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하 양원을 통틀어 자타가 공인하는 유일무이한 사회주의자는 버니 샌더스(버몬트주·무소속) 상원의원이다. 민주, 공화 양당 지배 체제가 고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가 성가신 존재라는 의미로 ‘쇠파리’(gadfly)라고 불리는데 본인 자신도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상 싶다.
그런 샌더스 의원이 최근에 시민연합단체 대 연방선거위원회(Citizens United v. Federal Election Commission)란 2010년도 연방대법원 판례를 뒤엎을 헌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2002년에 통과되었던 매케인 파인골드 선거자금법이 회사, 비영리단체와 노동조합들에 의한 선거 광고를 금한 바 있었던 바 그 같은 금지가 연방헌법 수정 제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어기는 것이라는 게 5대4로 결정된 대법원 판례다.
대부분의 공화당 소속의원들은 대법원의 시민연합단체 판결이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선거 과정에 있어서 기업들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뿐이라는 견해이다. 좌우지간 헌법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의 찬성표를 받아야만 하는 조건 앞에서 샌더스 제안의 성공확률은 용광로 속에서 눈송이 하나가 버틸 확률과 같을 것이다.
어쨌건 선거와 돈의 상관관계는 엄연한 현실이다. 돈이 있어야 엄청난 광고비가 드는 선거를 치를 수 있다. 대선이 없었던 2010년도 중간 선거전에 뿌려진 돈이 40억달러에 가깝다는 통계를 보면 된다. 아마도 2012년 대선 때는 그보다 많이 돈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니까 현직에 있는 입후보자들이건 현직들 대신 당선되려는 지망생들이건 선거 기금 모금에 혈안이 되다시피 된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7억5,000달러를 선거 비용으로 쓴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10억불이 목표란다.
그런데 이 칼럼 첫 부문에서 언급한 기업들의 무제한 선거 광고 허용은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개인 후보자에게는 기업의 헌금이 허용 안 되는 반면에 후보자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이슈에 대한 광고나 후보자의 정견 지지에 대한 광고는 무제한 허용한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고양이 눈감고 아옹 하는 식이다.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어떤 정당 또는 후보를 지지해서 당선되면 반대급부로 어떤 결정을 유도해낸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지만 워싱턴의 주요 산업인 로비 펌들이 전직의원들과 고위직들로 포진되어 있는 상태는 의미심장하다.
뉴트 깅리치가 공화당의 다른 주자들에게 맹공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경우 관록과 치부와의 관계가 너무 뚜렷해서일 것이다. 하원의장 때 역사상 유일하게 윤리위원회의 견책을 받았던 그는 자기가 맹비난해왔던 프레디 맥 모기지 연합체로부터 ‘역사학자’로서 한 달에 한 시간씩 3만달러씩 받고 자문해준 결과 160만달러를 챙기는 등 도합 퇴직 후 1억달러를 벌었다는 것인데 그것이 그의 인맥 때문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미트 롬니가 깅리치는 160만불을 프레디 맥에 돌려주어야 된다고 주장하자 깅리치는 롬니가 베인이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가운데 “여러 회사들을 파산시키고 종업원들을 해고시키면서 번 돈을 돌려주면” 그리하겠노라고 응수한 바 있다.
롬니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순자산이 2억6,400만달러인 그가 한 일은 자본주의의 실천일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의사가 수술해서 환자를 살리는 것처럼 잘못 운영되는 회사를 사서 대량 해고를 포함한 구조 조정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것이 부의 창출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유리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다 보면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서 99% 대 1% 현실을 규탄
하는 ‘Occupy Wall Street’ 운동의 촉진제가 된다. 불완전한 인간제도 치고는 가장 낫다는 민주주의조차, 또 개인의 창의성과 노력 발휘를 보장하여 부의 창출로 사회 전반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자본주의마저 인간들에게 만족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유럽의 유로를 둘러싼 재정상의 위기 등 세계 어느 곳도 편안한 데가 없다. 2012년 미국 대선 결과 제반 사태가 호전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실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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