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가진 뉴트 깅리치는 미국 정치인 가운데 팬다와 가장 닮은 인물이다. 그는 또 가장 동물을 사랑하는 정치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도 따지고 보면 동물과 인연이 있다. 11살 때 그는 ‘동물을 모아 올테니 내가 살고 있는 펜실베니아 해리스버그에도 동물원을 만들어 달라’고 시장을 만나 청원을 한 적이 있다. 비록 동물원 건립은 무산됐지만 그는 이때부터 뜻을 이루려면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동물원을 가 봤으며 미국의 여러 동물원을 소개한 ‘미국 최고의 동물원’(America’s Best Zoo)라는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그는 올해 바쁜 캠페인 일정 가운데도 최소 세군데 동물원을 방문했고 중요한 아이오와 토론회를 앞두고도 디모인 동물원에 가 85세 난 거북이 바나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희귀 동물 보호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을 때 그는 당내 일각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를 지지해 통과시켰다. 동물에 대한 사랑은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의 진정한 정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커서 연방 하원의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역사학과 교수를 거쳐 조지아에서 연방하원 의원으로 출마, 당선된 후 착실히 한 단계씩 전진해 1994년 ‘미국과의 계약’이란 공약을 내걸고 40년 만에 연방 하원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으로부터 탈환해 오는 위업을 이룬다.
한 때는 클린턴 대통령을 능가하는 위세를 떨치며 워싱턴을 좌지우지한 그는 대대손손이 먹고 살던 미국의 웰페어 제도를 대폭 수술, 지급 기한을 최대 5년으로 줄이고 수혜 요건을 엄격히 하는 개혁안을 밀어붙여 연방 상하원을 통과시키고 클린턴의 서명을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당시 리버럴 진영으로부터 ‘극빈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악법’이란 지탄을 받은 이 법은 지금은 웰페어 수혜자 수를 대폭 줄여 예산을 절감하고 이들을 근로자로 전환시켜 생산적인 시민으로 바꾼 근래에 보기 드물게 성공한 사회 입법이란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소득세 감축 등 감세 정책을 펴 90년대 호경기를 이끌어 냈다. 1999년 연방 정부가 지난 40년 동안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것도 그의 공이 크다.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도 많은 인물이다. 1995년 말에는 자기 힘을 과신한 나머지 예산안을 놓고 백악관과 대립하다 정부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는데 미국민들은 그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1997년에는 세법을 어겨 하원 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았으며 같은 해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바람을 피우고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도 보좌관과 바람을 피웠다. 그 보좌관이 지금 3번째 부인 칼리스타다.
이런 이유로 그가 98년 중간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하원의장직과 의원직을 모두 내놨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난 것으로 봤다. 그런 그가 지금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속담은 그래서 있나 보다.
그가 1위가 된 것은 폭넓은 정치 경륜과 해박한 지식, 뛰어난 토론 실력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다른 후보들이 자폭한 탓도 크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반짝 했던 바크먼은 극단적 견해와 미국 역사에 대한 짧은 지식이, 가장 경기가 좋은 텍사스 주지사로 온갖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던 페리는 초등학교 수준의 토론 실력이, 한 때 선두주자 자리에 올라섰던 케인은 다양한 여성 편력이 각각 발목을 잡았다.
미트 롬니가 아직 경쟁상대로 남아 있지만 종교가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보는 모르몬인데다 정치인으로 유일한 업적이 역시 공화당 보수파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오바마케어와 닮은 매사추세츠 주민 의료제도라는 점이 결정적인 흠이다.
뉴트는 최근 아내를 따라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돌아온 탕자’를 자처하며 미국민의 용서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과연 공화당은 뉴트를 차기 대선 후보로 선택할 것인가. 흠도 많고 능력도 많은 뉴트는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자니 뼈가 많은 계륵(닭갈비)과 같은 존재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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