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 중에서 좋아하는 곡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 ‘러브 스토리’ 중에 나오는 ‘눈장난’(Snow Frolic)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음악 중에는 엔리꼬 모리꼬네의 작품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지바고’ 등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영화음악만이 줄 수 있는 캐쥬얼한 아름다움이라고나할까, 특히 요즘같은 겨울에(물론 이곳은 겨울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겨울추상에 젖어들기에 ‘눈장난’만큼 안성맞춤인 곡도 없을 것이다.
이 작품(러브스토리)은 1970년에 개봉했던 작품으로, 주인공 남녀가 불치의 병, 신분 차이 등으로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대체로 시시콜콜한 작품들이 그렇듯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했고 , 특히 주제곡과 ‘Snow Frolic’등은 음악만으로도 널리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 설레이는 눈장난 ‘Snow Frolic’을 듣고 있으면 여러 아름다운 겨울 소묘들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어린시절 썰매를 타던 추억, 눈 쌓인 언덕에서 대다무 스키를 타던 추억… 방과 후에 친구들과 온몸이 흠씬 젖도록 눈싸움을 하던 추억… 떠오르는 겨울소묘들이 많다.
일년 중 가장 춥다는 1월, 특히 음녁설이 다가오면 우리 집은 일가친척들로 붐비곤 했다. 아버지께서 장손이셨기에 여러 친척들이 많이 찾아왔고 특히 삼촌들이 다락 방에서 겨울을 나곤했었다. 신문지로 도배된 허름한 다락방에서 삼촌들은 연탄난로를 피우고 잠 안 오는 밤이면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는데, 얼굴도 모르던 소피아 로렌… 신성일… ‘맨발의 청춘’ 등도 그당시 들어서 안 내용들이었다.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 그러나 눈 내리는 밤은 참으로 따스했던 시절이었다.
눈의 본질이 그렇듯, 눈은 세상을 아름답게 감싸준다. 진흙밭이든, 집이든, 산간이든 눈은 모든 걸 새 하얗게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을 바라보면 근심 걱정이 일시에 날아가 버리고, 마음은 늘 하얗게 설레게 되곤 하는 것일 것이다.
영화 ‘러브 스토리’는 눈의 환상… 그 매직이 살아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본래 영화가 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에릭 시걸이란 작가가 ‘러브 스토리’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여러 영화사를 찾아다녔지만 진부한 내용… 신파극이란 이유로 퇴짜 당하고 결국 파라마운트 사로부터 저예산 영화를 찍는다는 조건으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저 예산 영화가 흔히 그렇듯, 스타를 섭외할 수 없었던 ‘러브 스토리’는 당시 신인 배우였던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우를 주연으로 영화제작에 돌입했다. 둘다 영화출연 경력이 전무하다시피한 단역 배우들이었고 더구나 여주인공을 맡을 사람이 없어 처음부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알리 맥그로우는 어디서 구했는지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사를 찾아갔고, 파라마운트는 애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맥그로우에게 주연을 맡기게 됐다. 애초 부터 흥행에 기대를 걸지 않았던 이 영화는 주제 음악 역시 얼렁뚱땅 완성한 케이스였다. 작곡의뢰를 받았던 프렌시스 레이는 미국을 방문하지도 않고 프랑스 집에서 대본을 읽고 전화 통화만으로 음악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특히 ‘눈장난’은 즉흥적으로 완성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대충 완성된 이 작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파라마운트에 미국내에서만 흥행 1억달러를 돌파하는, 참으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흥행 대박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명문부호의 아들(올리버)과 가난한 빵집의 딸(제니)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번민하고 있었는데 결국 백혈병에 걸린 제니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웠고, 그 정점에서 울려 퍼지는 곡이 바로 명장면 ‘스노우 플로릭’이다.
내일을 알 수 없는 현실, 불안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삶이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느 맑은 날 아이들처럼 설레며 뛰노는 한바탕 눈장난같은 것은 아닐까… 당시 뉴욕에는 몇십년만에 폭설이 내렸고 아서 힐러 감독은 센트럴 파크에 나가 별다른 연출 지시 없이 배우들과 함께 놀면서 찍었던 장면이 바로 ‘스노우 플로릭’이라고 한다. 눈의 매직이 작용한 것일까? 결국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도 유명한 흥행 대박이 된 것은 물론 1971년 음악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정말 흐뭇한 명화로 남게 되었다.
* 음악 ‘눈장난’ : http://blog.daum.net/sfmusic 에서 들을 수 있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