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사는 가운데 가장 추구하는 것이 무엇일까? 명예와 돈, 권력 등등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보편적으로 가장 추구하는 것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행복(幸福)이란 욕구와 욕망이 충족 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상태”를 말한다.
행복은 느낌이나 상태를 뜻하는데, 다분히 주관적일 수도 있고 객관적으로 규정될 수도 있다. 가령 하루 한 끼만 먹어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 다섯 끼를 먹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전철과 버스를 타면서도 행복감으로 사는 사람이 있나하면 최고급 승용차를 타면서도 불만족 속에 사는 사람도 있다. 기원 전 336년 천하를 호령하던 알렉산더 대왕이 고린도를 방문했다. 이 때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그를 환영하러 나타나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그를 찾아 나섰다. 디오게네스는 햇볕이 쪼여드는 원형 통속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었다. 그 때 알렉산더는 그에게 물었다. “내가 해 줄 수 있
는 것이 있다면 다 들어 줄 것이니 요구하라”고.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당신 때문에 그늘이 생기니, 내가 햇볕을 쬘 수 있도록 비켜 달라.” 이 말이 디오게네스가 요구한 전부였다. 이 때 알렉산더 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 대왕 알렉산더와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 대화는 지금도 행복의 잣대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행복이란 어쩌면 욕구에 대한 충족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욕구는 계속돼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 한계가 있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사람의 욕구는 어느 단계를 달성하면, 계속하여 더 높은 단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절대적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그는 “행복도를 수치화하거나 정량화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럴 것이다. 행복한 느낌이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의 상태이다. 마음은 하루에 수천 번 바뀔 수 있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란 말도 있듯 금방 ‘헤헤헤’ 좋았다가도 금방 이마에 쌍심
지를 긋듯 나빠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퀸즈 써니사이드 46가 전철역 밑에 한 미국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이마가 훤히 벗어지고 살결이 아주 흰 할아버지다. 그의 일상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식량거리를 찾는 것이 전부다. 식량을 찾아 먹고 배가 부르면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면 버린 신문들을 주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그리곤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산보하며 다닌다. 늘 지나치며 그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왜, 저렇게 살까. 자식도 없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나. 샤워는 어떻게 하나. 몸이 얼마나 근지러울까. 저녁엔 얼마나 추울까”등등. 그러면서도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것을 본다. 일단은 그가 마냥 평화스러워 보인다. 오늘 죽어도 좋을 듯한, 아주 넉넉한 모습을 본다.
언젠가 한 번 금방 사온 물병을 그에게 건네려다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그 할아버지는 아마 병 속에 무슨 약이라도 타지 않았나 의심을 하는 눈치였다. 물 한 병 건네려다 거절당하곤 그 다음부턴 그의 근처도 못 간다. 그런 그가 보이질 않는다. “경찰에게 끌려갔나. 아니면 가족들이 찾아와 그를 데려갔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행복감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병이 있다. 우울증이다. 우울증이 심하면 자살까지도 이어진다. 지난 11월8일 경상남도 김해시 한 오피스텔에서 장미희와 함께 ‘겨울여자’에서 열연한 배우 김추련(64)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자살 이유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어”였다. 결국 외로움 끝에 찾아온 우울증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관 두껑을 덮기 전까지는 모른다”란 말이 있다. ‘행복’의 반대어는 ‘불행’이다. 불행하게 살려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든지 불행이 찾아올 확률은 있다. 그리고 높다. 불행이 찾아올 때 그 불행을 행복으로 생각한다면 100% 주관적 행복론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살 자신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