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0대가 뽑은 멘토(mentor)는 안철수를 위시하여 박경철, 조국, 법륜, 김제동, 김여진이라고 한다. 그들은 대학이나 혹은 다른 장소에서 대담 형식의 ‘청춘콘서트’나 ‘특강’을 통해 대학생들과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의사 출신이고, 조국은 법대 교수이고, 법륜은 승려이고, 김제동과 김여진은 각각 인기 방송인이며 배우다.
그들이 전하는 말은 이같이 젊은 세대에, 혹은 현 정부나 집권당에 반대적인 진보 측 내지 일부 중도 측에도 어필한다고 들린다. 박원순의 서울시장 선거승리를 계기로 민주당과 야권 진보정치 세력들을 다시 통합하여 가능한 한 박원순과 안철수를 끌어들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까지 승리를 거두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60~80대의 우리 교포들은 그들의 이름조차 생소하다. 그들이 왜 젊은 세대의 멘토로서 인기가 있는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안철수는 1995년 세 사람의 적은 인원으로 연구소를 만들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를 개발하여 수익을 올리는 중견사업체로 성장시켰다. 그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라가 많은 주식을 보유한 그는 주식 부자가 되었고, 얼마 전 1,500억 원을 사회에 기증한다는 발표를 해 찬사도 받았다. 그의 연구소는 컴퓨터 이용자에게 무료백신을 공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인기가 20~40대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이 그간 눈부신 경제성장도 했고,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40대 층에는 아직 실업자도 많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회적, 경제적 불만족들이 있다. 이런 불만족들이 정부나 여당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결과를 보면 젊은 층, 특히 20~40대가 여당 후보보다 야권 단일화 후보에게 더 표를 던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안철수의 몇 마디가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그들의 불만 분출구 역할을 하게 되고, 그들이 흠모하는 유능한 멘토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안철수의 바람이 당장 젊은 층이 기다리는 어떤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또 장차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 그의 인기는 지금 막 오르고 있으나 그것이 아주 일시적 거품일수도 있고, 좀 오랫동안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일수도 있다. 요즘 그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가 나타나면 기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그의 인기를 부추기기도 한다.
박원순도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추진하는 전면 무상급식이나 그 외 다른 정책들이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만일 성공을 못하면 그도 정책만 나열했던 실패한 시장에 불과 할 것이다.
안철수는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대해서 아직은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여권, 야권의 정치계가 그와 손을 잡고 싶어 하지만 그의 속내는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다. 그에게는 그런 침묵이 가장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 만일 그가 침묵을 깨트리고 대선에 출마해 야권의 지지로 야권 단일 후보가 되거나 새로운 제3당의 후보로 나선다면 박원순이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처럼 그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있다.
혹시 여권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의 여당 사정으로 보아 기대하기 어렵다. 여권이던 야권이던 그를 잡아 후보로 내세운다고 하면 그의 정치력과 통치력에 대한 자세한 검증도 필요하다. 대선까지 국민이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는 지금까지 한미 FTA, 북한의 도발과 대응,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치, 경제 분야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어떠한 구상도 밝힌 바 없다. 그의 정치적 구상이 차례로 밝혀지더라도 많은 국민의 지지가 계속될는지는 의문이다. 그 어려운 과제보다는 차라리 한때 휘몰아쳤던 안철수 회오리바람으로 끝내고 조용히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직으로, 과학자로, 교육자로 남아있는 것이 그를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 더 좋을 것 같다.
장윤전
엘리콧 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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