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주 간 한국 언론들을 통해 접하고 있는 한국 내 학교 폭력 사태 소식으로 자식 가진 부모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특히 미국에 살며 아이들을 키우는 많은 한인 부모님들은 언어나 문화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혹시라도 내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거나 아니면 혹여 가해자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더 하다.
사실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또는 그 이후로도 종종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담을 청해 오신 부모님들을 뵐 때가 있었는데, 왕따 문제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우리 모두에게도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척 지나갈 수 없는 문제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실제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정신적, 육체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마음 앓이를 하는 부모님들을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적 사고로 남의 잘못을 선생님이나 다른 이에게 얘기하는 것 자체를 ‘고자질’이라며 부정적인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 오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조차도 받고 있는 고통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하고 문제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 것 같다.
특히 용기를 내어 학교까지 찾아 오셔서 자녀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눈물까지 흘리며 어렵게 얘기를 꺼내 놓으시지만, 막상 끝에 가서는 “선생님, 이 얘기는 절대 선생님만 알고 계셔 주세요”라며 신신당부를 하시는 어머니들을 보면 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너무 속이 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그칠 수가 없다.
보통 이런 경우 지금 겪고 있는 고통보다 더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냥 넘어 가는 것이 좋겠다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피해가 두려워 지금 이미 ‘겪고 있는’ 피해를 그냥 안고 갈 수 없지 않느냐는 저의 호소에도 끝내 “선생님, 그냥 너무 답답해서 찾아 왔어요” 하시며 한숨을 크게 내 쉬는 부모님들을 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이렇게 모두를 아프게 하는 왕따의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가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다. 어떻게 보면 왕따라는 문제 자체가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환경 및 성격, 부모님의 교육관, 철학, 현재 처해 있는 상황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어느 하나 이것이 정답이라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히 부모님들이 아시고 계시면 도움이 될 것은 현재 미국 내의 모든 학교들은 철저하게 학교 내 폭력을 근절하고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교육에 임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그렇기 위해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 선생님, 학부모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부모님의 역할이나 책임의 선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얘기는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학교 측은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그치지 않는데 그 노력은 매년 학생들만이 아닌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내폭력방지 교육프로그램 운영,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이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 피해 사례가 발생 했을 시 일관성 있고 공평하며, 엄정한 처벌 등의 사후 조치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노력들을 뒷받침 해 주는 법적인 제도나 장치 또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인식하시고 계시는 것은 혹시라도 자녀가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판단을 돕는 것이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자녀가 학교에서 다른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음으로 학교를 더 이상 안전한 배움의 장소로 여기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학교를 믿고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부모님의 목소리를 내셔도 괜찮다는 얘기이다.
학교에서 마련해 놓은 왕따 예방책 또는 대처안 등이 보다 더 큰 효과를 내려면 부모님들께서 이를 잘 이해하시고 뒷받침해 주셔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며, 이렇게 학교를 보조할 수 있는 방법은 좀 더 자녀들이 어린 나이 때부터 옳고 그른 것을 가정에서부터 확실히 가르치는 인성교육부터, 혹시라도 왕따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이에 대처함에 있어 학교를 믿고 함께 발 맞춰 나가는 노력까지,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는 각오와 노력 또한 필요할 거란 생각이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왕따와 같은 문제들의 해결은 무엇보다 우리 부모들부터 먼저 책임을 나누어 갖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원진
전 훼어팩스카운티 공립교 카운슬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