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요즘 날이 갈수록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나 동료들로부터, 교회에 가면 교인들과 어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짜증 안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매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부딪히게 되고 별일 아닌데도 언성을 높이게 되는 날들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예전과 또한 다른 것은 갈등으로 인한 파괴적인 폭발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요즘 들어서 훨씬 더 많아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에서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 소식의 횟수가 빈번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에서, 교회에서,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하면 잘 다루어 서로 감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갈등을 지혜롭게 다룰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들의 이민생활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여유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왜 이럴까,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혹은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되겠지 하고 그냥 물에 물 탄 듯 넘어가다 보면 우리의 짜증은 더 진드기처럼 착 달라붙어서 영영 ‘짜증’이나 ‘갈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먼저, 우리의 인지(認知)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갈등은 나와 상대방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때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만일 여러분이 남편이나 아내와 해결하기 힘든 갈등을 겪고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 관심사, 원하는 것들이 상대방과 어떤 점에서 다른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것 같아 보이는 이 작업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방식과 생각이 옳다고 고집하며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수십 년 다녔어도 행동이나 생각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붙들고 살아온 이념, 삶의 방식, 믿음 체계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단지 윤리적으로 괜찮고 건전한 종교쯤으로 알지, 진정 하나님의 용서와 사람과 구원을 받아들여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도저히 바뀌지 않는 남편이 가지고 있는 아내에 대한, 자녀에 대한, 신앙에 대한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아내들이 제법 많음을 가슴 아프게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로, 갈등이 불러오는 아픔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의 감정을 한 번 점검해 보자. 우리가 갈등에서 헤쳐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경험했던 감정적인 상처들이 여전히 현재 우리들의 마음과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려움, 슬픔, 쓰라림, 분노, 절망, 상실 등의 감정들은 갈등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적인 반응들이다. 비록, 상대방이 했던 부정적인 행동들이 이미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때 겪었던 갈등으로 인한 감정들은 여전히 상처받은 자에게 매우 생생하게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
상담하러 오는 많은 내담자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내면에 깊이 쌓아두었던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진 치유 받지 못한 상한 감정이다. 일이 다 해결되었기에 이젠 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이라는 놈은 그리 만만치 않은 상대다. 어쩌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다시 예전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며 급기야 폭풍전야와도 같았던 그 때의 힘들었던 감정의 한복판으로 다시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갈등에 있어서 감정적인 부분이 인지적인 요소보다 더 다루기 어렵다.
갈등과 관련된 인지적 그리고 감정적 차원에 대한 이해 후에 필요한 것은 갈등 해결보다 갈등 전환을 위한 노력이다. ‘해결’과 ‘전환’은 같은 두 글자이지만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며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
갈등을 건강하게 다루고 싶으면 ‘사람’에게 관심을 두자. 남편, 아내, 자녀, 목사님, 교인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지. 나로 인해 그들이 어떤 감정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 나는 왜 그들을, 그들은 왜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신뢰하지 못하는지. 이를 위해서 오늘부터 단순한 문제의 ‘해결’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에 좀 더 우리의 마음 문을 열어보자.
장보철
워싱턴 침례대학 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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