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이 함경도이다. 함경도 고유의 음식 중에 특이한 음식으로 가자미 식혜, 가을 참게장, 함흥 비빔냉면, 농마(녹말) 국수 등 그리고 명태로 만든 음식들이 유명하다. 그 중에 하나가 명태로 만든 음식들로 함경도를 대표할 만하다고 하겠다. 명태로 동태국은 물론 북어국, 명란젓, 창난젓, 아감젓, 명태 순대 등 여러 가지 반찬과 음식을 만든다.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의 바닷물고기이며 대구보다 체구가 작다.
명태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진다. 생태, 동태, 황태 등이며, 쉽게 말해서 갓 잡은 명태를 생태, 얼린 명태는 동태, 그리고 덕장에 여러 번 얼리고 녹기의 기화(氣化) 과정을 거쳐서 말린 명태를 황태라고도 한다. 명태는 그 형태에 따라서 또 구분한다. 성체(成體)이지만 크기가 작은 것을 ‘왜태,’ 얼지 않고 말라 버린 황태를 ‘깡태,’ 혹한 추이로 덕장에서 허옇게 말라버린 황태를 ‘백태, 속살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황태는 ‘골태‘라고 한다. 그리고 명태새끼를 코다리, 노가리라고도 한다.
명태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고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세포발육에 필요한 리신과 뇌 영양소인 트립토판도 많이 있으며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고 하며 특히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좋다.
명태는 나와 인연이 깊다. 명태하면 고향 생각이 떠오르며 장난 끼 심하던 소년 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은연중에 떠오른다.
명태는 주로 푸른 동해바다 함경도 지방 연안에서 어획한다. 지금은 연안류의 수온 변동으로 어획량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옛날 명태 철만 되면 전국의 어선들이 청진(淸津), 원산(元山) 등지에 모여들어 성시(盛市)를 이루던 곳이 바로 내 고장이다.
지금 생각해도 혼자 저절로 웃음이 나오며 너무 했지 않았나하는 때 늦은 후회마저 해 본다. 옛날 어렸을 때는 서리가 흥미 있는 작란이다. 닭서리, 참외서리, 콩서리 등 계절 따라 메뉴가 바뀐다. 엄격히 말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런 장난을 소시 때 장난꾸러기들은 거의 해 봤으리라 짐작한다. 지금 같으면 어림 일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참, 그 때만 해도 그리 넉넉지 않은 어려운 시절이었는데도 인정이 있고 인심이 너그러울 때라 하겠다.
장난꾸러기들 몇이 모이면 궁리하며 모의한다는 게 사리이다. 사실 그 때는 소년들이 마땅히 즐기며 끼를 발산할 놀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추위가 다가오면 명태사리의 적기가 다가온다. 함경도 지방 명태 생산지대에는 넓은 공간에 덕장이 많았으며 쭉쭉 곧은 장목들을 가로세로 층층이 엮어 덕대를 세운다. 그리고 그곳에 한 쾌씩 생태를 층층이 덕대에 걸어 놓는다. 생태는 동풍(凍風)에 얽히고 녹이기를 거듭하면서 물기가 빠지고 점차 꼬득꼬득 동태(凍太)로 변해 간다.
이 때 쯤 되면 좀 쑤시듯 몸이 근질근질 어쩌지 못하는 악동들의 모이가 시작된다. 여남은 놈들이 모여 비장한(?) 작정계획을 세우고 D데이 어둠이 깔리면 10리 길 가까운, 작전 지역으로 숨어들어 적진을 살피고 있다가 밤 8시 쯤 인적이 끊긴 틈을 타서 작전을 개시한다. 공격조, 운반조, 감시조로, 분임한 대로 감시조는 망을 보고 공격조가 꽁꽁 언 덕대에서 날쌔게 한 쾌를 벗겨서 던지면 덕대 밑에 대기하고 있던 운반조는 날름 받아가지고, 모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희희덕 거리면서 현장을 빠져 도망친다. 무사히 한 탕 한 것을 대통으로 생각하며 명태서리의 단원을 마감하고 둘레둘레 둘러 앉아 알맞게 얼은 동태 살을 쫙쫙 찢어 숯불에 구워 먹는 그 맛, 그때는 그것이 재미고 그렇게 못된 짓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무모한 행동은 생각도 할 수 없지만 분명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악행이다. 정말 지금 생각하니 철없는 악동들의 장난이었다고는 하지만, 생각하니 너무 지나친 일이었다고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땐 생활환경이 넉넉지 못하고 어려운 시대였으나 맑은 도랑물처럼 순수하고 솜털 같이 따뜻하고 여유 있는 인정과 인심이, 삭막한 오늘에 한 없이 그립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새가슴 같이 콩당콩당 뛰면서도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오며 관용을 베풀어 주신 덕장 주인님들에게 뒤 늦게나마 사죄하는 마음을 담는다.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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