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최근 75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 제 2차 대전 때 독일이 점령했다가 자유국가가 된 것도 잠깐, 곧 소련 공산주의의 속국이 된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를 신봉하는 극작가 겸 소설가의 운명은 뻔한 뻔자였을 것이다. 하벨은 몇 차례 옥고를 치렀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들은 20년 동안이나 출판 또는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정부가 1976년 어떤 록 뮤직 밴드를 체포하자 하벨은 77헌장이라는 인권운동을 시작한다. 그의 부음에 관한 논설에서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듯이 하벨은 아주 새로운 정치 혁명의 형태를 주창하고 실천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힘없는 사람들의 힘’(the Power of the powerless)이라는 1978년도 논문에서 전체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민들이 그런 정권의 거짓말들을 배척하고 “진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독재정권의 선전에 속지 않고 사실만을 말할 뿐 아니라 독재정권들도 존중한다고 선전하는 기본인권들이 존재하는 양 행동한다는 주문이었으니까 하벨과 그의 동조자들이 한동안 비현실적인 몽상가들로 취급되었던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억압도 계속되었다. 따라서 그의 주장대로 생활하는 데는 크나큰 용기와 희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1989년 10월27일 하벨이 네 번째로 감옥에 갔을 때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해 12월에는 30만 시민들이 “하벨을 대통령궁으로”라고 외치는 데모를 벌였고 그 결과 벨벳 혁명이 성공해 1월1일에는 하벨이 “시민들이여, 당신들의 정부가 당신들에게 돌아왔습니다”라고 연설하는 지각 변동이 생겼다. 그리고 2월에는 미국의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으로서 연설하는 기적이 발생한다.
그는 웅변술이나 카리스마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심지어 자신을 박해했던 공산 정권에 대해서나 소련 종주국의 죄악사 등을 정죄하고 보복하자는 복수심이 없이 도덕과 윤리 실천으로 무혈혁명을 성공시키고 다른 나라들에도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하벨에 대한 논설 바로 위에는 ‘폭군의 죽음: 제 3대 괴물이 북한의 운명인가?’(Death of a tyrant: Is a third generation monster North Korea’s destiny?)라는 논설이 실렸다. 김정일의 돌연사에 관한 것이다. 웬디 셔먼 국무차관이 김정일을 “똑똑하고 지식이 해박하며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었다고 평한데 대한 반론인 셈이다.
김정일의 유일한 업적은 김일성 뒤를 이어 권력자로 생존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의 지혜라기보다는 주변 국가들의 자기 이해 계산에 힘입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기 국민들을 굶어죽게 했거나 강제수용소에 보낸 것을 비례로 따지자면 김정일은 히틀러, 모택동, 스탈린 그리고 캄보디아의 폴 포트와 동격인데 그 뒤를 이어 자격도 없는 27세짜리 아들이 북한을 상속받으려 하는 것이 기괴망칙 하다는 논조이다.
정말로 북한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25시’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나라이다.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했다는 거짓으로부터 출발했고 소련 어느 병영에서 출생했다는 김정일의 출생지도 백두산으로 바뀌었다. 김정일이 죽기 전에 백두산 천지에 지진이 일어나 어름이 깨지더니 하늘이 붉게 되었으며 함흥에서는 김일성 동상 주위를 흰 학이 머리를 조아리고 돌다가 평양 쪽으로 날아갔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만 보아도 거짓투성이인 북한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의 허구성은 그 헌법 서문에서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 통일의 구성이시다”라고 칭송하면서 그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높이 모시겠다”는 각오를 피력한데 잘 나와 있다. 북한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급작스러운 내부 붕괴에 따른 혼란을 두려워해서 김정은 체제 안정을 바라거나 그것에 일조한다면 불쌍한 것은 북한 인민들 뿐이다. 하벨과 같은 도덕적 투쟁마저 존재할 수도 없는 생지옥이 북한이니까 말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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