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내가 소속되어 있는 미국 연합감리교회 버지니아연회 알링턴 지방 교회지도자 연례교육에 다녀왔다. 매년 알링턴 지방과 알렉산드리아 지방이 공동으로 100여개의 소속 교회에서 봉사하는 평신도와 교역자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인데, 올해는 헌던에 위치한 플로리스(Floris)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렸다. 이 날 이 교회의 담임 목사님도 한 세션을 맡아 강의를 하셨는데 워낙 훌륭하신 목사님으로 정평이 나있는 분이라 나도 그 세션에 등록을 하고 목사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플로리스연합감리교회는 1895년에 세워진 교회로 그 사이 두 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현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 연합감리교회로는 그래도 상당히 규모가 큰 교회로 평균 성인출석 인원이 한 주에 1,2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탐 벌린 목사님은 그 교회에서 14년째 섬기고 계시다. 그 14년간 이 교회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현재 버지니아에서 교인수로 가장 큰 연합감리교회로 자리매김을 하기에 이르렀다. 개 교회의 자체적인 목회자 청빙이 아닌 교역자 파송제도의 전통을 가진 연합감리교회의 교역자들은 한 교회에서 일정기간 동안 목회를 하면 다시 다른 교회로 파송을 받아 목회지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벌린 목사님의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시고 계신 경우가 된다. 연합감리교회에서는 교역자의 파송을 각 연회의 감독이 하는데 아마도 벌린 목사님을 그냥 계속 같은 교회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플로리스연합감리교회 측이 감독님에게 잘 어필을 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교회의 위치를 잘 살펴보면, 전형적인 훼어팩스 카운티의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과 학교무료급식 수혜대상인 저소득층 주민들이 상당히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인접한 곳이다. 저소득층 주민의 상당수가 이민자들로 많은 부모들이 각각 두 개 이상의 저임금 직장을 갖고 일하는 가정들이다. 이러한 위치에 놓여 있는 이 교회가 교회 성장의 열매로 자랑스럽게 내놓으며 이날 강의에 참석한 타 교회 지도자들에게 권유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었다.
교회의 복음적 사명 중에 하나인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이 교회에게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꼭 쉬운 것이 아닌듯하다. 벌린 목사님은 어떤 교회이든지 그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서 사라져도 아쉬워하는 지역주민들이 없다면 그런 교회는 좋은 이웃이 되는 것에 실패한 것이라 했다.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플로리스연합감리교회가 나서서 한 것 중에 하나가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인근의 공립학교 하나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었다. 그 학교에 무엇이든 도울 일이 없겠냐고 연락을 했을 때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에는 무료급식을 못 받아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또 학업에 뒤쳐진 학생들이 많지만 방학 동안 부모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며, 단 한 달만이라도 하루 두 끼의 식사 해결과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물었다.
이에 교회에서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았더니 자그마치 140명 이상이 등록을 했다. 이러한 일들은 큰 교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작은 교회들이라도 여럿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벌린 목사님은 강조했다.
우리 한인사회에서 교회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동체도 없을 것이다. 인적, 재정적 자원의 결집이 교회보다 더 큰 단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만큼 한인사회에서 중요한 역할도 담당해야 하는 것이 교회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한인교회들 중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그 위상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듯하다. 물론 모든 교회가 플로리스연합감리교회 같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꼭 그래야 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충분히 그러한 능력이 되는 한인교회들도 많고, 벌린 목사님 말씀대로 한 교회 혼자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한인교회들과 같이 협력하여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나 한인교회들도 이제 더 이상 한인사회 안에서의 활동만으로 만족하는데 머물지 말아야 한다. 한인사회 밖에서도 좋은 이웃이 되는 일에 우리 한인동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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