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된 농경지서 병원균 옮겨 살균·린스해도 남을 수 있어
▶ 식중독에 신장 손상·사망까지
바로 먹을 수 있는 포장 샐러드는 대개는 안전하다. 그러나 아주 조금이라도 병원균에 오염된 잎채소가 다른 채소들과 함께 씻겨지고 포장돼 섞이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식품 안전성에 관한 걱정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만도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제대로 씻지 않은 캔탈로프(Cantalope) 멜론을 먹고 식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이 30명에 달했고, 지난해 9월에는 캘리포니아산 로메인 상추, 방울토마토에서 리스테리아균과 살모넬라균이 검출돼 리콜됐고, 포장 시금치에서도 살모넬라균이 발견되는 등 병원균에 오염된 식품 때문에 몸에 좋은 채소라도 혹시 먹을 때 무슨 대장균에 감염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간편하게 비닐 포장돼 바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는 과연 안전한지, 정말 한번 더 씻지 않아도 될지, 궁금해진다. LA타임스는 최근 건강 섹션에서 이 문제에 관해 심층 보도했다.
#오염된 채소가 어떻게 포장 샐러드에 들어가나
편리하게 포장돼 나오는 플래스틱 봉지 샐러드는 건강과 편리함을 갖춘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봉지 샐러드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특히 ‘3번 씻음’(triple-washed), ‘바로 먹을 수 있음’(ready to eat), ‘미리 씻음’(pre-washed), ‘완전세척’(thoroughly washed) 등이 쓰인 제품은 왠지 다시 씻지 않고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분이 든다.
미국에서는 경작지에서 수확되면 바로 씻어져 비닐 백에 포장되고, 판매지로 이동된다. 생산 후 바로 씻고 포장돼 소비자에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염된 잎이 포장된 채소에 섞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오염된 채소 잎이 같이 씻어져 봉지에 들어가면 다른 채소에 병원균을 오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해로운 병원균이 씻는 과정에서 물에 흘러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물론 모든 병원균은 불로 조리하면 괜찮다. 화씨 160도 고온에서 채소를 조리하면 이콜라이 균뿐 아니라 웬만한 병원균은 죽는다. 그러나 양상추나 로메인 상추 같은 녹색채소를 불에 가열해 먹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장된 샐러드를 먹으면서 이콜라이균(E.coli O157: H7)이나 리스테리아균을 떠올리지 않는다. 또 샐러드를 먹기 때문에 왠지 건강해지는 기분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포장된 봉지 샐러드를 먹고 가볍게 설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콜라이균이나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문제다. 2006년 미국의 최대 잎채소 산지인 살리나스 밸리 지역 시금치가 이콜라이균에 오염돼 5명이 사망했으며 100명 이상이 대장균 식중독 때문에 병원 신세를 졌다.
특히 이콜라이균에 감염됐던 어린이들 중 신장 손상이 올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혈성 요독증후군(hemolytic-uremic syndrome, HUS)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에 싸여 급성 신부전증을 유발한다. 대개 어린이들이 걸릴 수 있으며 2006년 이콜라이균에 감염됐던 29%는 당시 18세 이하로 오염된 시금치를 먹은 후 이 합병증에 걸렸다.
잎채소 싹은 경작지에서 토양에 가장 가깝게 자란다. 토양이나 관개 수로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 농장 주변을 배회하는 야생동물로부터 영향을 받기 쉽다. 땅에서 자라는 양상추나 시금치의 경우 모든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기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2006년 시금치 이콜라이균 오염 때 당시 조사팀은 이콜라이균이 발견된 농장 경작지를 조사한 결과, 야생돼지가 소들이 풀을 뜯어 먹는 주변을 잘 돌아다닌 점에 주목했는데, 이는 이콜라이균이 동물의 장에서 기생하기 때문으로 동물 배설물로 채소가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하게 씻어져 나올까
샐러드 회사들은 채소를 씻을 병원균과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살균제, 대개 염소(chlorine)를 사용한다. 염소 살균제가 들어간 물로 씻고 린스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아주 소량의 병원균이 살아남아 깨끗한 잎을 오염시키는 것.
농장 업체들도 고심이 크다. 다양한 최신 방법이나 연구를 통해 최대한 완벽하게 씻어 제품을 생산하려 노력한다.
테일러 프레시(Taylor Fresh‘s)사에서는 스마트워시(SmartWash)로 불리는 T-128 채소 세척이 염소 살균제 효과를 더 높이는지 연구해 왔으며, 프레시 익스프레스(FreshExpress)사는 염소 살균제를 대체하는 자체 브랜드인 ‘프레시 린스‘(Fresh Rinse)를 개발했고, 어스바운드(Earthbound)사는 감귤류를 바탕으로 한 염소-프리(chlorine-free) 살균제를 테스트하고 있다.
그냥 씻는 것만으로는 이콜라이나 살모넬라균에 의해 형성된 얇은 점액의 막(바이오필름)을 쉽게 제거할 수 없다. 병원균에 오염되면 병원균이 풀처럼 딱 붙어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오필름을 채소에서 제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여러 채소 회사에서는 이 바이오필름을 채소에서 제거하는 살균 세척법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기술인 초음파, 개스 세척방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무리 세척 방법이 최신화되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씻는다고 해도 채소의 오염 위험을 100% 줄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생물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세척 시스템에서도 살아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콜라이균(E.coli O157: H7)
1993년 패스트푸드 체인점 ‘잭 인 더 박스’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600명이 대장균 변종 O157:H7에 감염돼 4명이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콜라이균은 이전까지는 비교적 덜 해로운 대장균으로 알려졌었다. 또 2006년 시금치에서 발견되고, 2010년에는 동부에서 로메인 상추로 인해 26명이 병원에 입원한바 있다.
이콜라이균(대장균)은 심한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고, 증상이 심하면 피가 섞인 설사를 한다. 또한 심하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이라는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소의 배설물에 오염된 채소, 물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이콜라이 균에 취약한 식품으로는 갈은 쇠고기, 저온살균되지 않은 우유, 채소 등이 있으며 레스토랑 음식이라도 주방장이나 종업원이 만약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씻지 않은 경우 이콜라이균이 음식에 전염될 수 있다. 병원균에 감염되면 하루 혹은 일주일 안에 발병한다. 한편 이콜라이균은 화씨 160~165도에서 15초간 요리하면 파괴된다.
#포장된 봉지 샐러드 그냥 먹어도 될까?
‘3번 씻음’(triple-washed) 제품은 대부분 씻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히려 이미 씻은 제품을 다시 씻으면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장샐러드는 포장되기 전 파워 샤워로 씻겨지고 급속 드라이로 말려 나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무리 깨끗한 집이라도 부엌에서 다시 씻는 과정에서 싱크나 샐러드 탈수기, 칼, 도마, 행주, 사람의 손을 통해 해로운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UC데이비스 소비자 리서치 센터 크리스틴 브룬 디렉터는 2007년 발표한 ‘식품생산 경향’에 관한 저널에서 식품 안전에 관한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잎채소가 들어있는 포장 제품의 채소는 ‘미리 씻음’(pre-washed)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굳이 다시 씻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컨수머 리포츠(Consumer Reports) 지에서는 2008년 포장 샐러드를 자체 조사한 결과, 포장 샐러드도 다시 씻을 것을 권유한 바 있다. 컨수머 리포츠는 뉴욕 메트로 지역의 돌, 프레시 익스프레스, 어스바운드 등 16개 브랜드의 200패키지를 자체 조사했는데, 조사결과 다행히 이콜라이균,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장균군(Coliforms)은 39%, 장구균(enterococcus)
23%가 발견됐다.
컨수머 리포츠는 되도록이면 신선한 제품을 고르는데 ▲소비기한(use-by date) 날짜에 임박한 제품보다는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제품을 고르고 ▲‘미리 씻음’(pre-washed) 또는 ‘3번 씻음’(triple-washed)이라고 쓰여 있어도 다시 씻을 것 ▲교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생 육류 옆에는 채소를 멀리 떨어뜨려 보관할 것 등을 권했다. 대개 샐러드 제품은 소비기한보다는 1~5일 정도 남아 있거나, 6~8일 정도 남아 있는데, 전문가들은 6~8일 남은 제품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눈으로는 알 수 없다
이콜라이균에 식품이 오염됐는지 여부는 눈으로 봐도, 냄새나 맛을 봐도 알 수 없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예방법
-날 음식은 최대한 깨끗이 씻어 먹는다. 표면이 단단한 제품은 문지르며 씻는다.
-음식을 준비하거나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꼭 씻는다. 주방도구나 주방은 뜨거운 물로 조리 전과 후에 닦는다.
-날 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분리해 놓는다.
-음식은 되도록 완전히 익혀 먹는다. 간 쇠고기는 화씨 160도에서 조리한다. 핑크색 햄버거는 피한다.
-상한 음식은 냉장고나 냉동실에 있더라도 지체 없이 버린다.
-저온살균을 하지 않은 주스, 유제품, 사과주스 등은 피한다.
-정수되지 않은 시냇물이나 호수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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