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타인터뷰 | 마릴린 몬로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
미셸 윌리엄스는 완전히 또 하나의 마릴린 몬로를 창조한 뛰어난 연기를 한다.
25일 개봉된‘마릴린과의 몇 주’(My Week with Marilyn)에서 마릴린 몬로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31)와의 인터뷰가 지난 5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지난 1956년 몬로가 영국에 가 로렌스 올리비에가 감독하고 주연하는 로맨스 뮤지컬‘황태자와 쇼걸’에 나올 때의 경험을 그린 것이다.
짧은 머리에 소녀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한 다소 수줍어하는 표정을 짓는 윌리엄스는 단정한 자세로 앉아 질문에 심사숙고를 하면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답했다. 총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연기파로 올해‘블루 밸런타인’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는데‘마릴린과의 몇 주’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다시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항상 빛났던 사람
여인의 육체 속에 아이의 마음을 가졌었죠
*출연 제의를 받고 각본을 읽었을 때의 반응은.
-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를 몰랐는데 곧 꼭 마릴린 역을 하고 싶어 그에 관해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그는 자기 육체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마릴린 몬로라는 인물로 재창조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선 나는 이런 사실에 나를 적응시켜야 했다. 다음으로 이런 마릴린 몬로 뒤의 또 다른 사람과 상대해야 했다. 그 사람은 매우 불안정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불안정한 마릴린에 더 관심이 있었다.
*몬로의 영화 중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기는.
-‘미스피츠’(The Misfits)다. 그의 유일한 드라마 연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릴린은 자기가 늘 원했던 연기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코미디 연기로는 ‘뜨거운 것이 좋아’이다.
*몬로 역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가.
- 하루에 3시간씩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또 체중을 늘려가면서 마릴린 몬로가 되곤 했지만 밤이 되면 난 그것과 작별을 했다. 그래서 내 자신이 마치 나와 마릴린 사이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도 아니고 마릴린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다시 그의 기쁨과 가벼움 등 원기왕성한 면이 나에게로 되돌아오고 있다.
*함께 몇 주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여섯살 난 딸 마틸다다(마틸다는 ‘배트맨’의 조커 역으로 사후 오스카 조연상을 탄 히스 레저와의 사이에서 본 딸).
*왜 몬로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마릴린에겐 무어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젊은 나이에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람으로 죽어 정지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마릴린은 또 비극적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 생애를 비극적으로 산 사람인데도 스크린에서 그를 보면 그런 면을 단 한 점이라도 느낄 수가 없다. 그는 당신으로 하여금 항상 빛나는 태양을 맞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으로 그저 보기만 해도 기쁨을 준다.
*몬로시대에 다른 아름다운 여배우들도 많았는데 왜 유독 몬로만이 우상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 순진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인의 육체 속에 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특히 그의 눈은 마치 이제 막 세상을 내어다보는 갓난아기의 그것과 같다.
*왜 몬로는 유명해질수록 더 불안정한 사람이 되었는가.
- 그는 스스로 마릴린 몬로라는 인물을 개발한 뒤 거기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인물은 처음에는 마릴린이 원하던 연결 줄과 사랑과 찬미 그리고 소속감을 주었다. 그러나 후에 그가 섹스의 대상이 아닌 완전한 인간으로 보이길 원했을 때는 이미 팬들이 마릴린의 이미지에 너무 매달려 있어서 그 틀을 깨고 나올 수가 없었다.
또 다른 까닭은 스튜디오 시스템이 지배하던 당시에는 스튜디오가 시키는 같은 역을 계속해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마릴린은 30대에 들면서 진정한 예술가로 평가 받기를 원했지만 자기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깰 수가 없었다. 그는 아서 밀러와 결혼했고 누구보다도 공부도 더 많이 했지만 자기가 지어 놓은 감옥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약물에 의존해 살다시피 했고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가 마릴린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당신은 소녀 배우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 그 여정에 대한 소감은.
-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16세 때 TV 시리즈 ‘도슨스 크릭’에 나와 6년 이상을 TV 배우로 지냈다.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늘 배우로서의 경력을 단순한 경력이 아닌 순간순간의 일로 여겨 왔다. 오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몬로 역을 하고 나서 당신이 좀 더 섹시해졌다고 보는가.
- 그랬으면 좋겠다. 그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였지만 나는 마릴린과 같은 사람이 아니어서 결국 그것들을 모두 반환해야 했다. 얻은 것이 있다면 다리를 보다 멋있게 교차하고 앉고 발레댄서처럼 서는 방법 등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난 언제나 내게로 돌아가곤 한다.
*마릴린처럼 노래하기가 쉬웠는가.
- 난 가수도 아니고 그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노래 장면을 하루에 8시간씩 안무가와 편곡자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습을 했다. 그들이 날 가수와 댄서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미 녹음된 노래를 틀어놓고 립싱크 식으로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너무 인위적이어서 내가 진짜로 노래하겠다고 요구해 실현했다.
*몬로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버스 스탑’에서 마릴린이 독특한 남부 액센트로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의 그의 음성도 아름답다.
*몬로는 맡은 역에 완전히 자기를 몰입시키는 메소드 연기 배우인데 당신은 어떤가.
- 나도 마릴린 스타일이다. 난 13세부터 메소드 연기 사부인 스타니슬라브스키를 읽었고 이 연기 방법의 스타들인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말론 브랜도 그리고 제임스 딘 등의 전기를 읽었다. 난 비록 메소드 연기를 배우진 않았지만 그 뒤로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난 연기학교를 찾아다닌 적은 없다. 난 다만 맡은 역을 위해 철저히 준비할 뿐이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어서 어느 역을 맡으면 거기에 내 전 에너지를 투자한다.
*육체가 풍만한 마릴린 역을 맡으면서 어떤 위협감이라도 느꼈는가.
- 마릴린과 내 모습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의 몸을 내가 질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그저 마릴린이 걷고 움직이고 몸을 지탱하는 방법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기 몸을 어떻게 느끼는가를 알고자 했다. 마릴린의 정수를 파악하고자 했다. 체중을 늘려가면서 그의 몸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딸과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
- 갓난 강아지를 돌보고 음식을 함께 만들고 도서관에 가서 딸이 읽을 책을 고르고 하는 식으로 모든 다른 어머니와 같은 일을 한다.
*영화를 위해 분장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했는가.
- 어떤 때는 너무 피곤해 들어가서 자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간을 역을 생각하며 보냈다. 결코 마릴린과 멀리 떨어지고 싶지가 않아서 그가 한 인터뷰와 노래들을 계속해 들었다. 대사는 늘 전 날 밤에 숙지했다.
*영화 촬영을 다 마치고 마릴린을 당신에게서 떨쳐 내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했는가.
- 의식적으로 그러진 않았다. 단지 나는 가정이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역에서 해방될 수가 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마릴린에 대한 스위치를 꺼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릴린과 너무 함께 오래 살아 그가 마치 내 한 부분이 되다시피 했다. 그를 버리고 싶지 않은 이상한 생각도 들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몬로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 그는 여러 사람이다. 사전에 있는 모든 형용사가 하나로 뭉쳐진 사람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릴린에 대해 몰랐던 것이 자꾸 드러나는데 단순히 그가 육체로 표현한 것을 초월해 그의 영적인 면이 더 많이 떠오르기를 바란다.
*영화에서 마릴린은 배우로서의 삶을 버리고 단순한 인생을 살겠다고 했다가 이를 곧 후회하는데 왜 그렇다고 보는가.
- 마릴린이 그 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라도 그럴 수가 없다. 나도 가끔 다른 삶을 생각할 때가 있으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릴린의 인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 중 하나는 그가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몬로가 명성이 아까워 단순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보는가.
- 명성 때문이 아니라 팬들의 사랑 때문이다.
*당신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수줍음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줍음이 내 삶이나 행복 그리고 나의 아이와 일에 어떤 장애가 된다면 난 단호히 그것을 고칠 것이다. 서른한 살이 되면서 과거보다 상당히 나아졌는데 그것이 나이 먹는 것의 가장 귀한 보상이다.
*마릴린의 미와 고독과 취약성과 불안정 중 당신은 어느 것에 가장 애착을 가지는가.
- 전부 다다. 우리도 모두 그런 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는 인간이었다. 마릴린이 우상적 존재여서 우리는 그가 이 방에 있는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을 뿐이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나도 마릴린의 그런 모든 부분과 다투어 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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