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숙 4년만에 소설집 ‘빛나는 눈물’ 출간
박경숙 소설가가 새로 출간한‘빛나는 눈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창작실’ 입소 집필에 몰두
이민 대하소설 하와이편 완성도
소설가 박경숙씨가 새 소설집‘빛나는 눈물’(문학나무)을 출간했다. 장편‘약방집 예배당’(홍성사)으로 제24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지 4년만이다. 지난 4년 동안 문단에 얼굴 한 번 안 내밀고 집필에만 몰두했다더니, 책을 읽어보니 과연 얼마나 치열하게 일했는지 알 수 있겠다.
새 소설집에는 표제작 ‘빛나는 눈물’을 비롯해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집’ ‘검은 파도, ‘블루 컬러’ ‘전생을 봐드립니다’ ‘오빠를 묻다’ 등 신산한 미주 한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아홉 편이 실려 있다.
뻔하지 않은 소재, 탄탄한 구조,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고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다. 이민자들의 삶과 꿈, 방황과 좌절, 매일의 삶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소설들이지만, 단순히 이민자와 미주한인 커뮤니티라는 특수상황을 넘어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보여주고 있다.
박경숙은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미주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스승인 소설가 현길언 주간은 “박경숙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고, 소설을 온몸으로 쓴다”면서 “아주 특별한 작가이며 소설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이 더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다.
현 주간은 “그의 작품은 이민사회의 일상성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간의 꿈을 형상화하기에 적절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과가 있고, 이것이 그의 소설이 주는 특별한 재미”라고 설명한다.
해설을 쓴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도 “이 소설집은 미국 한인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극찬하면서 “박경숙은 미국 문단의 중요한 작가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이 땅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경숙은 미주작가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몇년간 한국의 ‘창작실’에 입소해 몇달씩 집필에 매진했던 특별한 경험도 갖고 있다. 한국에는 작가들이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어진 스튜디오들이 많이 생겼는데 물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발표된 책이나 칼럼 등 작품심사와 소설가협회 추천 등을 거쳐 선별된 작가에게 무료로 집필공간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규모가 작은 곳은 6~7명 정도, 토지문학관처럼 큰 곳은 15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로서 박씨는 2008년 ‘토지문학관’에서 머무른 것을 시작으로 작년엔 이문열 작가가 만들어놓은 ‘부악문원’에서 3개월을 지냈고, 담양의 ‘글을 낳는 집’에서도 한달간 글을 썼다고 한다.
“미국에서 동 떨어져 생활해온 해외작가로서 유명작가, 무명작가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하며 문학정보들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울러 미주 문학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계기도 됐지요. 아직도 한국에서는 미주동포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진 부분이 많고, 큰 땅에 사는 우리에 대해 질시와 부러움을 동시에 가진 복잡한 이중적 태도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작가들이 잘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그는 한국의 창작실과 어바인의 집을 오가면서 중·단편들만 쓴 게 아니고 장편 2편을 완성했다. 하나는 2007~8년 월간 예술세계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구부러진 길’의 후편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두 권을 하나로 묶거나 한 권으로 정리해 책을 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하나는 이민 100년사를 정리해 보려고 시작한 대하소설 작업으로, 1편 하와이편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민 대하소설을 완성하는 게 소설가로서의 꿈입니다. 우리가 현재 사는 이야기, 지금 한인타운의 한인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우리가 지나온 길을 알아야 하지요. 역사물 쓰는 일은 자료조사도 많이 해야 하고 쉽지 않지만 ‘약방집 예배당’을 저술한 것이 좋은 연습이 되었습니다”
2편은 샌프란시스코편이 될 듯 하다고 밝힌 작가는 “역시 많은 자료와 취재, 조사가 필요한 작업이므로 이에 관련된 책이나 소재를 가진 사람들이 제공해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고 송상옥 선생의 타계 후 미주 한인문단에서 내세울 소설가를 찾기 힘들었다. 박경숙이 그 다음 세대 작가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주목받고, 자존심도 조금이나마 세워주기를 기대해본다.
박경숙은 94년 본보 문예공모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제11회 가산문학상, 연변소설학회 초청 제3회 두만강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집 ‘안개의 칼날’, 장편소설 ‘구부러진 길’과 ‘약방집 예배당’을 출간했다.
ksooklucina@hotmail.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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