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찾는 무보험자나 치과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치과보험 없는 저소득층의 고충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통증 가운데 하나가 치통이다. 일단 본격적인 치통이 시작되면 제아무리 어금니를 앙다물고 참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온다.
사실 주머니가 가벼운 무보험자에게 치통만큼 대처하기 힘든 병증도 없다.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의 마지노선인 병원 응급실(ER)을 이용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병원 응급실의 의사들 가운데 치과의는 없다. 따라서 ER 의료진은 치통 환자의 이빨을 뽑거나 잇몸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저 통증을 가라앉힐 진통제를 제공하는 정도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다. 한마디로 ER에서는 치통의 근본적 원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좋은 예가 있다. 루이지애나주 슈레비포트 병원 응급실 의사인 앨런 솔키는 얼마 전 극심한 치통에 쩔쩔매는 남성 환자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문제의 환자는 지독한 충치로 면역시스템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응급환자였지만 ER에서는 충치를 제거하고 잇몸부위의 고름을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메디케이드 가입자인 환자는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오만가지 질병으로 25개의 서로 다른 약을 복용 중이었고 중요한 수술까지 앞둔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지닌 메디케이드 보험으로는 치과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충치균 감염상태를 보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솔키는 환자에게 한시 바삐 치과 전문의를 찾아갈 것을 권했지만 그는 “돈이 없다”며 도리질을 쳤다.
마음이 급해진 솔키는 직접 구강수술이 가능한 ‘실비치과’를 수소문했으나 예약이 밀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어느 곳이건 최소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의사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환자의 위험한 상태를 설명하고 간신히 최우선 치료 약속을 얻어낸 솔키는 “메디케이드가 의료수가가 훨씬 비싼 다른 치료들에 대해서는 보험혜택을 제공하면서도 70달러 정도가 들어가는 충치제거를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해 치통, 잇몸 화농 등으로 인한 통증을 일시적으로나마 덜기 위해 응급실을 찾는 메디케이드 환자들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ER에서는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메디케이드 치과보험 프로그램의 종류와 적용범위는 주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보통 연방법에 규정된 예방적 치아 치료에 대한 보험혜택은 환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끝이 난다. 메디케이드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공공 의료보험이다. 따라서 연방 정부가 정한 규정에 의해 치과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가입자에게 혜택을 계속 제공할 것인지 여부는 주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
2011년에 나온 연방 정부의 메디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앨라배마,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델라웨어, 미주리, 텍사스, 유타, 버지니아와 워싱턴 등 10개 주는 성인 가입자들에게 메디케이드 치과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나머지 주들의 경우 치과보험 혜택의 적용대상과 범위는 구구각색이지만 대부분 심한 제한이 따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 다른 공공보험인 메디케어도 치과 프로그램이 없다. 65세 이상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는 클리닝(치아청소), 필링(충치 때우기), 이빨 뽑기, 틀니 등의 통상적인 치과 서비스를 커버리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공 의료보험의 성인 가입자들과 무보험자들은 치과적 원인으로 심각한 통증이 발생했을 때 응급실로 달려가게 된다.
루이지애나주 보시어 시티의 저가 치과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인디아 깁슨은 충치 제거를 필요로 하는 자신의 환자들 가운데 40%가 ER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 치과협회는 이처럼 ER을 찾는 치통 환자들의 경우 염증관리를 위해 최소한 두 번 이상 재방문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ER 방문 횟수가 잦아질수록 납세자들의 부담이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연방 보건부 산하 ‘보건지원 및 서비스국’(HRSA)의 2010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ER 방문건수의 1.3~2.7%가 치과적 응급상황과 관련된 것이었다.
ER은 소르키의 말을 빌리자면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치과협회는 2011년 기준으로 메디케이드 환자가 치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ER을 한 번 방문할 때 의료수가로 지급되는 경비를 236달러로 추산했다. 반면 치과를 찾아가 썩은 이빨을 뽑는데 드는 비용은 107달러였다.
하지만 치과협회 사무국장인 필 라탐의 지적대로 “치통환자가 ER을 찾을 경우 일시적으로 통증을 진정시킬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 반면 치과를 방문하면 ER에 지급되는 메디케이드 의료수가의 절반 가격에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소르키는 원인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치통은 언제이건 재발하게 마련이고, 통증의 수위가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환자들이 ER로 달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ER 의료진이 심한 통증을 신속히 가라앉히기 위해 강력한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처방해 주는 경우가 잦아 환자들이 약물 중독현상을 보이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메디칼 디렉터인 로드니 와이즈는 숱한 부작용과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21세 이상 가입자들에게 치과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주 정부의 결정은 “당연히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경기로 세수가 줄어들자 루이지애나주뿐 아니라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워싱턴주도 지난해 메디케이드 성인 가입자들에 대한 치과보험 베니핏을 대폭 축소했다.
HRSA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아이오와, 유타, 버몬트, 위스콘신, 메릴랜드 등 7개 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치과적 원인으로 ER을 찾은 메디케이드 가입자들 가운데 보험적용을 받은 환자들의 비율은 24%를 밑돌았다.
애리조나가 치통치료를 받은 ER 환자들의 46%에게 보험혜택을 제공,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데 비해 메릴랜드가 24.1%로 가장 낮았다.
운 좋게 메디케이드 치과보험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성인 가입자들은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보험 베니핏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푸념한다.
당뇨병과 조울증을 앓고 있는 신체장애인 디앤나 딘(40)은 “루이지애나주 메디케이드 치과보험의 적용범위가 충치 제거와 틀니에 국한되어 있어 충치로 인한 손상을 치료할 수 없었다”며 “음식을 씹을 때마다 이빨이 너무 아파 조만간 국물만 마시며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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