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삼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행 비행기 표를 살 때의 일이다. 고국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었다. 언제 또다시 한국을 방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 아쉬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왕복 비행기 표를 샀다. 표를 사면서 쉽사리 방문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노스웨스트 비행기 표였다. 비용을 절약하는 마음으로 홀트 입양 기관을 통해 미국 양부모를 찾아가는 고아들의 보호자로 미국행에 올랐다.
미국에 도착한 날짜를 기억하면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비행기 표를 늘 만지작거렸다.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다. 어느 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유는 부모님과 온가족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장도 많은 시간을 빠질 수가 없었다. 비용을 많이 들여서 갈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한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5일에 내 인생의 대문을 활짝 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강심장을 갖고 대담하게 큰일을 만들었다. 그것은 내 인생을 한 울안에 갇히게 했다. 넓은 바닷가에 깊숙이 펼쳐진 어부의 그물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어부는 행여나 놓칠까 슬금슬금 그물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잡힌 물고기는 어항의 행복한 물고기가 되었다. 지독한 어느 어부의 마음에 꽂힌 것이었다.
30년 만의 고국방문이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앞날에 행복을 꿈꾸며 아름다운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에 온 이후 첫 고국 방문이다. 한국 여행을 생각하니 떠나기 전부터 내 마음은 두근거렸다.
드디어 나의 조국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을 떠날 때의 비행장은 크지도 않았다. 아주 아담한 김포 비행장이었다. 그런데 거대하고 웅장한 최첨단의 인천 국제공항이 나를 반겼다. 얼떨떨해진 나는 도착하는 순간부터 입이 딱 벌어졌다.
어머나, 이곳이 한국이야! 마치 옛날에 대한항공 여승무원 시절로 돌아간 착각이 들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로 변해버렸다. 숙소를 향해서 가는 바깥의 경치와 높은 건물들은 옛날에 가난했던 한국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머릿속에 있었던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명동거리에 나갔다. 많이 변했다.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손수레 장사꾼들의 모습은 마치 홍콩의 뒷골목 같았다.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도 역시 많이 변했다.
옛날에 더러운 물과 쓰레기로 가득 찼던 청계천은 지상 낙원으로 변해 있었다. 아름다운 작은 시냇물과 반짝이는 예쁜 조명들을 배경으로 남녀 쌍쌍 데이트 족속들로 가득 했다. 아름다운 천국 같았다.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깊은 마음속의 감격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이 자랑스러웠다. 친척의 도움을 받아 친구가 살고 있는 속초와 설악산에도 갔었다. 가랑비가 머리를 적셨다. 붉게 물든 가을 단풍잎들은 쓸쓸히 떨어졌다. 마치 문학소녀 같은 애절함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점심은 친구의 초대로 횟집에서 해결했다.
2박 3일의 시간을 내어 제주도에도 갔었다. 호암 미술관, 제주 돌 문화공원, 서귀포 잠수함, 유리의 성, 아리랑 파티, 무병장수 테마파크 등등을 돌아보았다. 제주의 한 부락은 옛날 움막집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을 피워 끼니를 지어 먹고 있었다.
가마솥이 두개가 걸려 있었다. 며느리의 것과 시어머니의 가마솥이었다. 아무리 연세가 많은 시어머니라도 식사를 해드리면 늙어서 무시한다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근래 제주도의 관광객들은 일본 관광객들은 끊어지고 중국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 체류할 시간은 2주 밖에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쪼개서 가까운 친구들을 만났다. 옛날에 비행을 같이 했던 대한항공의 스튜디어스 동료들과 선배들도 만났다. 한국의 실정은 정년퇴직을 일찍 한다고 한다.
동료들은 입을 모아 나에게 성공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까지 직장을 갖고 있다고 하는 이유이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으나 미국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진짜로 성공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돈다.
조형자
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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