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 부터 륙통권이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륙통권이란 여섯가지 기, 즉 에너지를 몸 속에서 잘 돌게 한다는 뜻으로 이 운동은 홍콩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이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처음에는 너무 운동량이 적어 정말 운동다운 운동이 될까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약 삼주가 지나고 나니까 이 운동이 누구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한테 아주 알맞은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보통때 잘 쓰지 않던 몸의 부위가 움직여서 의외로 팔과 다리, 허리와 상체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른 여섯가지를 약 사십분간 하고 나면 몸이 더워지고 약간의 땀이 날 정도여서 할수록 이 클라스에 들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디렉터는 나이가 팔십 하나인 중국인 남자다. 아침 일곱시 경에 시작해서 여덟시 전에 끝나는데 모두가 육십대에서 팔십대가 대부분이며 간혹 구십이 넘은 노인들도 나온다.
한번은 나와 같은 콘도에 사는 구십육세인 베티도 따라와서 시도를 해보았다. 그들은 다리를 드는 운동이나 허리를 굽히는 동작들은 잘 못하지만 아직도 그 연세에 노력하는 그 자체에 경의를 보낸다. 나이가 육십이던 구십이던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앞을 보며 사는 사람들이다.
하루를 더 살던 일년을 더 살던 그날 그날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같은 사람이라도 여러가지 유형으로 구분할수 있다. 리더와 그들을 따르는자,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베푸는자와 늘 얌체처럼 받아만 먹는 자, 항상 남을 칭찬하는 자와 불평불만을 일 삼는 자,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서 우리가 살아 가면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는 이미 결정이 나 있다.
항상 부정적이며 불평불만을 일삼는 자들은 만나도 기쁘지 않고 헤어질 때 늘 기분이 찜찜하다. 반대로 항상 남을 칭찬하고 베푸는 자들을 만날 때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 그들 즉 긍정적인 사람들은 주위를 밝게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
제리라는 이름의 구십 육세된 여자 노인이 륙통권 클라스에 나오는데 늘 먼저 나와서 모든 의자들을 치워 놓고 항상 준비를 해둔다. 그녀는 매주 금요일에 이불짜리 점심이 있는데 거기에도 나와서 발란티어로 돕는다. 한번은 나보고 그 이불짜리 점심을 시식해 보라고 해서 싸구려 음식이 뭐 별볼게 있을까 하다가 맛을 보았는데 의외로 먹을만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로스모어라는 곳은 살면 살수록 매력이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의 편견이 대다수의 쓸모 없는 노인들이 모여서 죽는 날만을 기다리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곳은 수백개의 클럽이 있고 온갖 운동, 즉 유통권이며 타이치, 댄스, 수영장과 골프, 테니스와 탁구 등, 또 정서면에서는 시인들의 모임과 작가들의 모임도 있다. 물론 그 속에는 코리안 아메리칸 클럽도 있어서 일년에 몇번 모여서 바베큐 피크닉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면서 친목을 다지고 있다. 올해에는 새로운 멤버들이 더 좋은 구상을 하고 실천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올해엔 한국인들이 부쩍 늘어서 이젠 백명을 육박하고 있다.
내 친구들도 몇명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우리들은 요즈음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새로운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그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한 일년은 모든 베네핏들을 이용하지 못하고 살았다.
나는 지난 수십년을 아침 걷기 운동으로 건강을 챙겼는데, 늘 근육운동을 하지 못해 무언가 빠진 느낌에 찜찜했는데 이제 륙통권이란 운동을 통해서 그 모자란 것을 보완하게 되었다. 나는 늘 우리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부탁하는 것이 한가지 있는데, 돈을 은행에 저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 있을때 건강을 저금하듯 저축하라는 것이다. 돈은 건강을 잃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건강이 있을 때 돈의 가치가 있지 그것을 잃으면 하나의 휴지에 불과하다.
내 주변에 몇몇 밀리언을 두고도 걷지를 못해 맛있는 외식 한번 변변히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잘 걷는 자들을 제일 부러워 한다.
늘 의사들은 말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고, 이 말은 만고의 진리인 것 같다. 오늘도 산책을 하면서 산자락에 걸린 안개를 보며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해서 감탄하며, 아침 해가 뜰때는 그 주위를 타는듯 붉게 물들이는 그 찬란한 색채에 또 한번 감동한다. 매일 이 아침을 감사함으로 시작할 수 있어 또 한번 마음이 숙연해 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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