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서나 화두에 오르는 주제는 이란의 힘이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는 이란을 두고 “다음 10년간 세계가 직면할 최대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롬니와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란이 최근 발표한 핵개발 능력과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뉴트 깅리치는 이란의 도전을 독일 히틀러의 등장에 비교했다. 신중한 분석가들도 중동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과 파워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진상은 이렇다. 각종 제재는 이란의 경제를 악화시켰다. 이란 정치체제의 균열은 뚜렷하다. 대외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유일한 지지자였던 시리아도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왕정 국가들은 이란을 상대로 결속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 가장 대규모의 미국 무기 수입 거래를 성사시켰다. 유럽은 점점 더 이란에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란의 힘을 가장 간단하게 평가하는 방법은 환율이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당선된 후 1달러의 가치는 9,700리알이었다. 이후 리알화 대비 달러가치가 60%가량 상승하면서 이제 1달러에 1만5,600리알이다.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의회에 최근의 제재는 가장 광범위한 제재”라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살육이며, 우리의 모든 금융·무역 거래, 협정이 감시받고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내 주요 생필품은 지난 몇 달 동안 40%가량 폭등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번 주 보도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에 영향을 주는 각국 제재에 대한 이란의 반응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페르시아식 표현을 써가며 위협했다.
그러나 이란의 핵심권력인 혁명수비대의 마수드 자자예리 사령관은
“지금은 해협 봉쇄 문제를 제기할 때가아니다”며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해협봉쇄는 이란의 수출입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 경제의 60%를 원유 수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협봉쇄는 정부의 마비를 가져올 것이다.
이란 정부의 이런 이견은 이란 정치시스템이 일사불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다. 2년 전까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국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동맹관계였으나 이제 적으로 돌아섰다.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도 아흐마디네자드에 반대한다. 성직자들은 분열돼 있고 힘을 잃어가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이 모든 사람들 위에 군림하면서 이란의 신정정치를 준 군부독재 체제로 바꾸고 있다. 이란의 정치적 안정과 힘을 보여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반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핵 기술은 70년이나 됐고, 만만찮은 과학적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국가 안보와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기폭 장치를 갖고 있다고 해서 강하고 성장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정권교체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깅리치 같은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사비나 이란의 반정부 녹색운동은 핵프로그램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 오히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서방과 협상하면서 너무 많이 양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했던 것 이상으로 수많은 방식으로 이란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가능한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압박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은 이란의 원유수입국이기 때문에 이들이 새로운 제재에 동참 한다면 이란의 경제는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정부가 서방국가와 전략적 화해를 할 준비가 돼있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권은 분열돼 있고, 하메네이는 너무 완고하다. 워싱턴은 이란에 압박을 가하면서 정권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압박 전략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이런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전 세계적 경기침체 와중에서도 원유가는 오르고 있다. 아주 신중하게 고려된 전략이 없다면 이런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압박을 받는 약한 국가는 때때로 강한 나라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본보 특약>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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