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과 백인 학생들 사이의 학력차이 문제는 미국 전 지역에 걸쳐 오래전부터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부각되어왔다. 흑백 학생들 사이라 하지만 사실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을 한 편으로 그리고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을 다른 편에 두고 그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전체적인 학력차이를 가리킨다.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은 그 동안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재정지원을 해 왔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지난주 초 워싱턴 포스트에 연재된 특집기사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흑인학생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The Seat Pleasant 59’이라는 제목의 이 특집기사는 1988년에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씨트 플레전트 초등학교에 다니던 59명의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해 5월의 어느 날 오후 이 학교의 5학년생들 모두가 예기치 않았던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당시 프로농구팀인 워싱턴 불릿츠와 프로하키팀인 워싱턴 캐피털스의 구단주였던 에이브 폴린 씨와 디스트릭 포토라는 사진현상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멜빈 코헨 씨가 이 학생들 전원에게 대학진학 시 전액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업체가 위치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교육감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선정했는데 다른 학교에 비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이 학교의 선정이유였다. 재학생의 80퍼센트 이상이 흑인인 이 학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무료급식을 받는 저소득층 출신이었다.
폴린 씨와 코헨 씨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절망하지 않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대학교육이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결국 이 학생들 중 83%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고교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 중에서는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 주 하원에 진출한 학생도 있고,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레지던트로 있는 학생, 첼리스트, 약사, 경찰이 된 학생도 있었다.
또한 트럭 운전사, 레스토랑 웨이터, 아파트 매니저, 엔지니어, 백화점 세일즈맨도 나왔다. 반면 감옥에 가거나, 마약거래를 일삼다가 싸움에 말려들어 하반신 불수의 부상을 당한 학생도 있었다.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대학 전액장학금 약속이나 주위의 도움도 하등 소용이 없었다.
이 특집기사는 폴린 씨와 코헨 씨가 시도했던 ‘실험’에 어떤 결론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육위원으로서 흑백 학생들 사이의 학력차이에 대해 오랫동안 씨름을 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 주는 글이었다. 특히, 왜 같은 동기부여 하에 성공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까 하는 것과 실패한 학생들에게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 동안 흑, 백인 학생들 사이의 학력차이 해소에 진전은 있었으나 그 정도가 아직도 미미한 현 상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위원회나 학교들이 진정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유가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가정이나 주위환경에 현저한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한, 학력차이가 교육당국만의 노력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음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거론하는 데에 있어서는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흑인들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이 백인이나 아시아계 학생들에 비해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학력향상을 위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아무도 과감히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에 솔직한 의논이 있어야 좀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오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나 정치적 타격을 너무 우려한 나머지 정치인들이나 실무자들 그 누구도 손을 대려하지 않는다. 모두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당연하다. 용기의 필요를 느낀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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