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그 시퍼런 서슬에 사람들은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던 얼마 후 부정축재자 명단이 발표됐다. 거기에는 전 직 고위 장성에, 군 출신 정치인들의 명단도 포함돼 있었다.
신군부세력은 선배들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정치적 거세를 한 것이다. 80년대 초 한국의 상황이다.
‘중국공산당은 부정부패로 몰락할 수도 있다’-. 제3세대 중국 공산당 1인자였던 장쩌민이 자주 하던 말이다. 장쩌민은 그러나 그 부정부패란 것을 정적 제거의 방편으로 주로 사용했었다.
1995년 그의 최대 정적이던 북경시 서기 천시퉁을 몰락시킨 방법이 그랬다. 그에게 부정부패혐의를 씌었다. 장쩌민은 그렇게 그를 제거하면서 대대적 숙청을 단행, 이른바 ‘베이징방’의 뿌리를 뽑아버렸다. 당시 북경시 부시장인 왕보오씬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12년 1월23일. 중국에서는 ‘춘제’(春節)로 불리는 음력설날. 600여명의 인민해방군 장성 앞에서 중국군 상장(한국은 대장) 류위안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전 국가주석 류샤오치의 아들로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군내부의 부패심각성을 거론하며 “내가 직위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부패와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얼마 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 고위인사가 옷을 벗었다.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의 구쥔산 부참모장의 종적이 사라진 것. 그는 부패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2월6일. 사천성 청두에 있는 미국 영사관. 변장을 한 한 중국의 고위관리가 뛰어들어 망명을 신청했다. 미국영사관에서 그는 하루를 보냈다. 같은 무렵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는 사실상의 청두시 공격을 감행했다. 70여대의 경찰차량에, 700백 여 전투경찰관을 동원해 미 영사관을 포위한 것이다. 목적은 왕리쥔 체포였다.
왕리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갱들과의 전쟁으로 현대의 포청천으로 대중의 추앙을 받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충칭시 공안국장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그에게 붙은 것은 부정부패원흉이라는 레테르였다.
동시에 그의 측근들이 하나 둘 주변에서 사라졌다. 2명이 맞아 죽었고 다른 한명은 자살을 했다. 자칫 희생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에서 그는 망명을 결심했다. 얼마 전 까지 주군(主君)으로 모시던 보시라이의 어두운 비밀과 국가기밀문서를 지니고 미영사관으로 도망간 것이다. 현재 그는 북경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여러 가지 설을 종합하면 뭔가 윤관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는 거다.
10월 열리는 공산당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후진타오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와 장쩌민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 그리고 개국공신 고위 자제들을 지칭하는 태자당 간에 자기 계파의 상무위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3대 세력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중국공산당은 물론 군도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도 권력투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치 마피아 영화의 장면을 방불케 하는 왕리쥔 체포사건은 그 자체적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공산당은 일당 지배를 위해서는 정치 체제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갈등 요소가 있어도 표면화하지 않거나 외부로 불거지기 전에 봉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국원이나 상무위원 등 고위 지도부의 선출 과정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은 선출 과정에서 불가피한 잡음이 외부에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 싸움의 양상이 그런데 여간 심상치 않다. 외부로 알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어지면서 권력투쟁 속살의 일부가 드러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아주 특이한 전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곤경에 몰린다. 그럴 경우 미국 영사관으로 뛰어 들어라. 그러면 살길이 생긴다는 전례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중국의 권력투쟁은 공정치 않은 죽이기 아니면 죽는 게임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시스템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의 정치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히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 불신감은 그러면 어떤 결과를 불러 올까. 지도자간의 심각한 분열상이다. 그런 정황에서는 조금만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어도 ‘제2의 왕리쥔’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일부 공산당 간부의 그 같은 돌출 행동은 거대한 정치소용돌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월 전인대를 앞두고 걸핏하면 부정부패혐의자로 몰아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파 간의 난투극은 더욱 살벌하게 전개될 것이다. 후진타오 체제가 레임덕 현상을 보이면서 공산당 일당 지배를 위해서는 정치 체제 안정이 필수라는 불문율마저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문제 전문가 시장산의 지적이다. 동시에 그는 이런 전망을 내리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몰락이 임박한 것 같다.” 맞는 전망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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