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국수를 많이 먹었다. 물기가 전연 없이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손으로 여러 차례나 이겨서 반죽된 밀가루 뭉치를 힘주어 미는 나무로 고르게 잘 다듬어진 둥근 방망이 같이 생긴 도구가 있었다. 거의 단단하게 반죽된 밀가루뭉치를 이도구로 계속 밀면 엷게 넓혀진다. 반죽된 밀가루덩어리가 결국 종이 장처럼 엷게 되면 이것을 아주 짧은 간격으로 잘라 국수를 만든다. 칼로 작게 자른 국수를 끓는 물에 익혀서 근진 국수를 조개국물에다 다시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호박이 익기 전 외동이 호박을 잘게 슬은 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워 익힌다. 간장에다 파를 좀 썰어 넣고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으면 좋은 양념간장이 된다. 준비된 칼국수에 데워진 외동이 호박 나물을 약간 넣고 양념장을 적당하게 넣어 먹는데 칼국수 국물자체가 조개국물이기에 맛이 시원한데다 외동이 호박나물과 양념장이 알맞게 잘 어우러지면 칼국수 맛은 정말 일품이다.
여름방학 때 어머님이 준비하시는 반죽된 밀가루 덩어리를 엷게 만들기 위해 방망이로 힘을 주어 미는데 나도 어머님 옆에서 일을 도와 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형산강은 강물이 동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또한 동해 바닷물이 형산강으로 역류해서 흘러들어오기에 조개들이 많고 또한 물고기들도 많았다. 그래서 조 개도 잡고 물고기도 낚시할 겸 형산강에 자주 가며 때로는 농사를 짓기 위해 키우는 황소를 몰고 형산강 언덕에 자란 풀을 먹이기 위해서도 형산강에 자주 갔다. 가족들이 국수를 아주 좋아하기에 여름에 자주 칼국수를 집에서 해먹었다. 주로 형산강에서 잡아온 조개국물에다 칼국수를 먹은 경우가 너무나 많았기에 그때 어머님이 그렇게 만들어 주신 칼국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이 생각날 때가 많다.
물론 밀가루를 기계에서 뽑아 만든 국수도 여름한철에는 자주 먹었다. 연일 정시의 본관이 바로 내가 살든 연일이기에 연일정씨 일족들이 많이 살았다. 정씨 친인척들이 늦은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집안에 결혼씩이 매년마다 많았다. 나이 어린 우리들은 친척들 집에 결혼잔치가 생기면 마냥 좋아했는데 이유는 잔치 집 국수를 여러 그릇이나 먹을 기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잔치 집 국수가 유별나게 맛이 있기에 국수한 그릇 얻어먹고 나와 놀다가 1시간도 못되어 다시 잔치 집에 가서 국수를 한 그릇 또 얻어먹는다. 우리들은 친척 잔치 집에 국수를 하루 몇 그릇 먹는지 시합을 하는 때도 있는데 어떤 경우는 하루 국수 20그릇을 먹은 적이 있는데 30분 간격으로 가서 국수를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삶은 국수를 한 조리 씩 떠서 물이 잘 빠지는 발에다 얹어 두면 물이 짝 빠진다.
잔치 집 국수는 작은 양제기에 물이 짝 빠진 국수 한 재기를 넣은 후 이미 끓여 놓은 멸치국물을 넣어서 먹는데 국수 맛이 좋은 것은 역시 멸치 국물에서 나온다. 찌개나 국에도 멸치가 들어가야 제 맛을 내며 음식이 맛있는데 더더군다나 국수 국물에는 반듯이 멸치가 들어가야 제 맛을 낸다. 친척집에 잔치가 생기면 나와 비슷한 연령대 있는 형제들이나 사촌들은 이날 잔치 집 국수를 몇 그릇이나 먹을 수 있는지 내기를 걸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날 잔치 집 국수를 몇 그릇을 먹는지 헤아리면서 국수를 먹기에 우리들끼리 국수 많이 먹는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모두들 자기들 나름 데로 국수 많이 먹을 수 있는 재주를 짜낸다. 집안 형수네 들이 교대로 잔치 집 국수를 배분하는 부서에 책임을 맡는데 한 살 차이인 나의 형은 비우가 아주 좋은데다 붙임성이 좋아 국수 배분하는 부서에 덜락 날락 하면서 계속 국수를 먹고 나온다. 나는 부끄러움이 많고 사교가 없기에 잔치 집 국수 먹는 시합에는 나의 기억으로는 맨 꼴지를 한 번도 면한 적이 없었다. 그때 집안 잔치 집에서 먹은 잔치 집 국수 맛이 그리워 간혹 식당에서 국수를 주문해 먹은 적이 있지만 어린 시절 그 때 그 맛을 경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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