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만달러 투자시 거주비자 부여 추진 소식에
▶ 10대 자녀 둔 40~50대 고연봉자들 문의 빗발
5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거주비자를 부여한다는 법안에 대한 한국인 투자자의 반응이 뜨겁다. 한인 부동산업계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맨하탄과 뉴저지의 에지워터 등에 콘도 등을 구입하는 한국인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0만달러 이상의 미국내 부동산을 구입하면 체류비자를 부여하는 법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의 브로커들에게도 한국에서의 문의전화가 크게 늘고 있다. 맨하탄 부동산 중개인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인들의 미국내 부동산 구입이 실제로 늘어나고, 경기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외국인들의 뉴욕 부동산 투자 열기도 더욱 고조된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관심 증대
맨하탄 아르테스 부동산의 수지 변 대표는 얼마전 이 법안 추진 소식이 보도된 뒤 한국에서 3건의 문의를 받았다. 현재 뉴욕 각지의 주택과 아파트 가격 시세와 함께 거주 비자가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내용이었다.변 대표는 "이 법안이 한국에서 각종 언론과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세히 보도돼 관심을 끌고 있다"며 "지금은 문의 수준이지만 실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상ㅁ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환율이 구매 욕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1,200-1,300원 수준까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변 대표의 설명이다.
소더비 리얼티의 김윤희씨는 "예전에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나온 뒤 외국인의 투자가 크게 증가한 사례가 있다"며 "투자 목적 이외에도 신분 문제까지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한국인들의 부동산 매매는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효과"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법안에 대해 문의하는 계층은 40-50대 연령에 10대 자녀를 둔 연봉 7,000만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 근무자들이 많았다. 영어에 자신이 있고, 현지에서도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또 유학생 자녀의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 영주권 취득을 원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변 대표는 "10억원 정도의 유동 자산을 가졌거나 1억원 수준의 봉급을 받는 중간 부유층이 이 법안에 관심을 갖는 계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 부동산 투자 현황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인들의 뉴욕 부동산 투자는 더욱 활성화되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투자처이기도 했지만 특히 2008년 이후 타지역의 부동산 침체도 주요 원인이다. 그동안 인기있던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 지역 등이 크게 떨어지는 추세라 뉴욕지역, 특히 맨하탄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뉴욕시 전체 부동산의 15%, 콘도의 30%를 구매했다. 럭셔리 주거 건물에 대한 투자가 정점을 이뤘던 2007년에는 전체 콘도 구매의 30%가 외국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외국인들의 뉴욕시 고급 콘도 구매는 1976년 분양된 5 애비뉴의 올림픽 타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순으로 이뤄지고 있다. 프루덴셜 더글라스 엘리먼사도 지난 10월 3분기 콘도 거래가 33.4%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콘도 구매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 선호지역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고 있는 부동산은 맨하탄의 신축 또는 기존 고층 콘도미니엄이다. 코압은 이사회의 심의 때문에 연봉이나 신용정보 기록 등이 필요하고, 일단 구입하면 주거주지(primary residence)로 등록해야 하는 제약이 많지만 콘도는 자금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안성맞춤으로 큰 인기다. 특히 신축 고층 고급 콘도의 경우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춰 투자가치가 높은데다 재산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맨하탄 아파트의 60% 이상이 코압 건물이기 때문에 투자의 폭이 좁아진 것이 현실이다.
맨하탄 이외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곳은 맨하탄으로의 교통이 편리한 북부 뉴저지 지역이다. 페리나 버스를 이용해 쉽게 오갈 수 있는 에지워터와 NJ 트랜짓이 편리한 호보큰과 저지시티, 뉴포트 지역의 고층 콘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특히 맨하탄 조망을 낀 에지워터 지역의 콘도 단지와 페리를 이용해 맨하탄과 10분 거리인 저지시티의 경우 콘도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몇 년전부터 제2의 투자지역으로 떠올랐다. 뉴저지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대학생이거나 갓 직장을 잡은 자녀들을 위해 2-3베드룸 콘도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많다. 이밖에도 웨스터체스터와 롱아일랜드 지역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구입시 주의사항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뉴욕과 뉴저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급이 아닌 저가 콘도와 코압 아파트들이 고급 콘도인 것처럼 과장되게 소개되는 경우가 많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홍보용 안내서와 사진들로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한국인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또한 투자 이후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수입 및 유지 비용 등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단기간내 고액의 차익 확보, 임대시 매월 5,000-6,000달러 수입 등처럼 과장된 홍보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부동산 브로커는 "2005년 이후 뉴욕과 뉴저지지역에 환차익과 투자 효과를 노린 한국인의 투자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2008년 이후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실수요를 중심으로 장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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