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클래식)은 대체로 두 장르로 크게 갈리는 데 하나는 순음악, 다른 하나는 극음악이다. 순음악은 교향악과 실내악, 독주곡 등을 말하고 극음악은 오페라 및 무대를 위한 음악들을 말한다. 근대 서양음악을 크게 발전시킨 나라는 단연 독일을 꼽는다. 그러나 극음악(오페라등)은 이태리에서 더욱 성행했고 오늘날에도 오페라하면 이태리, 이태리하면 오페라로 통할 만큼 오페라의 유명 작곡가들은 대부분 이태리 출신들이었다. 그러면 왜 이태리에서는 오페라가 성행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태리인들의 국민성을 꼽을 수 있겠다. 심학하고 철학적인 교향악과는 달리 오페라는 극적인 흥분이 가득하다. 열정적인 나라 이태리에서 교향악보다 오페라가 성행했던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 오페라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작곡가 두 명을 꼽으라면 단연 베르디와 푸치니를 꼽는다. 독일출신 바그너도 있지만 오페라하면 뭐니뭐니해도 이태리…, 이태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들이 바로 베르디와 푸치니 두 사람이다. 이태리에서는 베르디를 흔히 God이라고 부르며 자연스러운 존경을 표하곤 하는데, 이태리의 곳곳 어디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바로 베르디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태리를 벗어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작곡가는 바로 푸치니였다.
독일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있었다면 이태리에는 베르디와 푸치니가 있었다. 매우 대조되는 이 두 사람은 극단적인 논쟁을 낳았는데 푸치니(1858-1924)는 베르디(1813-1901)의 사망이후 이태리 오페라를 재 중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이태리의 리카르도 무티(전 라스칼라 오페라 상임 지휘자) 같은 지휘자는 푸치니의 작품는 절대 지휘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왜일까? 푸치니의 작품이 너무 감상주의로 흐른 때문이었다. 푸치니하면 떠오르는 것이 ‘라보엠’과 ‘토스카’ 그리고 ‘나비부인’같은 유명 오페라들일 것이다. 노래들이 매우 아름답고 ‘그대의 찬손’, ‘별은 빛나건만’ 등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아리아들이다. 그런데 왜 푸치니 작품들은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오페라가 오페라다워야지 너무 뮤지컬같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실 그의 3대 작품들로 꼽히는 ‘라보엠’, ‘나비부인’등은 오페라 무대에보다는 뮤지컬 무대에서 더욱 각광받는 작품들이다. 과연 오페라인지, 뮤지컬인지를 구분짓기 힘들게 할 때가 많다. 물론 오페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구분짓기란 매우 애매하지만 푸치니를 배척하고 있는 요소가 바로 베르디라는데 그 아이러니가 있다.
푸치니는 젊은 시절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 오페라 작곡가가 되려고 결심했지만 결국 베르디라는 거대한 장벽은 그에게 대중주의라는 오명을 씌워주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나할까, 극적이고 개성이 강한 베르디의 오페라에 비교해 볼 때, 푸치니의 오페라는 너무 가볍고 참을 수없는 속물의 그것일 수 밖에 없었다. 극적인 예술성의 베르디의 오페라는 푸치니적인 것을 배척하고, 서정적인 푸치니의 오페라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서로 배척하고 있는데, 후발주자였던 푸치니가 베르디를 극복하기에는, 베르디란 존재는 너무 큰 거물이었다.
예술성은 별로인데, 인기있는 작품이 있고 인기는 좋지만 예술성이 빠지는 작품이 있다. 대중은 재미를 선호하고, 비평가는 예술성에 무게를 둔다. 가장 이상적인 공연 예술이란 어떤 것일까? 물론 예술성과 재미(대중성)를 겸비한 작품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작품이 드문 것에 딜레마가 있다.
대중주의라는 비판 속에 작품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푸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오페라계는 앞다투어 푸치니의 작품을 공연해 오고 있으며 푸치니의 오페라가 빠진 오페라 시즌은 김빠진 맥주나 다름없다시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투란도트’같은 작품은 그 어떤 오페라단을 막논하고 시즌 오프닝을 장식하는 단골메뉴로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난 작품이다. 과연 푸치니가 대중들에게 주는 매력은 어떤 것일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러나 그 거절할 수 없는 존재의 달콤함… 과연 어떤것이 진실일까? 무게있는 예술성일까, 아니면 가벼운 대중성일까? 푸치니와 베르디… 매우 헷갈리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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