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걸어 다니는 죽은 자’일 뿐이다. 정권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1년 이상을 버텨왔다. 반독재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발포로 그동안 6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하면서.
그 아사드 세습 독제왕조가 그러나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다. 유혈사태의 참상을 보다 못해 미국은 진작부터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아랍연맹도 등을 돌렸다. 유엔도 개입에 나설 채비다. 그리고 정부군도 하나 둘 이탈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임박한 아사드 왕조의 몰락은 그러면 무슨 의미를 띠고 있을까. 엠파이어로서 이란세의 퇴조를 뜻한다. 동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까지가 그 세력권이다. 서쪽으로는 이라크에서 그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그 세력권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종속국이 시리아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역의 하마스 지원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페르시아 제국으로서는 지중해 진출 교두보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반독재 시위의 바람은 이란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사드의 몰락은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다른 중요 의미는 없을까.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택시로 달려간 하마의 잔해. 이제껏 본 중 가장 오싹한 광경이었다. 축구 경기장 4개 규모의 지역이 돌풍에 휩쓸린 듯했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남긴 상처는 아니었다. 소수파인 아사드 정권의 알라위파가 다수인 수니파의 도전에 전례 없는 야만적인 방법으로 보복한 것이었다. 하마는 ‘킬링 필드’였다.”
1982년 무렵 중동일대에 한 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수니파 반군 진압을 명분으로 하마 시를 포격하고 대학살의 만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그 학살의 현장을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이 찾아갔다. 1만7000에서 4만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 ‘킬링필드’의 현장을 확인하고 그는 ‘하마 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아랍세계의 지배적인 통치방식을 ‘하마 룰’로 표현한 것이다. 공포를 각인시킨다. 그럼으로써 반역 따위는 꿈꿀 수도 없게 만든다. 공포를 극대화한 통치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혁명은 공포의 벽을 무너뜨렸다. 곳곳에 비밀경찰이 깔려있다. 독재 권력의 마수가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 친숙해지면서 공포는 점차 사라졌다. 아니,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순한 진압정도가 아니다. 저격수가 총을 난사하는 등 말 그대로 시가전이고 전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려워 않는다. 정면으로, 때로는 게릴라식으로 시위에 나선다. 다마스쿠스의 오늘날 광경을 전하면서 영국의 가디안지가 보도한 내용이다.
정부군이 오히려 수세에 몰린 인상이다. 그러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하마 룰’이 역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진압군은 대부분이 알라위파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는 날 끔찍한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공포가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러시아만이 감싸고돈다. 관련해 마르완 카발란이란 시리아 출신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시리아는 소련시절부터 중동지역 진출에 있어 주요 요충이었다. 그리고 상당한 경제적 이해가 걸려있기도 하다. 때문에 러시아는 유엔의 시리아 제재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내부적 측면에서 찾았다.
오늘날 중동에서 불고 있는 반독재 시위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것이 푸틴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모스크바에서의 시위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마당에 시리아가 무너진다. 그 경우 반독재 시위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면서 러시아의 국내정정도 불안케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유엔 제재 반대는 자체 정권안보,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해서이지 시리아를 위해서 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시리아사태를 북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 않을까. 이란과 더불어 시리아는 북한의 주요 동맹이다. 그 시리아를 러시아가 돕고 있다. 그런 러시아를 동맹으로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시리아사태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리트머스 테스트인 셈이기 때문이다.
바샤르 아사드는 세습 예정자였던 형이 죽자 아버지 곁에서 후계자 속성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하마 룰’- 다시 말해 반대파는 가차 없이 학살하라는 교육도 받은 모양이다. 아버지시절과 판박이라고 할까할 정도로 학살이 자행되고 있어서다.
그 ‘하마 룰’이 그러나 이제는 안 통한다. 공포에 질려 있는 것은 오히려 집권세력이다.
민중을 가두어 놓았던 공포의 벽이 무너졌다. 그러자 새삼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은 그 벽 너머에 안존해 있던 독재 권력이다. 그것이 지난해 아랍세계를 휩쓸고 이제는 모스크바, 북경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일종의 세계화적인 현상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무엇보다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시리아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가올 불길한 운명에 몸서리를 치면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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