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스포츠가 빛을 보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아이비리그 스포츠는 체육장학금조차 없는 스포츠의 가장 순수한 형체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출신인 뉴욕 닉스 가드 제레미 린(23)과 버펄로 빌스 쿼터백 라이언 피츠패추릭(29).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미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에서 작년 16강까지 올랐던 코넬, 현재 미 대학농구 전국랭킹 탑25에 들어있는 하버드(22승2패)…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교실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고 누가 운동에 전념할 여건을 만들어줘야만 뛰는 셈인 대부분 한국선수들과는 많이 다르고, 또 오로지 돈과 명성을 위해 뛰는 게 아니라 그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열성에 불타는 ‘승부사’들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공부도 잘 하는 세계 최고 명문 특대생들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힘쓰는 곳”에서 써내려가고 있는 ‘인생역전’ 드라마가 마음을 움직인다.
NBA에서 하버드 출신 아니면 중국계 선수를 찾아보기가 더 어려운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 뉴욕에 ‘린새니티(Lin-sanity)’ 돌풍을 몰고 온 린은 둘에 다 해당되는 ‘희귀종‘이다. 6피트3인치 신장의 가드인 그는 북가주 팔로알토 하이스쿨 주장 출신이지만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인근 스탠포드와 UC-버클리(캘리포니아)를 비롯해 UCLA와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모두 이력서와 하이라이트 DVD를 직접 돌렸다고 한다. 그 중 체육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은커녕 농구팀에서 뛰게 해주겠다고 보장하는 대학이 하버드와 브라운밖에 없어 그 중 하버드를 선택했다는 것.
UCLA의 어시스턴트 코치는 나중에 “직접 입학금을 내고 들어오면 기회를 줘볼 생각이었는데 돌아보면 우리가 주전 포인트가드를 놓친 판단이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린은 하버드에서도 꽤 괜찮은 커리어를 작성했지만 그래도 NBA 재목은 아닌 것으로 평가돼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995년 제롬 앨런(펜실베니아·U펜) 이후 처음으로 뽑힌 아이비리거가 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프리에이전트로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계약, 2003년 크리스 더들리(예일) 이후 7년 만에 다시 NBA 코트에 아이비리거가 생겼다. 아이비리거 중에서도 하버드 출신 NBA 선수는 1954년 에드 스미스 이후 린이 장장 56년 만에 처음이었다.
린은 NBA에서도 작년 12월에만 두 번이나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상으로 마침내 기회가 오자 두 경기에 걸쳐 53점에 15어시스트로 폭발, 중국계 명문대 출신이 NBA를 강타한 ‘中大’ 사건을 터뜨렸다.
U펜 출신으로 지난 2004년 한국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피버스에 나가 뛰었던 애덤 첩도 생각난다. 그는 하이스쿨 졸업 때 목적이 뚜렷했다. 자신이 정작 NBA에서 뛰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3월의 광란’ 무대에서는 꼭 뛰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따라서 키가 6피트10인치나 되는 센터로서 장학금을 주겠다는 ‘마이너’ 대학도 몇 군데 있었지만 그 당시 아이비리그 챔프 자격으로 거의 매년 NCAA 토너먼트에 나가던 U펜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U펜 교육을 받아둬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첩들이길 잘했다” 소리를 듣기도 했던 그는 끝내 NBA 유니폼을 입지는 못했지만 목적대로 NCAA 토너먼트에서는 두 번이나 뛰었다. 그리고 한국과 스페인을 걸쳐 독일에서 아직도 프로농구 선수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있다.
NFL에서도 몇 개월 전 아이비리그 출신 쿼터백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화제였다. 오라는 곳이 없어 하버드에 갔다가, 그 후로는 하버드에서 뛰었기에 과소평가됐던 라이언 피츠패추릭이 버펄로 빌스의 주전 쿼터백 자리를 꿰찬 끝에 작년 10월28일 6년간 5,900만달러 계약서에 사인하는 해피엔딩을 연출했다.
뒤져보면 뉴욕 양키스의 전설 루 게릭(콜롬비아), 미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상원의원까지 지낸 NBA 스타 빌 브래들리(프린스턴), NFL에서 12년 동안 뛴 러닝백 칼빈 힐(예일), NHL 명예의 전당 골텐더 켄 드라이덴(코넬) 등도 아이비리그 출신 스포츠 스타들이다.
<이규태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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