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전은 여전히 ABR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Anybody But Romney, 롬니만 아니면 누구라도 좋다”는 보수표밭의 집념, ‘선두주자’ 미트 롬니 기피증이다. 돈과 조직, 경험과 본선 경쟁력까지 빠짐없이 갖춘 롬니의 지지도는 2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의 첫 투표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바로 눈앞인데 경선판세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보수 정치분석가 에릭 에릭슨은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경선”이라고 단언한다. 왜? “공화 유권자 75%가 ‘공화 후보 롬니’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왜? “그들이 롬니를 좋아하지 않고, 신뢰하지 않고 공감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끊임없이 요동 속에서도 롬니는 꿋꿋이(?) 2위를 고수해왔다. 가을 이후 대망의 선두주자 릭 페리와 허만 케인 등이 차례로 떠올랐다 추락하는 사이사이 잠깐 동안 3번 1위에 올랐을 뿐이다. 케인의 성추문으로 지난 달 선두를 탈환했던 롬니가 이번에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새로운 선두주자는 낯익은 옛 얼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트 깅리치다. 앞선 선두주자들의 일천했던 정계 경험과는 대조적으로 40년 워싱턴 인사이더인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역사학 교수에서 35세에 연방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4년 보수적 정치이념을 집약한 ‘미국과의 계약’을 내걸고 40년 만에 연방 상하원을 동시 탈환한 ‘공화당 혁명’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후 클린턴 대통령시절 막강 하원의장으로 워싱턴을 쥐고 흔들었다. ‘아이디어맨’으로 불리면서 가장 스마트하고 창의적 정치가의 하나로 꼽혔지만 절제 부족으로도 악명 높은 그에겐 1999년 의회에서 불명예 퇴장을 당했을 만큼 치명적인 약점 또한 넘치게 많다 :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외도, 특히 르윈스키 스캔들로 클린턴 탄핵추진을 서슬 푸르게 추진하는 와중에 몰래 벌인 보좌관과의 혼외정사, 주워 담기 힘들게 사방으로 쏘아댄 독설, 독선과 전횡과 윤리규정 위반, 그리고 정계은퇴 후의 로비의혹…
이 같은 흠집들에도 불구하고 깅리치는 11월 들어 공화 경선의 선두주자로 뛰어 올랐다. 선거참모들이 집단사퇴하고 캠페인은 파산지경, 지지율은 3%로 바닥을 기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지금은 24%의 전국지지율로 20%의 롬니를 누르고 있다.
앞서 꺼진 거품들과 “뉴트는 다르다”고 인증해주는 것은 지난 주말 뉴햄프셔주 최대 신문 ‘유니어 리더’의 공식 지지선언이다. “결코 완벽한 후보는 아니지만 혁신적, 전향적 사고와 긍정적 리더십을 깅리치는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4년전 빈사상태에 빠졌던 존 매케인의 캠페인을 되살려냈던 것도 이 신문의 지지선언이었다.
‘깅리치가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고, 1월10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 혹은 2위로 선전한 후 1월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그 여세를 몰아 1월31일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서까지 승리한다면…’ - 롬니에rps 악몽 같은 이 시나리오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려고 한다. 이번 주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깅리치의 지지도가 그렇게 급등했다.
아이오와에선 28% 대 12%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38% 대 15%로, 플로리다에선 41% 대 17%로 깅리치가 모두 롬니를 압도하고 있다. 인사이더어드밴티지 폴의 결과다. 롬니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뉴햄프셔만은 라스무센 조사에선 34% 대 24%로, 인사이더 조사에선 31% 대 27%로 롬니가 앞서고 있다.
만약 케인이 중도하차한다면 그 반사이익도 깅리치가 얻을 것이다. 상당수가 티파티인 케인 지지표가 롬니에게 갈 리가 없다. 당연히 롬니의 전략은 보수표의 분열이다. 그러려면 나머지 후보들이 끝까지 남아 싸워야 한다. 그래야 보수표가 사분오열로 쪼개지면서 힘을 잃을 테니까.
객관적 지명확률에선 아직 롬니가 단연 우세하다. 인트레이드닷컴의 예측은 67%다. 오바마 진영도 롬니를 겨냥한 캠페인광고를 시작한다. 롬니의 최대 약점인 ‘말 바꾸기’를 집중 공격하는 내용이지만 ‘공화 후보’로 롬니를 인정한 셈이니 롬니진영으로선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깅리치에겐 지금부터 1월3일 사이, 몇 주가 생사를 가르는 중대 시기다. 아차 하는 순간 추락이다. 미디어와 경쟁자들의 검증과 공격의 칼날이 조여들면서 조직미비로 휘청댈 수도 있고, 고질적 절제 부족의 실수로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으며 해묵은 약점들이 어떤 치명타로 돌아올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처럼 보다 절제되고 보다 성숙해진 ‘뉴 뉴트’로 거듭났다면 그는 보
수 공화당의 새로운 기수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일까.
‘뉴트 대 미트’의 대결은 깅리치가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후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것이다. 아이오와의 기독교 극우보수 유권자들은 미트의 모르몬과 뉴트의 불륜, 어느 쪽에 더 관대할까.
현재로선 모든 게 예측불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화 경선의 업그레이드다. 깅리치를 부활시킨 요인은 여러 차례 공개토론을 통해 국정전반에 걸친 정확한 이해에 근거한 소신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그의 저력이었다.
그동안 함량미달 선두주자들의 황당 발언으로 서커스를 방불케 한 공개토론이 ‘대통령다운 기본 소양’을 갖춘 두 베테랑의 대결로 압축된다면 적어도 공화당은 ‘바보정당’의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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