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동남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비교적 큰 영토를 소유한 나라이고 인구는 5천7백만 정도이다. 1962년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군정국가가 되었다. 작년 11월 총선을 통해 민간정부를 출범시켰지만 군부가 후원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의회 의석의 75%를 장악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를 포함 야권의 주요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한 선거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군부가 작년 11월 수치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하고 문민정부를 위한 선거를 실시한다고 공포했으니 이것이 그나마 미얀마에서 민주주의 정치를 바라볼 한 가닥의 희망이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수치 여사는 외국에 있다가 1988년 미얀마에 남아있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거 귀국했다가 혹독한 군부독재정치 현상을 목격하고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고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외국에 있던 남편이 암으로 사망하자 장례식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유인즉 그녀의 반 정부활동 때문에 일단 그녀가 외국으로 나가면 다시 귀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군부의 경고로 인해, 그녀는 오히려 미얀마에 홀연히 남아서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1990년 그녀가 창당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자 군부는 정권이양를 거부하고 군정을 계속했다. 그 후 지금까지 많은 반대 정치인이 투옥되고 수치는 가택연금, 해제, 또 연금을 반복하면서 작년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가택연금 상태로 보내고 있었다. 1991년에는 수치 여사가 수여식에 직접 참석 못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고, 과거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 세계의 인권 지도자들이 또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몇몇 유럽 국가의 정상들이 그녀에게 자유를 허용하라고 미얀마 정부를 향해 압력을 가했고, 근래에는 반기문 유엔총장이 직접 미얀마를 찾아가 그녀와의 접견을 요구하기도 했다.
군부가 그녀의 활동을 완전히 제거 못하는 이유는 세계의 여론도 여론이지만 그녀가 버마 독립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란 점에서 국민의 눈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에 대한 민중의 꺼지지 않는 지지도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는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꾸기도 하였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좀 해소시켜 보자는 의미에서 작년에 새 대통령이 된 세인은 일부 정치범을 석방하기도 하고 개혁정치를 조금씩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오마바 대통령이 요사이 수치와 직접 통화도 했고, 힐러리 국무장관을 12월 초 랭군에 보낸다는 발표도 하였다. 이제부터 미얀마에서 새로운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할까? 아직 판단하기 어려우나 그런 바람이 불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재스민 바람으로 이집트와 리비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은 일부 남동 지역이 미얀마와 접경하고 있다. 미얀마에 경제적인 큰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은 친중국 정책을 표방하는 미얀마가 앞으로 친미적 정책을 세우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그다지 환영하는 기색이 아니다. 남중국해 영토 영유권 분쟁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는데,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마저 미국의 외교적, 경제적, 혹은 군사적 영향력이 증가될 수 있다는 것은 중국을 좀 자극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으로서는 공산당 일당 정치를 하는 나라이므로 민주화 자체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리하여 티베트의 민주화, 내지 독립운동을 벌이는데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외에서 수십 년 간 티베트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승려 달라이 라마를 골치 덩어리로 여기고 있다.
하여간 미얀마로서는 중국도 중국이지만 미국의 그런 영향력을 포함, 민주화의 길로 나가라는 압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미국으로선 그간 미얀마가 독재적 군정 때문에 미국과 서방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틀을 풀어주고,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서 미얀마 랭군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기대를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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