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샌토럼이 처음으로 전국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이번 주 들어 발표된 5개 공화대선 경선후보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한 평균 지지율은 15일 현재 샌토럼이 33.7%로 미트 롬니의 28.3%보다 5.4 포인트나 앞섰다.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13일과 14일 갤럽, 퓨센터, 뉴욕타임스, CNN 등 4개조사가 2~3 포인트 차이였던데 비해 어제 오전에 나온 라스무센 조사에선 39% 대 27%로 확 격차가 벌어졌다.
또 한 번의 반짝 돌풍일까, 롬니의 후보지명을 뒤흔들 태풍일까. 그 대답을 줄 첫 시험대가 28일 롬니의 홈타운 미시건 프라이머리와 3월6일의 오하이오 프라이머리다.
샌토럼의 급상승세는 미시간과 오하이오까지 휩쓸고 있다. 미시간에선 3개 조사 평균결과 36% 대 27%로 샌토럼이 롬니를 압도하고 있고 15일 발표된 퀴니피액 대학 오하이오 조사결과 역시 샌토럼이 36%를 얻어 29%에 머문 롬니를 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비상이 걸린 롬니진영은 미시간에서 총공격에 돌입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은 샌토럼도 4만여 달러를 들여 롬니 공격 TV광고를 시작했으나 롬니와 롬니지지 수퍼팩이 쏟아 부을 광고료는 30배나 많은 120여만 달러다. 바야흐로 광고대전의 개막이다.
돈 많고 조직 탄탄한 롬니군단의 무자비한 공격은 지금까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와 플로리다 프라이머리 직전 네거티브 융단폭격으로 뉴트 깅리치의 급상승세를 폭락시킨 전적을 자랑한다. 그래서 롬니의 샌토럼 초토화를 흥미진진하게 기다리는 ‘관중’들도 있긴 하지만 샌토럼 공격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공화전략가들은 경고한다. 우선 그에겐 불륜이나 횡령 같은 결정적 약점이 없다. 게다가 플로리다 때 지나친 네거티브 광고전으로 무소속의 지지율을 상당히 까먹은 롬니로선 무조건 샌토럼 때리기보다는 보다 고차원적 전략이 필요하다.
지지율은 치솟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샌토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릭 페리보다는 토론실력이 한결 낫고, 허만 케인보다는 아는 게 훨씬 많은 정치가이며, 팀 폴렌티보다는 박력있고, 확실히 깅리치보다는 사생활이 깨끗한 후보” - 그동안 공개토론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그의 모습은 이런 정도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롬니의 캠페인 광고를 통해, 언론의 검증을 통해, 공개토론에서 깅리치의 공격을 통해 샌토럼의 모든 것이 하나하나 드러날 것이다.
그는 1958년 이탈리아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났다. 심리학자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빠진다는 건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종교는 생활의 중심이었다. 펜스테이트와 딕킨스 법대를 졸업하고 피츠버그대학에서 MBA 학위까지 받은 젊은 변호사 샌토럼이 정치에 입문한 것은 32세 때였다. 펜실베니아 주 연방하원의원에 첫 도전하여 7선의 민주당 현직의원을 꺾고 당선되었다.
직설적이고 야심만만했으며 개혁을 벼르는 조급함에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 건방지고 반항기 가득한 7명 공화당 초선의원들이 뭉쳐서 결국 일을 벌였다. 하원 내 은행과 우체국 제도를 남용한 중견의원들의 관행을 부도 스캔들로 비화시킨 것이다. 현 연방하원의장 존 베이너도 포함된 이들 ‘갱 오브 세븐’의 리더로 활약하며 자신을 ‘워싱턴의 기득권층을 위협하는 개혁가’로 각인시킨 샌토럼은 4년 후 연방상원에 입성했다.
2000년 상원에 재선된 그는 당시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어떤 논쟁도 꺼리지 않고 보수가치관 수호에 기꺼이 앞장섰다.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를 강력 반대했으며 ‘지구온난화’는 과학적 사기로 일축했고 진화론에 맞선 창조론 교육의 입법화를 추진했으며 동성애를 수간에 비유했다가 동성애자들의 보복캠페인 역풍을 맞고 ‘구글폭탄’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구글 검색에서 ‘santorum’을 치면 외설스런 내용의 신조어라는 정의가 맨 먼저 뜨고 있다.
상원 공화위원장에 당선되며 서열 3위로 뛰어오른 그는 빠르게 파워를 확보했으나 로비업체와의 유대 구설수에 휘말리며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006년 중간선거에서 18포인트 차이로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한 리버럴 시민단체가 선정한 ‘최악의 부패의원 20명’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상원에서 가장 ‘가난한’ 의원들 그룹에 속했던 그를 부패와 연관시키는 동료들은 거의 없다.
유세장에서 왜 샌토럼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자주 “진실해보여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말 바꾸기’의 달인으로 알려진 롬니와는 대조적이다. ‘미스터 로저스’를 연상시키는 스웨터 베스트 차림의 친근한 ‘패밀리 맨’ 이미지도 보수표밭에선 상당한 인기다.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스웨터 베스트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금 적게 내는 억만장자’ 롬니와는 달리 탄광광부의 손자라는 출신배경부터 그는 블루칼러 유권자에게 훨씬 잘 어필할 수 있는 후보다. 사회적으로는 보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부자와 대기업 증세를 찬성하는 포퓰리스트,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백인 근로계층이 그를 적극 지지하는 보수표밭이다. 그리고 운명의 격전지,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스윙 유권자들이 바로 이들이다.
앞으로 2~3주 샌토럼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들의 호감과 공감을 표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경제 없다”는 추상적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경제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의 최대 약점인 ‘당선 가능성’ 증명도 현실적인 경제대책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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