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인은행권이 한국 하나금융그룹의 새한은행 인수 발표로 들썩이고 있다.
하나금융이 신주 유상증자를 통해 새한은행의 지분 51%를 매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새한은행과 지난 10일 체결하면서 양 측은 물론 한인은행권은 이번 인수가 한미 양국의 감독당국 승인을 받아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모우고 있다.
양 측이 MOU 체결을 통해 확고한 인수 성사 의지는 대외적으로 과시했지만 사실 인수 절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수 발표가 자칫 인수 성공으로 착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 측 관계자들도 이번 인수가 지난 3년간 한국은행의 미주 한인은행 인수로는 세 번째 시도이고 이전 두 번 시도가 무산됐다는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고 토로한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 우리금융지주가 한미은행 인수를 시도했으나 감독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해 7월 무산됐다. 이에 앞서 2010년 11월에는 역시 하나금융이 커먼웰스 비즈니스은행의 지분 37.5% 인수를 시도했다가 감독국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전례가 있다.
두 번 모두 은행 지주사에 대한 단독 감독권을 보유하면서 미국 내 은행 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새한은행은 이번에는 FRB 승인을 낙관하고 있으며 여러 정황을 볼 때 FRB가 승인을 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커먼웰스은행 인수 시도 당시 승인 거부의 주 이유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하나금융 지분보유가 정리됐다고 밝혔다. 특히 하나금융은 최근 인수를 마친 한국 외환은행이 LA와 뉴욕에서 에이전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법인의 인수를 FRB가 승인한 사실에 고무 받고 있다. 새한은행 측도 현재 감독국으로부터 강력한 ‘조건부 영업중단 명령’(C&D) 제재상태에 있지만 하나금융 인수는 새한은행 측에 신규 자본이 투입되면서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새한은행이 한국의 3대 시중은행인 하나금융의 투자를 통해 앞으로 한인사회를 위해 더욱 큰 대출을 할 수 있게 되고 한인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분명 환영할 일이다.
자산규모만 366조원으로 어림잡아 3,268억달러 규모(1달러=1,120원 기준)의 거대한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불과 수 천만 달러 투자로 오랜 숙원이었던 미국 금융시장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니 분명 양 측에는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한은행은 이번 인수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일부 새한은행 주주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주주들은 2010년 새한은행이 완료했던 6,000만달러 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로 현재 새한은행 총 발행주식 2억3,900만주의 72%에 해당하는 1억7,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새한은행의 최대 주주 그룹이다.
당시 증자에 참여한 한 주주는 “새한은행이 지난해 4년 만에 순익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에 들어섰는데 너무 성급하게 은행을 헐값에 팔았다는 생각”이라며 “은행이 고비를 넘겼고 앞으로 계속 순익을 내면서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는데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주주도 “현재 새한은행의 장부가는 주당 25센트로 아직도 6,000만달러 증자가의 35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다 해도 35센트 이상을 지불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여 주주들은 별 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현지 경영진과 이사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동반자적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등 진정한 현지화를 이뤄내겠다”고 누누이 강조한 점은 고무적이다.
새한은행의 로고를 직접 디자인했고 은행의 이름 결정 과정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정원훈 초대행장은 자서전에서 새한 명칭의 ‘새’는 새롭다는 것이고 ‘한’은 한민족을 뜻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한인을 위한 한인은행의 새로운 탄생을 상징한다고 밝혔었다. 이번 하나금융 인수를 통해 지난 1991년 설립돼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새한은행이 미주한인을 위한 진정한 미주 한인은행으로 새롭게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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