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인과 연, 즉 인연(因緣)에 의해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인연의 사전적 의미는 인(因)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직접 원인이요 연(緣)은 이를 돕는 외적 혹은 간접적 원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이 두 개를 합해 원인(原因)의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연에는 좋은 인연이 있고 스쳐가는 인연, 나쁜 인연도 있다.
좋은 인연은 좋은 만남이다. 스쳐가는 인연은 옷깃이 스치듯 그냥 바람처럼 지나가는 만남이다. 나쁜 인연이란 나쁜 만남이랄 수 있다. 흔히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의 인연은 천연(天緣), 즉 하늘이 맺어준 연이라 한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인과(因果)에 의해 발생된 연이기에 그렇다. 이런 만남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연은 인연(人緣)이다. 혹 부부간의 연도 하늘이 맺어준다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이란 말은 있다. 그러나 하늘이 맺어줘도 헤어지면 남남이다. 부부간의 연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人)과 사람(人)과의 만남이기에 그렇다. 부자와 형제, 자매 사이는 헤어져도 남남이 아니다. 죽은 후에도 계속 혈통으로 남는다.
건강을 해치는 병에도 인연이 있다. 사람이 병드는 것도 우연(偶然)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인과 연으로 나뉘어 질 수 있는 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인(因)은 유전자 (DNA)에 기록돼 있는 선천적 요인이랄 수 있다. 이런 병들은 간질병 같은 유전질환, 난치성 질환, 신경성 장애 등의 희귀병들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병이 발생하는 연(緣), 즉 후천적 원인으로는 공해를 비롯한 환경오염을 통해 발생하는 병들을 들 수 있다. 사업장과 직장 등에서 받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병도 있다.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환절기에 닥치는 감기 등도 이에 포함된다. 또 음식물을 잘 못 섭취해 오는 각종 병이나 암, 에이즈 같은 병도 후천적인 연에 속할 수 있다.
이렇듯 병의 원인이 선천적, 후천적인 인과 연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과 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확률도 높다고 한다. 특히 치명적인 병일 때는 인(因), 즉 선천성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그것은 마음에서부터 생길 수 있다. 마음에는 부모와 선조들의 마음까지도 연결돼 있어 병이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안철수와 인연을 맺자”며 안철수에게 줄대기를 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기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철수’라는 팬클럽까지 생겼다. 나철수는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의 줄인 말이다. 인연 만들기를 이렇게 줄만 선다고 되는 것일까.
인과 연을, 줄을 서서 돈으로 사려하는 사람들의 속셈은 뻔하다. 이런 게 민심인가. 돈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 인연이다. 연은 후천적이니 어느 정도 가능하다. 수십억의 정치자금을 동원해 그를 민다면 연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인은 그렇지 않다. 하늘이 닿아야 한다. 세상엔 좋은 사람을 만나 출세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짝을 만나 평생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있다. 조상 잘 만나 부자로 사는 사람도 있다. 좋은 스승을 만나 대학자로 사는 사람도 있다.
건강을 타고 나 병치레 안 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가난을 만났어도 극복하여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연(緣)이 인(因)을 이겨낸 상황이다.
반면, 골골 거리며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쁜 사람을 만나 죽도록 마음고생 하는 사람도 있다. 짝을 잘못 만나 능력이 없어 이혼도 못하고 폭력에 찌들려 사는 아내도 있다. 제 탓은 안 하고 조상 탓만 하는 불효의 후손들도 있다. 있는 자리에서 더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뱅이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팔자소관인가. 아니다. 인과 연이 합친 결과(結果)다.
오는 2월14일은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발렌타인데이(Valentine’s Day)다. 연인이란 부부나 애인일 수 있다. 꽃 집 1년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날이란다. 선물을 서로 주고받으며 좋은 인연을 확인하거나 맺는 날이다. 좋은 만남, 나쁜 만남의 선택은 하늘도 도와야 하지만 70%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인(因)을 30%로 보고 연(緣)을 70%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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