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를 맞는 얼굴 모습은 이 지구상 인구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출생은 고통과 기쁨으로 시작되고, 삶은 전설을 남기며, 죽는 종착역에서의 미소는 아름답다. 생사(生死)길에 제 몸 가꾸는 인격처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시인은 죽음을 가랑잎에 비유했고, 성경은 사라지는 안개(약4:14)로 설명했다.
잔에 찬 1% 물에 애 태우고 발광적인 최후 순간이 있는가 하면 미소로 넉넉한 감사함으로 손 흔들며 떠나는 모습도 있다. 멋지고 의연한 자세는 감동적이지 않은가.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긴 숨소리에 새 전설이 담겨진다.
생과 사는 자연의 비밀이다. 단 잘 산 인생은 행복하고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다. ‘잘 사는 인생’을 위해 종교 수행에서 겸손을 강조한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빚 덩어리일 뿐이다. 아침에 눈 뜨면 해와 새 소리에, 낮에는 만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온정, 기쁨, 희망으로 축복이 넘친다. 사려 깊고 따뜻한 작은 말 한 마디는 천 냥 빚을 갚는다. 온정과 칭찬은 고래까지 춤추게 하는 것을 본다. ‘그 때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랑의 빚으로 전설이 시작되는 과정이다.
멋진 인격은 평생 과업이다. 살만한 세상과 아름다운 이웃은 가장 작은 행위와 일에서 시작한다. 살가운 말 한 마디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발이 없는 말은 멀리 퍼진다. 떡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질 뿐이다. 필자가 전수받은 인생처세술로 손녀에게서 칭찬을 받은 할아버지를 보았다. 비법은 다 알려진 세븐 업(7-Up)으로 클린 업(깨끗하라), 드레스 업(정장하라), 샷 업(조용하라), 쇼 업(참석하라), 치어 업(기뻐하라), 페이 업(지불하라), 그리고 기브 업(양보하라) 등이다. 지구가 내일 사라질지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이 중요하다.
한인 사회는 학문과 덕행을 갖춘 사람들의 선비 정신을 자랑으로 여긴다. 모범적인 시민의식으로 924가지가 이덕무(1741-1793)의 ‘사소절’에 기록돼 있다. 다섯 부문으로 정리하면 학행(배워야 한다), 덕행(덕스런 행동을 하라), 절행(명분과 의리에 나서고 물러남을 가려서 하라), 자존(사람을 귀하고 존엄하게 대하되 신 같이 하라), 군자(좋고 유익한 사람의 행세와 도리를 지켜라)로 강조했다. 신사도나 선비행세든 고귀한 모습으로 인정받는 코리안-아메리칸이 바람직하다.
사람이 동물적 본능으로 돌변하고 있다. 망가진 악행(惡行)에 사람이 짐승같이 사는 엇갈린 비극도 본다. 한인사회에 삼불설(三不設), 즉 ‘불만, 불안, 불신’이 만연하고 있다. 막 가는 사회의 결과는 사망(死亡)이다. 최장 독재자로 악명 높던 카다피는 시위 군중에게 전투기 총격 포격까지 명령하더니 배수구에서 기어 나오며 데모 청년(21세)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처참하게 사살되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수십 만 명을 학살하더니 고향의 흙구덩이에서 체포돼 사형대의 이슬이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도 마찬가지였다.
길지 않은 한국 민주주의도 전 대통령들 가운데 총살, 자살, 객사(客死) 등의 참담한 비극이 피로 얼룩져 있다. 영웅이나 못난 사람들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저승갈 때 입는 수의에 호주머니가 없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푼 돈 모으기 안간힘으로 자식과 가족을 향한 집념이 안타깝다. 욕심은 허망할 뿐이다. ‘내 새끼’도 소중하지만 ‘내 체통’이 상처뿐인 수치로 원성이 높아가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양심에 ‘나는 바로 가고 있나’라고 자문해 볼만한 사안이다. 잘 죽어 보고 싶은 의도가 알량한 가문과 명예에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 ‘사람의 크기’를 저울질 한다.
죽음과 명예는 기찻길과 같다. 때가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숙제는 지금 해야 한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처참하나 겁내는 사람은 더욱 가련할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미리 돌아보자. 재물과 권세를 저 세상까지 갖고 간 사람은 없다. 태어날 때 빈손 인 것처럼 갈 때도 그렇게 빈손으로 간다. 보장도 없는 긴 세월을 너무 오래 산 것은 아닐까. 혼자 가는 북망산 길은 안개나 가랑잎이 아닌 자유로움과 해방이란 견해도 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잘 살고 못사는 길이 길게 놓여 있지 않은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