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소식에 온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반도를 쳐다보고 있다. 과연 김정은 후계체제가 연착륙할 것인가? 아직 군부 장악력이 미흡할 것으로 생각되는 김정은에 대해 북한 군부는 얼마나 충성도를 가지고 있을까? 경제적으로 아주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북한의 주민들이 동요하지는 않을까? 내부 권력을 강화, 정착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도발을 강행하지는 않을까? 등등 많은 의구심과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며칠 간 북의 언론보도나 한국의 논평들을 보면 대강의 의문점이 풀린다. 우선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에 대한 의문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지기반이 크지 않은 김정은 권력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나 현재까지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 중국의 조전과 장례위원 명단 발표 그리고 북한군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한국 언론들의 발표를 보건데 단기적으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군부에 대한 장악력 또한 지난 2010년 9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고 2009년 1월 후계자로 지명된 후 20여 개월 만에 그 지위를 공식화했다. 이후 1년3개월여 후계체제 굳히기에 힘을 기울여 왔다. 물론 기간이 짧고 아직 어린 나이라는 단점이 있어 불안한 구석이 있지만 북한 내부 상황을 보건데 군부 장악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것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우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움직임도 현재 상황에서 소요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일단 내부 권력 누수를 막고 안정화에 최우선을 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한국에 대한 도발을 강행하여 위기의식을 만들 아무런 이유도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북한 지도부에게 있어 두 가지 중요한 숙제를 남겨 줬다. 첫째는 북한 내부의 어려운 정치 경제적 상황을 안정시키고, 대외적 관계에 있어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아마 이 수순을 따라 갈 것이라 예상된다. 2012년을 강성대국으로 선언한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불장난을 할 이유는 없다.
위기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회라 했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 상황이 안개 속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위기이며 동시에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대립과 대결 구도로 가던 남북간 대치 국면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이 의지만 있다면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이웃의 슬픔에 함께 아파하며 위로하고 지원함으로써 과거에 가졌던 적대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평화의 동반자로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몇 년 간 남북간 대치 상황을 보더라도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군사적 대립이나 정치적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세워 나가는 것이다. 급작스런 이번 상황을 통해 서로 간 불신과 대립을 걷어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이제 시작하는 김정은 중심의 북한 지도부는 내외적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성의를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북한의 정치적 안정은 한반도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분명히 중요하다.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반도는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후계권력 승계에 대한 도덕성 논쟁은 어차피 한국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에서 무의미한 논쟁이다. 나라의 군사적 안보상황을 높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화해와 협력 정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슬픔에 잠겨있는 이웃을 자극하여 얻을 것은 상황 악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악화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한반도의 그 어떤 돌발적 상황도 남북이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신뢰가 국제사회에서 형성될 때 국제사회도 우리 민족에게 협력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한국정부의 평화의지가 시험대에 놓여 있다. (kacdrus@gmail.com)
이재수
민주개혁미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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