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한 사람은 모든 것이 찬란한 듯하다. 무덤 속 망자(亡者)를 미화하고 과장하는 일은 상식이다. 신실한 에세이는 사실만 논하라고 배웠다. 신간(新刊) ‘스티브 잡스’ 전기를 영문 원본(월터 아이작슨)과 아는 문인이 빌려준 한글 번역본(안진환)으로 읽었다. 한글 번역판은 안철수 교수의 추천사를 비롯해 잡스의 성공법칙 등이 줄줄이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에 담겨 있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남의 재능을 훔치거나 자신의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죽음은 ‘죄의 삯(롬 6:23)’이었다.
잡스는 애플의 공동 창시자로 씁쓸한 짧은 인생(1955~2011)을 첨단 상품 개발을 위해 야망을 불태웠다. 망둥이 제 친구 잡아먹는 격이었다. 애플 마니아들의 환호 속에 특허 분쟁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참고 문헌 중에 세 글자가 삭제되었다. 그 상실된 세 마디는 사랑, 감사, 그리고 만족이다.
고생살이 56년간 주린 허기를 채우려고 뙤약볕에 7마일을 걸어 종교단체의 후드 뱅크에서 죽으로 연명하며 배를 채웠다. 가난에 지친 잡스는 친구의 방에서 유숙하며 콜라병을 수거하며 5센트에 팔기도 했다. 병마에 시달리며 두 번(2004, 2009)이나 대수술을 받았다. 죽기보다 아픈 고통이 비참했다.
잡스 사망(10월5일) 후 언론매체는 그를 영웅, 예술가, 과학자, 큰 별, 억만장자 등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의 탁월한 열정과 야망으로 상품포장, 나사 못, 기계에 대한 완벽성과 광기(狂氣)에 대중들은 매료됐다. 저자는 그를 “괴팍한 기업인으로 기회를 낚아챈 행운아”로 적었다. 첫 PC 컴퓨터 착수도 친구 머리에서 준비됐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보다 더 나쁜 것은 세상에 없다.
죽음에 대한 견해는 생명이 딸깍하고 꺼지는 온-오프(On-Off) 스위치(원본 p. 571)일 뿐이다. 모든 애플 제품에는 스위치가 제거되었다. 하나님과 신의 존재에 대하여 50대 50이라고 말했다. 내세(afterlife)에 대한 연민으로 감성적 양심마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경영인으로 가혹한 독선을 즐겼다. 직원을 상처 주는 달인이라고 부인은 말했다. 수 천 명을 혹사하고 해고하면서 감사말 대신 쌍욕으로 내 쫒았다. 잡스는 강조하기를 “애플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ce)”를 반복했다.
종교관은 확실하지 않다. 양부모와 함께 루터란 교회에 출석했으나 인도 불교를 추종하다가 일본의 선불교를 따랐다. 여러 종교는 같은 집이지만 문만 다를 뿐이다(번역 41쪽)는 지론에서다. 대수술이 끝나고 난 후 첫 전화로 인도 구루 아타리와 통화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히피 문화 영향으로 환각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생활방식은 한심했다. 유일한 친구와 더불어 양부모집 차고서 PC 컴퓨터 기계조립을 하면서 애플사(1976)를 창업했다. 이후 잡스는 공동창업자 스티브 위즈니악을 배반하고 헤어진 후에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애플사에서 쫓겨나게 되고 구글(Google)로 갔다가 다시 애플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합리화 하면서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늘 갈망하고 우직하라”고 당부했다. 영리한 고양이가 밤 눈 못 보는 격이다.
학교생활은 놀이터에 불과했다. 양어머니는 잡스를 위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환경을 조성하였으며 글 읽기 등을 가르쳤다. 얼마 후에 양아버지는 고물 자동차를 50달러에 사서 수리해 250달러에 파는 기술습득을 원했다. 그러나 잡스는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는 일을 원했다. 아버지는 그 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그 집 차고에서 잡스는 애플사를 착수했던 것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환상(wild dream)과 돈 벌 야망에 스탠포드 대학은 절대적 가능성을 배려했다.
출생과 성장을 보면 잡스는 샌프란시스코 출신(2/24/55)으로 생후 몇 주 만에 폴과 클라라 잡스 가정에 입양됐다. 그의 생부모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서로 만났으나 아버지가 시리아인 유학생이라고 결혼을 허락받지 못해 어머니가 미혼모로 잡스를 낳았다.
훗날 ‘버림받은’ 운명은 학교에서 ‘사고뭉치’로 전락했다. 버림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통과 번민이 지속(번역 25쪽)되었다. 그의 태생적 환경은 후천적 성역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 평생을 ‘다른 세상’과 이질적 삶의 태도로 범죄 두뇌의 탁월한 지능범행을 드러냈다. 부모 침실의 옷장 벽을 뚫고 성관계 현장을 즐겼고(번역서 41쪽), 유선 전화통의 비밀도청, 환각제 등을 사용했다. “생부모는 내 정자와 난자의 은행이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번역서 26쪽). 친구의 성관계 현장도 관찰(18세)했다. 자전거 타고 거드름 피우는 학우들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물통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 선생의 의자 밑에 폭음탄을 설치하여 신경경련을 일으킨 선생의 고통을 즐겼고(3학년), 어느 선생은 문제아의 횡포에 뇌물공세로 5달러를 주겠다며(4학년) 달랬다. 리드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했다.
일생의 후회는 첫 아이 크리스 앤 브레넌(동갑)의 임신으로 태어난 딸(리사)에 대한 처사였다. 미혼모로 버림받은 자식이 다시 미혼모와 딸을 책임 못 진 고백이다. 이성 간의 운명적 사랑을 무시한 실수였다.
아이작슨은 “잡스는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성격과 반사회적 성향이 다행히도 아내 덕에 구제되었다”고 썼다. 인간관계를 용도폐기 하듯 배신과 탈세로 축적한 재산은 미궁에 쌓였다. 미국은 사랑이 소중하고, 감사가 너그러우며, 만족이 흡족한 곳이다. 잡스에게는 이 세 가지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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