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임진년이 밝았다. 하루하루 바쁘고 힘든 삶을 살다보니 새해가 되어도 새로움에 대한 희망보다는 또 무엇이 더 힘들어질까라는 걱정과 한숨이 먼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새해 이른 아침, 해가 바뀌면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지난 세밑에는 갖가지 매체마다 지난해의 큰 뉴스는 무엇이었고, 새해에는 무엇이 달라질까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새해가 아니라 해도 세월이 흐르면 세상살이는 달라지게 마련이고 사람들도 저마다 더 좋은 변화를 향한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할 테니 어쩌면 묵은해의 생각하고 싶지 않은 뉴스들은 다 잊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볼만 하다. 허나 인간 세상이란 것이 해가 바뀐다 해서 갑자기 옛 것이 없어지고 바로 새 것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진데 이런 생각은 어쩌면 허상인가 싶다.
그래도 새해에는 서로 웃으며 말하고 웃으며 손을 잡는 소통과 대화와 화해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 누구나 자신의 꿈과 희망이 존중받고, 술수 없는 권력이 행사되어 세상이 좀 더 밝고 맑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져본다. 가벼운 바람에도 내 몸을 날리어 갈 수 있는 가볍고 정겹고 즐거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어려운 희망임을 안다. 그러나 뭐 이런 꿈을 가진다고 누가 뭐랄 것도 아니고, 결국 꿈은 꿈인 것이니 임진년 새해에 무리해서라도 이런 꿈을 꾸어본다.
2012 임진년을 굳이 역사적으로 다시 거슬러 본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420년, 7주갑이 되는 해이다. 그때 그 시절 그 역사가 후대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준비 안 된 나라, 분열되고 파괴된 민심, 상식과 원칙을 찾아볼 수 없는 나라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역사를 통해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건강하고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족하고 살기에는 너무 어렵고 힘든 구조로 내닫고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 함께 직장을 다니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빨갱이 안 빨갱이를 외쳐대는 이념적 대립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삶을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 2011년 막바지에 터져 나온 1%와 99%의 대립, 월가 시위가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개개인은 부강한 나라, 힘이 센 나라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침략을 받아본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남을 침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라의 부강은 우리의 생활이 풍족할 만하고, 남의 가난함에 그리고 없어서 아픔을 느끼는 이웃에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할 만하면 족하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적 힘이다. 문화는 나 자신을 행복하고 옳은 삶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이웃의 삶도 그리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 종파나 지역이나 정치적 갈등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접근하고 공유하고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거인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2012년은 정치의 해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2012년에는 정치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히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한국은 더욱 그러하다. 단순한 수평적 변화가 아닌 삶의 질이 변하고 이상과 가치가 변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2012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한반도의 불확실성의 확산을 막고 다시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한반도의 2012년은 새 시대의 지평을 여는 승천하는 용의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한국 대학교수들이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 한다.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 있다”고 한다. 2012년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온갖 사악한 것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 세우는, 희망의 새 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재수
민주개혁미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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