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면제품을 대신해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인조로 된 가짜 천이 만들어졌으니 이것이 나일론이다. 이 나일론의 일본식 발음이 나이롱인데 주로 짝퉁, 가짜를 지칭하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도 모르면서 싸구려 논리를 내세우며 스스로 보수라 칭하면 그게 바로 나이롱 보수다. 요즘 동포신문을 보면 이런 짝퉁보수, 나이롱 보수들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부쩍 눈에 띈다.
이들과 일면식도 없고 말을 섞은 적도 없는데 굳이 나이롱 보수라 칭하는 근거는 그들이 신문지상을 통해 표명하는 글과 성명서들을 통해서이다.
보수에도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논리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니스벳은 보수주의의 핵심을 개인의 자유 보장, 재산권 보호, 법치주의로 보았다. 이들은 넓은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내용들이기도 하다. 보수주의자에게는 보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 따라서 이 논리에 근거해서 왜 자칭 보수주의라고 하는 이들을 정통이 아닌 나이롱이라 부르는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이들은 한국 정부,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지적하고 의사를 표명하고 헌법에 보장된 시위라도 하면 그 내용이 북과는 관계가 없고 사상적 문제가 아님에도 바로 종북세력이라 칭하고 북에 가서 살라고 거의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한다.
개인의 사상과 양심은 존중 받아야 하고 정치적 표현 또한 자유로워야 하며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보장원리, 법치주의에 입각하는 것이고 이것이 보수주의, 민주주의임에도 이들은 아랑곳 않는다. 여기가 정치적 자유가 없고 통치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반대하면, 정치범 수용소나 아오지 탄광에 끌려가는 북한 공산국가인가? 왜 북과 김정일 정권을 독재국가, 독재정권이라 칭하고 악의 축이라 비난하면서 하는 짓은 그들과 똑 같은가? 보수가 보수의 가치를 무시하는데 어찌 전통 보수라 볼 수 있겠는가?
이러니 나이롱 보수라는 거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혹시 극좌를 싫어하면서 보수를 가장한 구시대적 극우 파시즘을 지향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들에게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진보진영 전체를 전부 종북세력이라 매도해 버리며 뭔 말을 해도 북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몰아세운다. 토론과 논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역대 독재정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반대 세력들을 종북세력이라 몰아붙이며 탄압을 가하던 못된 버릇을 그대로 답습하는지, 아니면 정말 몰라 진보를 종북이라 착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기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진보세력을 강남좌파, 노동자 농민세력, 종북좌파로 나누는 낯 뜨거운 분별력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나머지 대다수는 정말 모르는 것도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마녀사냥식 이념공세로 수많은 양심적 진보 인사들이 독재정권들에 의해 희생되었고 아직까지 종북이라는 이념의 딱지가 붙으면 버티기 힘든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을 싸잡아 종북이라 매도하는 것은 너무 분별없고 야비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진보가 목소리를 높이면 불순세력들이 선량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책임한 선전 선동을 한다고 난리를 피운다. 그런데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어느 평통위원은 자기 머리에 쓰인 모자가 무슨 모자인지도 모르고 그 무슨 반공단체 회원인양 북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내고 심지어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북한주민들이여 봉기하라”라는 주술적 주문을 외운다. 누가 더 무책임한 선전, 선동질을 하고 있는가? 정말 그 머리에 모자 대신에 꽃이라도 꽂아주어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우리나라 보수의 정체성과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굳이 뿌리를 찾자면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기사회생한 친일파와 반공세력이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들이 스스로 보수라 하지만 표방하는 이념과 논리가 정통이라 보기는 힘들다. 이러다보니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미국에 건너온 동포들 중에도 그저 반공을 외치면 보수고 애국이고 진보하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보수주의자들 중에도 생각과 방법만 다를 뿐이지 나라와 민족의 발전과 장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 생각과 방법이 합리적일 때 공감을 얻고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다.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자. 그리고 상대를 매도하기 이전에 나라와 민족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서로 논의하고 토론 좀 하자. 그렇지 않는 한 계속 나이롱 보수란 소릴 듣는다.
반필인/ 오윙스 밀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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