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고등학생인 브라이언(가명)은 만성적인 불안증세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 브라이언은 머리가 좋아서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부모도 사업체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것 같지만 브라이언은 늘 불안해하고 강박 증세를 보이며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에는 자해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유약한 성격을 고쳐주려고 태어났을 때부터 브라이언을 강하게 키웠다고 한다. 브라이언의 어머니는 남편의 성격이 워낙 강직하고 고집이 센 편이어서 안쓰럽게 못마땅한 점도 있었지만 강한 양육방식을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공부도 잘하고 모난 것이 없는 아이였지만 브라이언은 늘 아버지에게 혼이 나곤 했다. 공부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심하게 벌을 받았고 심지어는 저녁 식사도 주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늘 아버지의 잔소리와 강요에 시달렸다.
브라이언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늘 차갑고 엄하게 대하기만 했으며 어머니는 일 때문에 브라이언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주로 보모의 손에 맡겨졌고 좀 더 커가면서는 유아원과 방과 후 학교, 학원 혹은 가정교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브라이언은 친구가 없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도 못하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매우 낮은 편이다.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며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생활이다.
안타깝게도 브라이언은 부모와의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 애착이론 전문가들은 아이의 애착이 생후 9개월부터 형성된다고 보았다. 갓난아이는 물리적·심리적 보호를 받으려고 부모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갓난아이들이 위험이나 곤란을 느낄 때 애착행동이 활성화된다.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아이는 자기 근처에서 보호를 제공할 대상(대개 부모들)에게 애착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에 아이가 애착형성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장래에 자신, 타인 및 세상에 대해 건강하지 못한 내적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을 만들게 된다. 결국 아이는 자신은 불안정한 존재이며 타인과 세상은 믿지 못할 대상이라는 신념을 유지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브라이언은 부모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기면서 여러 가지 심리·행동적인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브라이언의 예는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서 안정감 있는 애착형성이 왜 중요한 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것도 경쟁적인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아이에게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건강한 애착감을 형성한 아이들이 보다 행복하고 똑똑
하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안정감과 애착을 촉진하는 양육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영아기에는 엄마·아빠가 꼭 아이를 돌보도록 하자. 아이가 필요할 때 엄마·아빠가 늘 곁에 있어주면 아이는 신뢰와 애착을 느끼게 된다.
②일관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자. 어느 날은 아이가 울 때 몇 분간 내버려 두었다가 다른 날은 바로 달려오게 되면 아이는 부모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는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③아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부터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에게 말을 해 준다. 의사소통은 출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는 완벽한 형태의 언어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언어적·비언어적 방법을 통해 부모와 대화를 시도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주면 언어 및 정서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④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감정을 잘 읽어주며 적절히 반응해 준다. 부모는 아이에게 감정의 거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짜증, 좌절감, 분노, 행복감 등의 감정을 느끼면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자신의 얼굴에 반영해서 아이에게 표현해 준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감정이 수용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⑤기회가 날 때마다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해줘라. 필자 역시도 아이가 걷지도 못할 때부터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사랑해, 내가 네 아빠야, 여기 보이지?, 걱정하지마, 네가 힘들고 어려울 때 늘 아빠가 네 옆에게 지켜줄게. 너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만 해라" 라고 말해주곤 했다. 지금도 늘 딸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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