 반세기 전엔 전체 남성의 50%에 달했으나 지금은 10%에 불과하다. 불체자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롬니 제안에 따른 단속강화는 이들을 ‘자진 추방’ 대신 더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는 지하경제로 몰아넣어 삶을 한층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의 자손임을 자주 내세우면서도 샌토럼에겐 구체적인 ‘이민정책’이 없다. 불법체류자는 신분 자체가 위법이므로 “미국에서 행하는 모든 행동이 불법”인 ‘범죄자(criminal)’라고 규정하는가하면 불체자가 “미국에 긍정적으로 공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수표밭을 누비며 역설한 것이 전부다.
불체자녀 학비혜택을 지지하고 2,000마일 국경장벽 신설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릭 페리나 장기체류해온 조부모와 군 입대 청년 등 일부 불법이민의 선별구제를 제안한 뉴트 깅리치의 이민플랜은 ‘친이민’까진 못되어도 롬니나 샌토럼에 비하면 합리적이다. 그러나 페리는 중도하차했고 깅리치도 곤두박질, 하위권으로 처진 상태다.
공화당은 요즘처럼 극단적 반이민 정당이 아니었다. ‘이민의 나라’의 전국 정당답게 대체로 중도 온건정책을 유지해왔다. 특히 부시대통령은 2004년 재선 캠페인 때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족 가치관은 (밀입국 통로인) 리오그란데 강에서 멈추는 게 아니다”라며 친이민 입장을 강조하며 당시 라티노표의 40%를 얻었었다. 공화 후보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많은 이민자는 가족의 유대와 개인의 책임을 중요시하는 ‘사회문화적’ 보수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금년 공화경선을 관전하는 이민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기본인권과 현실을 무시한 이들의 강경일변도 발언은 듣기에도 불편하다. 불법체류자 친척이나 친구를 가졌다면 공화당의 집권을 두려워해야할 정도다.
본선이 시작되면 공화 후보도 좀 달라지긴 할 것이다. 2010년 센서스에 집계된 라티노 등록유권자는 1,100만명, 아시아계는 380만명이다. 이보다 적었던 2008년에도 이민자 표밭의 압도적 지지는 오바마 당선의 주요 견인차였다.
이민사회에서 전폭 지지하는 드림법안을 강력반대 해왔던 롬니는 라티노 표밭이 큰 플로리다 경선에 앞서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불체 청소년이 2년제 대학을 마치거나 군에 입대하면 신분 합법화 길을 열어주는 드림법안 중 군 입대부분은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니 기다려보자. ‘말 바꾸기’의 명수로 알려진 롬니가 후보가 된다면 본선쯤엔 드림법안 전체 지지로 바뀔 수도 있을 테니까.
이민자 표밭에서 ‘이민’은 생존 자체와 직결된 이슈라는 걸 공화당도 명심했으면 한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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