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병동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이 떠들썩하다. 큰일이 생겼나 싶어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다가가자 모두들 서로 처다 보며 ‘킥킥’ 거리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는다. 재차 묻자 그제야 한 사람이 나선다.

“어젯밤에 환자가 하나 들어 왔어요. 그런데 남잔지 여잔지 몰라서요.”
“무슨 소리야, 성별 구분이 안 되다니.”

“가벼운 심장 마비인데요. 흉통이 있어 중환자실로 들어 왔어요. 짙은 화장에 역겹기까지 한 향수가 좀 그랬는데 말이에요. 환자들은 입원과 동시에 신체검사 비슷한 것을 하잖아요. 혈압재고 체온 재고 하는 것들 말고도 말이에요. 입고 있던 사복을 벗기고 환자복으로 갈아 입히려고 했어요. 심전도 기기를 가슴에 붙이는데 분명히 가슴이 볼록했거든요. 근육이 좀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별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물수건으로 좀 닦기라도 하라고 권했어요.

그랬더니 불편하지 않다며 그냥 있겠다는 거에요. 그러라고 했죠. 정신이 말짱한 환자였기에 아래 도리 부분까지는 검사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새벽에 그가 일어나서 병실 안의 변기를 사용하는데 서서 소변을 보는 거에요. 그때 제가 막 그의 병실로 들어갔었거든요. 보려고 해서 본 것이 아니라 그가 커튼을 치지 않고 볼 일을 보고 있었어요. 분명히 여자라고 했는데…. 밤 번 간호사도 여자 환자라고 인계해 주고 갔거든요. 근데 제가 목격한 것은 분명 남자였어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물어 보려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병원 내의 소문은 환풍기를 타고 돈다고 느낄 만큼 빠르다. 병원 방침은 환자의 개인적인 비밀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원천 봉쇄를 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 운운하며 교육을 시켜도 잘 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좀 말이 많겠는가.

환자의 방을 찾았을 때는 오후였다. 거주지보다 한 시간 이상이나 떨어진 우리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이유를 알아보고 퇴원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였다. 성전환 수술을 위해 가던 참이었는데 중간에 흉통이 있어 병원 표지 판을 보고 고속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사춘기가 지나며 자신의 성 정체성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체구조상으로는 남자였지만 도무지 여자에게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자 질투심에 불타 죽이고 싶도록 미웠고, 그때 자신의 성향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어려움을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었고, 더구나 부모나 누나들에게는 더욱 말 할 수가 없었다. 졸업 후 대학은 집에서 가장 먼 곳을 택하여 갔다. 그래야만 가족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에서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 나갔고, 그 안에서 그는 그 동안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며 가족들에게서는 완전히 독립했다. 한동안 동거하던 파트너가 있었으나 그는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났고, 자신은 혼자 남았단다. 파트너가 떠난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그건 아직 자신이 하지 못한 성전환 수술 때문이었고, 이참에 확실한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환자는 자신에 대해 참 진지했고 솔직했다. 숨겨야 할 이유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는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놓았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데?”라고 물었다. 웃으며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으면 좀 시원하거든. 여긴 아는 사람을 만날 동네도 아니고, 수술을 받는 곳도 아니고, 내가 여길 또 올 일은 없잖아. 그래서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지.”

살면서 가끔 만나는 이런 이들을 개인으로 인정해 주는 것, 누구한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또 누구한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도 있다. 더불어 사는 것, 함께 사는 것. 이만큼 나이가 들고 나면 그 무엇에도 뾰족한 시선을 세울 일이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그도 누구의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여동생이고 남동생이었다. 다행이 심장엔 이상이 없었다. 그의 수술이 잘 끝나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이제 그만 편안해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