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을 호주에 파병키로 결정했다. 그 호주가 인도에 우라늄을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필리핀, 베트남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했다. 미얀마가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들어가면서 미 국무장관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 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을 환율이나 조작하는 나라로 공개적으로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남중국해 항행권을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시에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구상이다.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모두 망라됐다. 거기에 미국이 뛰어들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중국뿐이다.
두 주가 됐나. 한국이 한미자유협정(FTA)과 관련된 온갖 괴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게. 그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동시다발적인 미국의 외교 공세가 이어졌다. 그 공세에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 “한 주 남짓한 짧은 기간에 한 강대국이 이처럼 도전을 받고 또 체면이 손상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월터 러셀 미드의 지적이다. 중국을 두고 한 말이다.
‘미국, 아시아에 올인’ ‘미국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지역순방외교에 찬사가 쏟아진다. 동시에 쏟아진 논평들이다. 마치 멀리 가 있던 미국이 되돌아 온 것 같은 분위기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아시아,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법이 달라진 것일 뿐이다.
‘윈-윈’(win-win)의 접근방법을 모색해왔다. 최근 역대 미국 행정부의 중국정책이다.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되어 달라’-이것이 그 정책의 골간이었다. 북한 핵 정책도 그렇다.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중국이 나서 북한을 설득해줄 것을 기대했었던 것.
그러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게다가 중국이 보여준 것은 잔득 찌푸린 오만한 얼굴이었다. 결국 대전환이 이루어졌다. 같은 가치관을 같이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로 보아야 하나. 아니다. 아랍의 봄을 맞아 수많은 아랍 청년들이 숨졌다. 그들은 ‘베이징 커센서스’ 도입을 외치며 죽어간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의 댄 블루멘털이 일찍이 한 말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의 경쟁 관계를 체제경쟁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세계인뿐만이 아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인들 자체로부터도 배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350건 가까운 대규모 반정부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 농촌인구의 대다수가, 또 도시인구의 상당수가 굴절된 현실에 좌절감을 보이고 있다. 좌절감을 느끼기는 가진 자들도 마찬가지다. 백만장자의 60%가 해외이민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거나 수속 중이다. 이것이 중국의 오늘날 모습이다.
10억이 넘는 방대한 중국 국민이 겪고 있는 그 좌절감, 분노감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공산정권이다. 이 공산정권의 최대관심사는 집권의 영속화다. 때문에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해외정책 최우선 순위도 체제유지에 안전한 정치 여건을 조성하는 데 치중돼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요구를 잠재우는 것이 ‘넘버1’의 국내 정책이다. 국방비보다도 많은 치안유지비를 쏟으면서까지. 해외정책도 그 연장에서 추구된다. 대만, 티베트, 신강성에 이어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서해 일부 해역까지 중국의 핵심적 이해가 걸린 지역으로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한 중국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날로 팽배하고 있는 중화 민족주의에 영합하는 길이다. 그 입김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중국 군부의 환심을 사는 길이다. 체제유지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내셔널리즘을 부추김으로써 주변 국가들을 굴종시키려든다.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 그리고 서해에서 걸핏하면 완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근육만 있고 두뇌는 없어 보이는 중국, 그 중국은 점차 태평양지역의 안보 위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전통적 의미의 강대국 간의 경쟁이란 관점에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안보경쟁이란 측면으로 볼 때 그 대결구도가 더 명확히 파악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간의 대결 양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웃한 한국에게는 그러면 어떤 중국 접근방법이 요구될까. 저자세는 절대 금물이다. 그것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 원칙에 보다 충실한 의연한 자세가 아닐까. 한쪽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진영과의 ‘가치동맹’이라는 인프라를 두텁게 구축해나가면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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