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의 존 킹은 주말을 빼고는 매일 ‘John King USA’라는 한 시간짜리 뉴스쇼를 맡을 정도로 경험이 많은 언론인이다. 그가 지난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틀 전에 있었던 공화당 주자 토론회의 사회를 보면서 본의 아니게 깅리치의 압승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 정평이다. 토론 날 아침 릭 페리가 물러나면서 깅리치를 지지하는 회견을 했기에 그의 진영을 기쁘게 했었다.
그러나 같은 날 ABC 네트워크에서는 깅리치의 둘째 부인과의 회견 발췌 내용을 산포시켜 깅리치가 현 부인과의 부도덕한 생활을 용납해 달라고 한 것이 이혼 이유라고 말하는 장면이 모든 뉴스 채널에 떠올라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반감으로 깅리치의 패인이 될 것이라는 중평이 돌기도 했었다. 따라서 그날 저녁 많은 시청자들이 CNN 토론 중계를 보게 되었다.
킹이 첫 질문에서 깅리치에게 둘째 부인의 주장에 대해 언급해 달라고 하자 깅리치는 “나는 당신이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을 그런 제목으로 시작한다는데 대해 경악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응수하기 시작하여 대다수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런 식의 질문을 던지는 언론기관의 관행은 “파괴적이고 악의적이며 부정적”이라는 그의 이어지는 대답에 박수 또한 이어졌다.
유권자들의 반 이상이 그때까지도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가 그날 깅리치에게 표를 찍기로 했다는 여론조사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던 롬니는 거의 13% 차이로 깅리치에게 패배 당한다. 롬니의 패인에는 깅리치가 토론에는 달인이라는 이유 말고도 1960년대 말에 대선에 도전했던 자신의 부친이 12년 치의 세금 보고서를 공개한 것과는 대조가 되게 4월에 가서나 1~2년 치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우물쭈물 하는 인상을 준 것도 포함될 것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것 같아서 차일피일 했겠지만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라는 한국 속담으로 보면 대단한 실책이었다.
이제 오늘 실시될 플로리다 예비선거가 관건이다. 만약 깅리치가 플로리다에서도 이긴다면 롬니의 대세론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깅리치에 대한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27%인데 싫어하는 사람들은 56%라는 여론 조사가 문제이다. 만약 그가 공화당 기치를 드는 경우 오바마의 승리만이 아니라 상하 양원에서도 민주당의 압승까지도 예견된다는 대부분 정치 평론가들의 전망 때문에 깅리치만은 막아야 된다는 움직임마저 예측된다.
특히 오바마를 ‘푸드 스탬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깅리치의 청사진은 위태롭다는 게 진보 쪽의 논평이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영도력이 나의 눈에 차는 것도 아니다. 그가 연두교서 연설을 할 때 기립 박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몇 차례 한 정도에 그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비 기퍼즈 의원이 하원의원 사직서를 제출한 그 다음날 하원 의사회장은 양당의원들의 지속되는 박수로 가득 찼었다. 1년 전 애리조나의 자기 선거구 쇼핑센터에서 어떤 미친 인간의 총기 난사로 6명이 죽고 19명이 다친 가운데 중상을 입었던 기퍼즈는 자기 선거구민들의 이익을 위해 자진해서 사직을 한 것이다.
자유로이 반자동 다발 소총이나 권총을 구입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적어도 반자동 권총이나 특별히 길게 만들어 탄환이 많이 들어있는 탄창만은 규제해야 된다는 언급조차 안한 것은 대단한 실망거리다. 전국 소총연합회라는 강력한 로비 그룹의 반대로 낙선할 것을 두려워하는 대통령 후보들이나 의원 후보들이 있는 한 미국의 장래가 밝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방의회가 별로 생산적일 수가 없다는 정설이 금년에도 맞아들어 갈 것이다. 혹시 라틴계 표심을 잡기 위해 대학에 다니거나 군대에 지원한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들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드림법안이나 봉급과세의 절감을 금년 말까지 연장시킨다는 정도의 법이나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바마의 재선을 위해 공화당을 유리하게 할 정책은 기피할 것이고 공화당은 오바마의 패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타협을 거절할 것이다. 2012년 정치판은 이래저래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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