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꾼들의 집념을 추적하는 인기 TV 프로 ‘골드러시’(Gold Rush) 2부가 지난 10월말부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금요일 밤마다 방영되고 있다. 불경기로 생계가 막막해진 오리건주 샌디 마을의 한량 6명이 알래스카에 올라가 이미 한 세기 전에 끝장을 본 폐광 계곡에서 갖가지 난관에 도전하며 사금을 채취하는 과정을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다.
지난해 시즌에 각자 재산을 처분해 25만달러 상당의 채굴장비 등을 구입한 이들은 포큐파인 계곡에서 고작 2만달러 어치의 사금을 모으는데 그쳤다. 올 시즌 이들의 무대는 캐나다 접경 유콘 지역의 사적지 클론다이크 강이다. 110여년 전 진짜 골드러시를 유발시킨 클론다이크는 시애틀을 오늘날 서북미 최대도시로 부상시키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1897년 7월 17일자 시애틀 P-I지는 1면에 주먹만한 활자로 ‘금! 금! 금! 금!’이라는 통판제목을 달았다. ‘부자가 된 68명이 황금 1톤을 기선에 싣고 알래스카에서 귀환하다’라는 소제목이 따랐다. 클론다이크 강에서 노다지가 터졌다는 뉴스가 퍼지자 미 전국은 물론 유럽과 중국에서까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노다지꾼들이 시애틀로 몰려 들었다.
고작 3,500여명이었던 1880년대 시애틀 인구는 10년 새 4만2,000여명으로 12배나 폭증했다. 노다지꾼들은 겨울이 긴 유콘 산속에서 버틸 1년분의 식량, 의복, 장비 등을 갖춰야만 받아들여졌다. 시애틀 상인들은 ‘노다지 밭의 출입문’으로 불린 지금의 파이오니어 스퀘어 일대에서 7만여명의 노다지꾼들에게 물경 2,500만달러 상당의 물건을 팔았다.
그러나 노다지꾼들은 막상 클론다이크에 도착한 후 죽도록 고생만 했다. 소문대로 금이 많지 않아 시애틀에서 쓴 밑천도 못 건졌다. 채금양이 캘리포니아 골드러시(1849년) 때의 20%에 불과했다. 식량과 장비를 등에 지고 3,000피트 높이의 돌밭비탈을 30~40여 차례 오르내리며 운반해야 했다. 그 일을 맡았던 말들이 3,000여 마리나 과로사 했다.
이런 흥미진진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이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다면 곧이들을 한인이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분명히 국립공원이다. 공식명칭은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국립 역사공원’이다. 지난 1996년 미국과 캐나다 양국 정부가 합의해 만든 4개 공원 중 하나다. 다른 한 개는 알래스카주 스캐그웨이에, 나머지 두 개는 캐나다에 있다.
시애틀 것은 파이오니어 스퀘어의 잭슨 St.과 2가 Ave. 교차로에 있는 1880년대 ‘캐딜락’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시애틀 방문자 안내센터를 겸하고 있어서 무료입장이다. 당초 노다지꾼들의 보급기지 역할을 맡았던 이 건물은 2001년 대지진으로 크게 부서져 2년간 보수공사 끝에 2006년 6월 26일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국립공원’으로 정식 개장됐다.
사람들의 노다지 집념은 TV 프로나 역사 속에만 있지 않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후 워싱턴 주에도 강에서 사금을 채집하는 아마추어 광부들이 많다. ‘탐광자 플러스’라는 친목클럽도 결성한 이들은 1,500에이커에 달하는 산간 하천부지의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본부를 먼로 동쪽의 골드바(금궤라는 뜻)에 둔 이 단체의 회원은 600여명에 달한다.
클럽회원들 중엔 시간이 남아도는 은퇴노인이 많다. 무려 500시간 이상 투자해 고작 300달러 상당의 사금을 채집한 노인도 있다. 시간당 60센트를 번 셈이다. 대부분의 노인 회원들은 금이 목적이 아니며 소일거리로, 또는 건강을 위해 채금한다고 말한다. 500달러 정도로 기본 장비를 구입하면 꼬박꼬박 그린피를 내는 골프와 달리 추가경비가 들지 않는단다.
불경기가 극심할수록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다. 1830년대 대공황 이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일어나자 시애틀시장까지 사표를 던지고 알래스카로 내달았다. 요즘 같은 연말에도 ‘신년 벼락부자’를 염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눈 먼’ 노다지는 없다. 클론다이크의 노다지꾼들처럼 맹렬히 일한다면 누구나, 어디서나, 그 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
윤여춘/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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