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원, 문화예술인 초청 송년만찬 가봤더니
22일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린‘2011 남가주 문화예술인초청 송년만찬’에서 김종문 부원장이 올 한해 있었던 행사와 사업들을 설명하고 있다.
국악 공연·한국 알리는 웍샵 등
굵직한 올해의 행사들 소개·결산
각계 인사들의 목소리도 청취
새해 사업 공감대 넓히는 계기로
전통적으로 LA 한인사회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한국문화원에 별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아왔다. 문화원이 뭘 특별히 못 해서라기보다, 주류 쪽 한국문화 홍보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동포예술인들은 홀대한다는 섭섭함과 자격지심 같은 게 깔려 있는 탓일 것이다.
게다가 3년에 한 번씩 바뀌는 문화원장과 부원장이 언제나‘호감’인 것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잘해도 좋은 소리 못 듣고, 조금만 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으며, 심한 경우 한국 정부에 투서까지 올라가는 일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삐딱한 시선을 이제는 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역대 어느 문화원장과 부원장보다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소리 소문 없이 무지하게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김재원 원장과 김종문 부원장의 임기 동안에만은.
지난 22일 문화원은 ‘2011 남가주 문화예술인초청 송년만찬’을 열었는데, 이날 솔직히 좀 많이 놀랐다. 1년 사업보고를 들으면서 문화원이 한 해 동안 그렇게나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을 새삼 헤아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적은 예산(연 130여만달러)과 그 적은 인력(문화원장 포함 총 11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살림을 꾸렸는지 여기저기 손 벌리는 단체들도 외면하지 않으면서 모두 번듯하게 치러낸 것이 고맙고도 경이로웠다.
실제로 일년 내내 보내오는 문화원 보도 자료가 하도 많아서 순수예술 공연과 전시행사는 문화부에서, 한글강좌와 태권도, 문화산업 관련기사는 사회부에서 보도하고 있는데, 늘 정신없이 산발적으로 다루다보니 전체 그림을 보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모든 사업과 결산을 한 큐에 보여준 이 날의 송년만찬은 어쩌면 그런 ‘와우’ 효과를 노리고 정교하게 기획된 행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문화원이 3년째 마련해온 이런 송년모임 자체가 과거엔 어떤 문화원장도 시도하지 않았던 행사이다 보니, 어떻게 찔러보아도 ‘문화원 잘했다’는 소리밖에는 나올 수 없는 자리였다.
참석한 120여 문화예술인들도 한결같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는데 밥 한 끼가 뭐 대단하겠는가. 우리를 알아주고, 불러주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해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행사는 7시 정시에 시작, 김재원 원장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김종문 부원장의 영상으로 되돌아보는 2011 문화원 사업행사 리뷰가 10여분간 진행됐다.
그 다음에 분야별(공연, 강좌, 문화교류, 전시, 체육, 축제, 한식, 도서관, 영화, 세종학당 등) 참석자들의 소개와 함께 각 대표가 일어나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1~2분으로 제한한 발언이 저마다 3~5분으로 길어지는 바람에 식사가 늦어지긴 했지만 이 역시 나름 중요했던 순서로 평가된다.
이름만 들었지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 아리송했던 단체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을 뿐더러 문화원의 관할 반경이 얼마나 넓은지도 알게 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았던 각계 대표들은 다음과 같다. 이병임(미주예총 회장), 김찬희(밝은사회운동 LAClub 회장), 이창엽(PAVA 재미한인자원봉사자회 이사장), 이준수(미주한인서예협회장), 오경자(카파미술재단 전 회장), 전영인(캘리포니아 태권도연합회장), 진영호(영진태권도 관장), 캐슬린 최(Carma Media 대표), 한금숙(중앙도서관 사서), 전선경(세종학당 책임교원), 이상숙(다문화연합회장).
김종문 부원장은 “2009년 첫 송년모임에는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을 초청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한해 동안 문화원과 함께 행사를 가졌던 단체들을 초청해 결산하는 컨셉으로 진행했다”고 밝히고 “올해는 게스트들도 말할 기회를 드리기 위해 일부러 순서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10여개 테이블을 분야별로 나누어 관계자들을 앉힌 다음 문화원의 직원들이 자기 담당분야 테이블을 직접 돌며 게스트들을 소개한 것이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름 없이 뒤에서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해온 직원들에 대해서도 인정과 격려가 이루어진 흐뭇한 시간이었다.
다음은 올 한해 LA 한국문화원이 주최했거나 지원했던 행사들 중 주요 내용만 살펴본 것이다. 문화원에 박수 좀 보내주자.
▲ 공연: 문화원 내에서만 20회, 외부 공연을 개최·지원한 것은 47회에 달한다. 한국 전통국악마당인 사운드 오브 코리아로부터 팔도민요와 사물놀이, 예락의 크로스오버 콘서트, 강은일 ‘해금플러스’와 비보이그룹 ‘라스트포원’의 포드극장 공연, ‘공연과 영상으로 보는 육완순의 수퍼스타’에 이르기까지 매달 5~6회씩 숨 가쁘게 행사를 치렀다.
▲ 강좌/웍샵: 주류사회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올해 LAPD 경찰관계자 대상 3회, 셰리프와 고속도로순찰대(CHP) 대상 2회, 교육자들에게 7회 실시해 총 724명이 수료했다. 이외에도 6.25참전 재향군인초청 문화행사, 다도강좌와 웍샵, 명인명무전 웍샵 등을 열었다.
▲ 아웃리치: 한국 문화를 접하기 힘든 미 중서부 지역을 찾아가 한국 종합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9년 시작됐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유타주의 세다와 솔트레익, 아이다호주의 보이지, 라스베가스, 새크라멘토, 달라스, 앨버커키 도시들의 초청에 따라 서울서 온 공연팀을 직접 데려가 전통문화를 소개했는데 올해만 5,250명이 관람했다.
▲ 전시: 30주년 특별기획 ‘재미작가 6인전’으로 시작해 카파미술상 당선작가(이가경)전, 묵향회, 서예협회전, 미술가협회전, 남가주사진가협회전 등 기획전 7회에다 라크마와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을 비롯한 외부전시도 5회 지원했다.
▲ 체육: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2010년 시작한 공립학교 태권도 수업은 올해 12개 학교에서 1,622명이 수강했다. 사범 인건비와 도복 및 장비지원은 물론 처음에는 보험료까지 대주며 시작했는데 학교들이 너무 좋아해 계속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8일엔 페어팩스 고교에서 12개교 수강생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며 성대한 수료식을 가졌다. 이외에도 수백명씩 참가하는 태권도 심포지엄과 경연대회를 지원했다.
▲ 문화산업: 5월에 열린 제1회 로스앤젤레스 K-팝 콘테스트는 미전역에서 176명이 몰려오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또 제7회 다리 어워드는 주류사회의 유력 인사들이 수상하면서 위상과 권위가 한층 높아졌다. 40회에 달하는 한국 영화 상영도 연중 쉬지 않았고, LA 필름 페스티벌과 AFI 페스트 등 각종 주요 영화제 후원도 계속됐다.
▲ 축제: LA타임스 북 페스티벌과 핼로윈 거리축제 등 다문화 축제들에 참가, 한국 홍보 부스를 차리거나 공연팀과 한식, 웍샵 등을 지원했다. 올해 처음 한인축제에도 참가했다.
▲ 한식: 한식 세계화 정책에 발맞춰 PBS 쿠킹쇼 ‘캐슬린의 코리안 키친’과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의 방영을 지원했다. 또 LA타임스 주최의 음식축제 ‘더 테이스트’에서도 이틀간 비빔밥 유랑단의 시식회를 가졌다.
▲ 도서관: 미국 도서관들에 한국 도서와 정보, 영상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센트럴 라이브러리와 공동주최로 ‘북 콘서트’를 열고 전통무용과 퓨전 국악공연으로 호평 받았다.
▲ 한국어학당: 말할 것도 없이 외국인들에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연 4학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 학기 400여명이 등록하며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다. 한국어 말하기대회, 한국어 노래 경연대회 등도 매번 성황을 이룬다.
▲ 홍보 및 국가 이미지: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었고, 무엇보다 정부에 예산을 강력 요청,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 종걸이 보수를 이뤄냈다.
▲ 필드 트립: LA 통합교육구의 초중고교생들이 한국문화원과 코리아센터를 방문해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게임 등 한류를 체험하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 145회,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2005년 교육구에 스쿨버스 비용을 지원해 가며 시작된 것이 해마다 인기를 더해 지금은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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