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전적 의미는 흩어진 사람들이다. 이산(離散)된 민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적 용어로는 이민자들로 번역될 수도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를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국을 떠나게 됐다. 역사라는 거대한 조류에 떠밀려 조상 대대로 살던 곳을 등지게 됐다. 디아스포라의 본래 의미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도 그렇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이란 말에는 그래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에 한민족이 겪은 고통, 일그러진 역사가 모두 녹아 있는 느낌이다.
디아스포라ㅡ 이산된 민족은 그러면 그 자체가 슬픔이고 저주일까. 노마드(Nomad)시대를 맞아 정반대의 정의가 내려지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한 마디로 이민의 역사다. 그 인간의 이동은 가치 창출의 기제가 된다.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이동이 하나의 미학으로까지 칭송되면서 ‘21세기는 디아스포라의 세기’라는 담론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서를 보아도 그렇다. 창세기 주인공들의 삶은 끊임없는 이동의 삶이다. 그 삶은 고달픔의 연속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하나같이 축복이 임한다.
엑소더스(Exodus)로 표현된 이스라엘민족 대이동의 역사 역시 축복의 범주 안에서 다루어진다. 1차 엑소더스를 통해서는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함께 유일신 사상이 탄생한다. 제2의 엑소더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복음전파의 세계화이다.
무엇이 축복을 가져왔나, 성서는 믿음으로 설명한다. “어떤 상황을 실재라고 정의하면 그 결과로서 상황은 실재가 된다.” W. I. 토머스의 말이다. 현대의 사회학적 설명도 성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이 이민자 정신의 원형이다. 현실의 삶은 절박하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다.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땅에 대한 기도를 결코 멈추지 않는.
2011년 11월 11일. 로즈 보울 경기장. LA를, 캘리포니아를, 미국의 회복을 염원하는 기도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거기서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태평양을 건너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온 한인과 대서양을 건너온 유대인, 두 디아스포라 간의 만남이었다.
해가 떨어진 시각, 유대력으로 새 안식일이 시작된 무렵. 성찬식이 시작됐다. 주최는 유대인 크리스천들이었다. 이 땅을 향한 유대인들의 기도가 끝난 후 강단을 미주의 한인교회가 물려받았다. 그 순간을 한 기독신문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한국교회는 기도하는 교회입니다.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송정명목사의 개회인사와 함께 곳곳에서 아멘 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로즈 보울 경기장이 차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서 청년,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한인들이 몰려들면서 좌석은 순식간에 채워졌다. 흩뿌리던 빗방울도 멈추었다.”
“역시 한국교회였다. 이민자라기보다는 이 땅의 주인으로 기도며 찬양하고 있는 그들은 바로 한인이었다. 기도회의 대미도 역시 한인들이 장식했다. 한인 기도 강사들의 열띤 기도인도에 한인, 유대인, 히스패닉 등 2만이 넘는 참석자들은 하나가 됐다. 그리고 수 십 명의 한인 목회자들의 이 땅을 향한 연합축복기도와 함께 기도회는 마무리됐다.”
‘2011년 11월 11일에 일어난 이 일’은 이 땅의 한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한인도 이 땅의 주인임을 선포한 대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그 하나다.
함께 엎드려 기도함으로써 이 땅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거기다가 축복된 새로운 아메리카를 이루어 나가기 위한 한인들의 눈물의 헌신이 드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영적 한류(韓流)의 시대가 이 미주 땅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20세기 세계 역사를 주도했다면 21세기의 주역은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아닐까.” 한인교회는 전 세계 169개국에 2만445명(2010년 1월 현재)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그리고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 700만이 넘는 한인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염원성의 전망이다.
그 염원이 예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함께 성찬식을 가졌다. 그리고 유대인의 안식일 첫 날 서로 간의 축복 가운데 미국의 회복을 위한, 전 세계를 향한 기도대회 진행을 유대 교계는 미주 한인 교계에 넘겼다.
그 바튼 체인지는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세기’ 21세기는 영적 한류의 시대로, 온 민족과 방언이 함께 한 로즈 보울 기도대회는 그 시작을 알리는 대회였다는….
아직도 미약하다. 그 미주의 이민교회가 힘을 합쳤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이루어졌다. 한인교회의 순수한 기도 열정이 미 주류교회를 감동시킨 것이다. 최소한 이점에서도 2011년 11월 11일은 미주 한인교계에 있어서는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 날로 기억될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