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를 논한다, 시대의 조류를 설파한다. 그런 ‘펀디트(pundit)의 세계’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 세계에서 한 때 유행하던 것은 ‘미국 패권론’이다. 그러다가 유행이 바뀌었다. ‘미국 쇠망론’이다.
동시에 시대의 화두인 양 한동안 유행을 탄 것이 ‘중국 부상론’이다. 그러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와 반대 방향의 이론을 제시하면 시류를 모르는 인물 취급을 받았었다. 고든 챙, 로렌스 솔로몬, 대니얼 앨프먼 같은 사람들이 그 경우다.
또 유행이 바뀌었다. ‘중국 부상론 비판’이 이제는 새로운 유행이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그리고 있을 수도 있는 체제붕괴 가능성 등을 꾸준히 제기해온 이들은 점차 외로운 소수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열린 중국관련 청문회도 그렇다. 낙관론은 찾아볼 수 없다. 비관론뿐이다.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에 있어 뒷걸음질 하고 있는 중국, 그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청문회를 통해 집약된 의견이었다.
본래는 투옥된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관련 청문회다. 그러나 이 청문회에서 새삼 제기된 것은 ‘중국 모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하는 질문이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이런 멘탈리티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 중국의 집권 공산당이다. 돈으로, 다시 말해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공산당은 통치의 정통성을 인정받아왔다. 그 중국 모델이 그러나 점차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미 의회의 시각이다.
돈의 논리만이 지배한다. 그 가운데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인권, 자유 등 이상(理想)은 배제된다. 중국 모델은 기초가 극히 부실한 모델이다. 그 중국의 모델은 불어 닥친 경기 불황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이런 지적과 함께 일부 의원들은 현재의 중국을 붕괴 직전의 소련과 비유하기도 했다. 또 이런 말도 나왔다. “소련의 붕괴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아랍의 봄도 마찬가지다. 현 중국 공산정권 붕괴의 경우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중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굴욕의 한 세기’라는 것도 뒤 짚어 보면 외래 사상을 수용하려는 거대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명치유신을 모방하려 했다. 미국의 공화정을 도입하려했다. 심지어 무솔리니의 파시즘도 시도됐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디플로매트지를 기고를 통해 조지아 대학의 왕페이링 교수가 한 지적이다.
공산당 집권 후에도 실험은 계속됐다. 모택동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그 실험은 엄청난 인명피해와 함께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등소평 이후 또 다시 실험이 전개된다.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 등 동아시아국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는 외면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실험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 있다. 공산당의 정치권력 독점상황이다.
하여튼 이런 실험을 통해 중국은 정치경제사상 일찍이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들고 있다. 19세기 식의 원색적인 자본주의와 일당독재를 접목시킨 시스템이다.
이 체제 하에서 에너지,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각종 기간산업은 모두 국유화 돼있다. 그리고 사기업은 북경당국의 칙령 하나면 하루아침 국유화가 가능한 게 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공산당 핵심세력이 아닌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짓이다.
‘중국판 부호 100인’리스트는 그러므로 ‘저주의 리스트’다. 한 때 중국의 최고 갑부가 형무소인생이 되는 등 100대 리스트에 든 사람들은 대부분이 투옥, 자살, 실종, 해외망명 등의 운명을 맞았다. 그러니 중국의 부자들이 틈만 나면 해외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지적과 함께 그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체제붕괴 가능성이다. 그 실험이라는 것이 그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설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인화질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실험실에서 자칫 폭발하기 쉬운 위험한 여러 가지 실험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그 모습이 오늘날의 중국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최근세사를 보면 중요 고비마다 지도자들은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결정을 해왔다’- 한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본주의와 일당독재를 결합시켜 영구집권을 꾀하려는 실험, 인류역사에서 일찍이 찾아볼 수 없는 그 실험이 거대한 폭발로 끝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의 해양경찰이 불법어로를 하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중국선장에 살해됐다. 벌써 두 번째다. 그 사건도 사건이지만 한국인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북경당국의 그 오만방자한 반응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그런 적반하장이 없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뭐 복잡한 해석이 따로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중요 고비마다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해왔다. 그것이 중국의 지도자란 사람들이고, 근육만 있을 뿐 두뇌는 없어 보이는 것이 현 중국의 공산 집권층 지도부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언제 프랑켄스타인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중국, 그 중국으로부터 닥칠 보다 큰 화(禍)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돼 있는지 그 점이 걱정스럽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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